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예감
정미림 지음 / 청어람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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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처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글, <행복예감>. 
타인에 대한 무관심에 익숙해지는 오늘날 우리들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주는 글이었고, 인간냄새가 물씬 풍기는 글 속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랑, 우정, 가족애, 그리고 이웃 간의 정, 인간 간의 아름다운 감정을 여러 가지 색깔로 접할 수 있었다.

 지후의 말처럼 ‘가족을 지키는 사람’으로서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에, 어머니의 병환과 어린 동생 둘을 돌보기 위해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생업에 뛰어드느라 변변한 연애도 해보지 못하고 여자로서의 삶은 제대로 살아오지도 못한 한지. 자신을 꾸미기보다는 가족과 이웃을 위해 일하는 따뜻한 심성을 지닌 한지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힘든 상황에서도 매사 밝은 모습으로,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하는 한지의 모습에서, 부족할수록 더 나눌 줄 아는 그녀의 모습에서 깨닫는 점이 많았다. 한지 같은 여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택시기사를 하는 한지가 우연찮게 그녀의 차에 천재 과학자 지후를 태우게 되면서 두 사람은 스쳐가는 인연인 듯했다. 이때만 해도 지력, 외모, 배경 등 여러 면을 봤을 때 접점이 없을 것만 같던, 주위 사람들이 보기엔 한 쪽으로 너무 기우는 두 사람이 사랑을 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미국에서의 사업체를 정리하고 입양된 양부모의 고향이자 누나인 지련이 있는 운봉시 민들레마을로 온 지후는 그곳에 의료 테마파크를 세우고자 한다. 천재라는 이유로 관심이 집중되고 남들에게 이용당했던 상처를 지닌 지후는 자신이 곁을 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믿지도 곁을 주려고도 하지 않는다. 처음 택시기사인 한지를 자신의 임시 운전기사로 둘 때까지만 해도, 말 많은 그녀를 귀찮게 느꼈다. 하나, 한지의 밝음과 고운 심성에 조금씩 매력을 느낀 지후는 어느새 그녀를 마음에 두게 되고. 한지 또한 과분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서 지후에게 마음이 간다. 

 서로의 마음은 통했으나 자격지심, 주위 사람들의 시선, 지후를 노리는 경미와 그녀로 인해 한지를 오해한 지후의 누나 지련으로 인해 한지는 쉽사리 지후를 허락하지 못했다. 마음에도 없으면서 경미와 연결시켜 주려고도 했고. 그러나 멋지고 현명한 지후로 인해 두 사람은 곧 이어지고 만다. 서로의 마음이 통한 것도 잠시, 지후의 양부모의 죽음과 누나 지련을 다치게 한 교통사고 범인인 백민기의 아비인 백 의원이 지후의 의료 테마파크 사업을 방해하고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비열한 방법을 쓰게 되는데……. 하지만 지후의 지략과 한지, 동생 한철이 힘을 합쳐 이겨내고, 민들레마을은 어느 때보다 평화로워지는데…….

 용주님 지후와 용인님 한지, 두 사람 사이에 강렬한 애정신 같은 것은 없지만 달콤한 입맞춤, 따뜻한 손잡기 등 그것만으로도 두 사람 사이에 얼마나 애정이 깊은지를 느낄 수 있는 로맨틱한 글이었다. <행복예감>은 예쁘고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들이 백미였다. 제 한 몸은 스스로 지킬 줄 아는, 뭐든지 열심인 열혈처자 한지와 무뚝뚝한 것 같지만 진진하고 자상할뿐더러 의외로 로맨틱하기까진 한 멋진 남자 지후. 두 사람의 사랑 뿐 아니라 한지 엄마 권 여사와 욕쟁이 마산할매, 무한도전 아이들 등의 감초 같은 조연들이 엮어가는 이야기 속에서는 휴머니즘을 느낄 수 있는 로맨스&휴먼소설이었다. 지후가 과학자인 만큼 대사 하나 하나에서 과학상식을 접할 수 있는 것도 이 글의 잔재미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 속 지나쳤던 현상들에 대한 지후의 과학적인 설명들. 한지의 가벼운 질문에도 진지하게 대답하는 그를 보면서 미소가 지어졌다.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한지를 보면서, 그들에게 밝은 웃음을 내보이는 그녀를 보면서 간이 나빠서, 신장이 나빠서, 심장이 나빠서 그렇다고 툴툴거리는 지후의 귀여운 질투가 웃음을 더했다. 

<행복예감>은 캐릭터도, 스토리도 다 마음에 드는 따뜻하고 예쁜 글이었다. 자극적인 소재나 강렬한 애정신이 아닌, 휴머니즘과 잔잔하면서도 아름다운 사랑을 보여준 로맨스소설이다. 정미림 작가의 책은 갈수록 더 인간미 있어지고 따뜻해진다는 생각이 든다. 읽는 동안 훈훈한 기운이 스며들었고 기분 좋아짐을 느꼈다. 다음 작품은 또 어떤 예쁜 이야기를 담았을 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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