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 잘 읽힌다.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를 이해하기 쉽게 도표와 예시를 들어가며 설명해준다. 중간중간 핵심 내용을 간결하게 설명해놓은 도표와 그림 덕분에 머릿속을 떠도는 많은 정보들이 간략하게 정리된다.
주로 젠더 관련 이슈에만 치우쳐져 있던 페미니즘에 대한 내 생각의 물꼬를 인종 차별, 계급주의, 자본주의와의 연관성으로 터주는 책이었다. 페미니즘 운동으로 고학력 엘리트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자 저임금 가사노동의 일자리가 늘어났고 그 일자리를 차지하는 대부분은 노동자 계급의 여자들이란 사실을 지적하는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벨 훅스가 말하는 페미니즘은 유토피아적이지만, 혐오로 점철되어 있는 내 생각에 환기를 불러 일으켜줬다.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제목에 이끌려 집어든 책이다. 추리소설이라기엔 독자가 스스로 추리할 수 있는 단서들이 영 심심하다. 블랙코미디 소설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어울린다.사건의 연결고리들은 매끄럽게 이어지지만 추리소설에서 기대하는 뒷통수 때릴만한 반전이랄 것도 없고, 마무리도 급작스럽게 행복하게 끝낸 느낌이다.
은은하게 웃기고, 은은하게 통쾌하고, 은은하게 위로를 건네는 책. 웨딩드레스44의 25번째 이야기에서 여자가 내뱉은 걸죽한 욕설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책에 깔려 있는 정세랑의 페미니즘은 유쾌하다. 그러나 가볍게 다루지도 않는다. 현실을 담담하게 서술하되, 절망적이진 않다. 불합리, 부조리한 현실에 주인공을 가둬두지 않고 희망과 극복해내는 힘을 보여준다. 그게 설령 판타지를 빌릴 지라도 정세랑이 독자에게 전하는 다정한 위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