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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페라투 세트 - 전2권
피숙혜 지음 / 필프리미엄에디션(FEEL) / 2017년 11월
평점 :
#내 마음대로 키워드: 뱀파이어물, 불로불사, 상처女, 고독男, 소유욕, 잔혹물, 이종간의 사랑
#표지 발췌글
[1권]
동네에서 바보로 통하는 무당집 천덕꾸러기 가영.
어느 날, 늘 애정이 고픈 외로운 소녀 앞에
신비한 소년 무명이 나타난다!
“명아. 나는 네가 좋아. 너한테 좋은 친구가 되고 싶어.”
남루한 옷차림에 낡은 붕대로 두 눈을 칭칭 감은 그에게
가영은 연민과 동정, 그리고 애정을 느끼며
단짝 친구가 되고 싶어 하지만…….
“뭐야. 너 내가 보여?”
“…….”
“……당신은, 누, 누구예요?”
이 남자,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도통 알 수 없는 것투성이다!
무명을 속속들이 알고 싶어 하는 가영과
자신을 숨기고 살아가야만 하는 무명.
“너는 여기 갇혔어. 절대로 빠져나가지 못해. 내가 널 놔주지 않을 거니까.”
순진무구한 산골 소녀와 신비로운 뱀파이어의
달콤살벌한 치명적 사랑 이야기
[2권]
가영은 무명과 함께하며 진정한 사랑을 배우는 한편,
그의 세계에 고립되어 버릴까 불안해한다.
‘내가 너로 가득 차면, 그래서 더 이상 내 안에 내가 없으면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나는 더 이상 외롭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또 누군가의 인형으로 살고 싶지는 않은데.’
그는 가영이 자신의 단 하나뿐인 꽃으로 남아 주길 열망하고,
그녀는 명과 자신 사이의 균형을 잡으려 노력하지만
마침내 불어오는 태풍은 가영을 산산이 부수려 하는데…….
“너는 이미 내 것이고, 내 것인 이상 내 세상에서 살아야 해.
너의 세계에는 나 이외의 것은 필요하지 않아.”
“명아.”
“나에게 네가 전부이듯, 너에게도 내가 전부여야 해.”
가영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가지려는 무명.
그녀를 지키기 위해, 혹은 소유하기 위해 명은
기꺼이 괴물이 될 것이다.
환영해 가영.
드디어 너는 내 거야.
#본격 리뷰
캐릭터도 스토리도 매력적이고 강렬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던 피숙혜 작가님의 전작인 <아몬>으로 인해 기대감이 높아진 상태에서 읽었던 <노스페라투>.
뱀파이어라는 소재를 다룬 소설답게 작가님의 소설에서 봤으면 하고 기대했던 볼거리와 감흥을 충분히 충족시켜줬던 소설이었어요.
그 여자, 박가영. 어릴 때 신병을 앓으면서 부모에게 버림받아 무당 경옥에게 거둬진 가여운 여인. 산골에서 자라 속세의 삶과는 거리가 먼, 순박하기 그지없는 시골처녀. 정에 굶주려 있던 그녀에 앞에 나타난 앞 못 보는 소년, 마침내 그녀는 애정을 주고 갈구할 대상을 찾게 된다.
그 남자, 무명.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시간을 불로불사의 운명으로 살아온 초월적 존재인 뱀파이어. 억겁의 시간을 살아오면서도 어느 것 하나에 의미를 두지 않던 그가 소녀와 여인의 경계에 있는 가영에게 유일무이한 의미를 두기 시작한다.
<노스페라투>는 뱀파이어와 인간의 로맨스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연상케 되는 <트와일라잇>처럼 마냥 신비롭고 로맨틱한 글은 아니었어요. 어찌 보면 우리가 상상하던 뱀파이어라는 존재를 잔인할 정도로 디테일하게 묘사하는 듯하면서도, 기존에 알고 있던 뱀파이어에 대한 상식과는 다르게 접근한 부분도 있는데 그래서 그런가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상상의 존재인 뱀파이어인데도 불구하고 현실적이게 다가온 부분이 있어요. 악한 이들에게는 흡혈에 그치지 않고 잔악할 정도로 신체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하드코어적이기도 하지만, 인간들이 먹는 평범한 음식을 즐기는 미식가 뱀파이어 설정에 저도 모르게 인간적으로 끌리게 되는…….
신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애지중지하던 자식에서 버림받는 자식이 되어버린 가영의 처지가 안쓰러웠고, 뱀파이어로서 고독한 삶을 살아왔을, 숙명으로 인해 살육을 할 수밖에 없었을 무명이 애달팠어요. 끝으로 치달을수록, 끝까지 가족에게 버림 받고 이용 당하는 가영과 포식자의 위치에서 인간을 이용하는 듯하면서도 어찌 보면 인간에게 도구로밖에 인식되지 않을 무명의 존재가 가슴 아프더군요. 그러한 감정이입과 함께 점점 급박해지고 위험스런 분위기를 풍기는 격랑과도 같은 전개에 '이게 바로 시간 순삭이구나'했어요.
아무리 신비롭고 아름다운 존재일지라도 뱀파이어는 괴물이라는 범주에 들어가는 존재죠. 그렇기에 무명도 괴물 같을 때가 있어요. 가차 없는 잔혹성을 보일 때가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뱀파이어보다 젊음과 영원의 시간을 위해서는 못할 것도 없는 인간의 잔악함을 더 잔인하고 악하게 다가와 씁쓸했어요. 무명의 피로 만들어진 ‘CTA’가 일종의 만병통치약이라 할 수 있는데, 한 알만으로도 혈기왕성해지죠, 이게 약기운이 떨어지면 원래대로 돌아오다 보니 한 번 맛본 이들은 거의 중독되다시피 해서 ‘CTA’를 얻기 위해 혈안이 되죠. 이를 갖기 위해서는 못할 게 없는 악한 인간들이 나오는데, 특히 가영의 친부인 판석이 하는 짓은 가관이 아니에요. 영생을 위해서라면 혈육과 인정은 하찮게 여겨도 되는 것일까 싶을 정도로 쓰레기 같은 짓을 하는 악한 무리들에 열불이 나기도 했지만, 반대로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조력자들의 사연은 심금을 울리기도 해요. 결국은 갖은 역경을 이겨내고 해피엔딩을 이뤄 알콩달콩 오순도순 단란한 가정을 꾸린 가영과 무명의 모습에는 절로 미소가^^
매력적인 캐릭터와 소재, 스토리를 흥미롭게 전개되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지만 다소 아쉽거나 의아한 부분이 있기도 해요. 무명이 불로불사의 존재인데 죽은 피에는 맥을 못 춘다는 약점은 좀 식상했어요. 스토리 전개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설정이었을 수도 있고 누구나 약점은 한두 개는 가지고 있겠지만, 무명은 완전무결한 존재로 남는 것이 더 잘 어울리는 듯해요. 오히려 자신만이 자신을 해칠 수 있는 설정이라거나 그러면 더 매력적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무명에게 전부인이 있다는 점도 좀 아쉬웠어요. 물론 안나와 가영이 무명에게 가지는 의미나 미치는 영향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전부인이 없었다는 설정이 무명에게 가영을 더 유일무이한 존재로 만들게 하지 않았을까, 두 사람의 사랑을 더 로맨틱하게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제가 순애보적인 남주를 좋아하다 보니 요런 아쉬움이 남더군요.
하여튼 오랜만에 스펙타클하고 볼거리 풍부한 뱀파이어 로맨스물을 접한 것 같아요. 이번 작품으로 인해 피숙혜 작가님에 대한 인상이 더 깊어지고 기대감은 한층 더 높아졌어요. 차기작도 무척이나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