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몬
하라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하라 작가 특유의 강렬함이 느껴지는 소설 <시나몬>.
연애와 사랑, 남녀의 육체적 관계에 대한 하나의 정석 또는 정의를 보여주는 <시나몬>은 몰입이 잘되는 소설 중 하나였다. 재미있기도 했지만 하경과 강우, 남녀의 심리를 따라가며 그들의 줄다리기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하경과 강우의 시점을 돌아가면 진행되는 이야기는 여자로서의 감정을 되돌아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할까, 지금 어떤 느낌일까?’라는 궁금증과 호기심을 충족시켜준다.

명인서점 만화코너에서 근무하는 하경은 ‘수요일의 남자’라고 불리우는 강우(하경은 모르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와 남모르게 연애를 해오고 있다. 무려 6개월간이나. 직장 여직원들의 관심의 대상이자 여자들의 접근을 거부하는 남자인 강우와 연애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어깨에 힘이 들어갈 때도 있었지만 평범하게 거리를 거닐며 애정표현을 하는 커플들과는 달리, 강우와 그녀 사이에는 육체관계가 전부인 것만 같아 강우를 사랑하면서도 그에게 이별을 고한다.
상처받기 싫어, 연애인지 단순한 섹스파트너인지 불분명한 그들의 관계를 청산하고 싶어 먼저 이별을 고한 그녀이지만 하경은 강우를 그리워하고 강우를 향해 눈웃음을 치는 동료직원을 바라보며 내심 질투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녀의 이별통고에도 잠잠했던 그가 갑작스레 나타나 반격을 시작하는데!

헤어지고자 하는 마음이 없었지만 그들의 관계에 회의를 느껴 이별을 고했던 여자와 여자의 이별통고에 불구하고 마치 헤어진 적 없는 것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나 그녀를 쫓으며 사수하고자 하는 남자. 두 사람의 알콩달콩 줄다리기 사랑이야기가 시작되다.

이 커플 너무 귀여운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설프게 ‘~요’ 자를 붙이며 소심한 반항을 하는 하경의 모습이나 신경 쓰이면서도 신경 안 쓰이는 척, 쿨한 척 하며 남자의 자존심을 지키는 강우 두 사람의 신경전을 지켜보는 것이나, 하경의 마음에 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강우의 모습을 지켜보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두 사람이 만나 연애를 하면서 육체관계가 중점적이긴 했지만 결코 사랑이 없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것은 하경과 강우 두 사람의 감정과 이야기를 살펴보면 뚜렷하게 드러난다. 다만, 하경의 이별통고를 계기로 두 사람의 관계가 한 보 전진했다고나 할까, 발전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동안 원초적인 사랑에 빠져 있었다면 그 원초적인 것을 넘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진심이 통하는 더 깊이 있는 사랑으로 나아섰다는 것을.

<시나몬>의 강점은 남녀의 심리를 잘 반영해 재밌게 표현했다는 것이다. 사랑과 연애에 대한 남녀의 관점, 말로는 못 다한 남녀의 속마음을 감칠맛 느껴지게 잘 그려낸 것 같다. 읽으면서 하경과 강우와 교감이 되어서 그런지 몰입이 참 잘 되었던 글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무료한 일상, 유쾌한 웃음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글이다. 더불어 서로 다른 이성에 대한 관심이나 속마음이 궁금한 사람들에게도. 제목처럼 시나몬향이 솔솔 느껴지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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