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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라미 세상이야 ㅣ 스콜라 창작 그림책 57
하야시 기린 지음, 쇼노 나오코 그림, 황진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3월
평점 :
이 책에는 동그라미라면 줄을 서서 사고 열광하는 다양한 존재들이 나옵니다. 생긴 것은 다 다르지만 모두 다 더 동그래지길 원하며, 더 많이 동그란 것을 소유하고자 합니다.
자기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모습과 겹치는 그림책입니다.
이 그림책은 저에게 "우리는 왜 다른 사람들과 비슷해지고 싶은 걸까?"라는 질문을 던져주었습니다.
우리 모두 남과 다른 길을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한 무지, 평범함이 주는 안정감이나 소속감, 시행착오를 줄이고 싶은 마음,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유행을 따르는 게 꼭 나쁘기만한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려던 찰나.
동그라미의 인기가 사그러들고 세모와 네모에게로 바껴가는 장면이 등장했습니다. '맞아. 우리 모습도, 우리의 신념도 이렇게 책장 한 장 넘기듯이 쉽게 다른 이들이 하는 대로 쉬이 넘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라는 아찔함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동그랗지 않아야할 것까지 동그래지는 모습을 보고 내 안에 그런 모습은 무엇일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얼마 전 다른 책에서 읽은 <사과와 오렌지를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하듯이>라는 구절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억지로 동그라미를 만들려는 마음은 그러한 무의미한 비교와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 그림책을 읽고 나니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동그라미든, 세모든, 네모든 사람들이 같은 대상을 좋아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다만 그것을 좋아하는 이유가 각자 자기 안에 있는 게 아니라면 그것이 진정한 문제인 듯 합니다. 동그라미의 인기처럼 공허한 것이지요.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때 행복을 느끼는 존재니까요.
찬란했던 동그라미의 시절이 단 한 순간에 끝나는 것을 통해 우리에게 주고 싶은 메세지는 다양합니다. 그 메세지를 스스로 만들어보는 재미가 있는 그림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