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별의 초야
이영희 지음 / 우신(우신Books) / 2018년 4월
평점 :
품절


☆ 내 마음대로 키워드: 동양판타지로맨스물, 가상국배경물, 주인공들은 모르는 사랑놀음판물, 사건해결물, 꽃말과 함께 하는 로맨스, 뇌색남, 뇌색녀, 선남선녀

☆ 표지글 발췌

환상적인 꽃의 영토, 꽃의 가야 화(花)가야.
화려한 색의 꽃별들이 두 줄로 늘어섰다가 색색의 별똥이 되어 떨어지는 밤.
화가야 사람들은 그 밤을 일컬어 ‘꽃별의 초야(初夜)’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 밤에 신비한 모습을 보인 김도현은 화가야의 미행어사였다.

“저는 연모의 마음 따위는 절대 가지지 않을 것입니다.”

뛰어난 뇌색인 그는 어린 시절의 상처로 인해 혼인은커녕 연모의 마음조차 품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다.
드디어 마지막 경유지인 제비꽃읍에 도착하게 되는 도현. 그런데 그곳에서 미행어사 순례길 최대의 난관을 만나게 되었으니 바로 놀부 뺨치는 심술보의 정율희 아가씨.
부친의 오랜 벗이자 명망 높은 읍차인 정경구에게 저런 망나니 딸이라니!

“좋소. 내 반드시 아가씨의 그 심술보를 고쳐 놓고 말리다. 거짓 놀음을 해서라도.”

어라! 그런데 이상하다. 아무래도 이 아가씨는 그 아가씨가 아닌 것 같은데.
연모에 대해 상반된 마음을 지닌 두 뇌색남녀의, 누가 주인공인지 알 수 없는 거짓 놀음 속에서, 뇌색과 뇌색의 불꽃이 튄다.
한편으로는 꽃에 관한 갖은 사건들을 해결해 나가면서 그 속에서 과연 연모는 싹틀 수 있을까?

☆ 본격 리뷰

꽃의 가야, 화가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연모 이야기와 뇌색 남녀의 현명한 송사 해결을 엿볼 수 있는 이영희 작가님의 <꽃별의 초야>.

제목이 참 예쁘죠. '꽃별의 초야'는 "화려한 색의 꽃별들이 두 줄로 늘어섰다가 색색의 별똥이 되어 떨어지는 밤"을 일컫는 말이에요. 혼사가 있는 날에 화가야 사람들이 다 같이 즐기는 춤과 닮아 '꽃별의 초야'로 불리게 된 거죠.
그 뜻처럼 <꽃별의 초야>는 한 남녀가 아름다운 '꽃별의 초야' 아래 정답게 춤을 추게 될 혼인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어요.

그 주인공이 누구냐고요?
그럼 본격적으로 주인공의 소개에 들어볼까요?

그 도령, 김도현. 화가야의 아한(조선의 좌의정) 공의 아들이자 국읍(수도) 최고의 '타락(우유) 빛깔 뇌색남'으로, 태양궁 사간원 주사렷다. 계오동꽃을 반려화로 둬 계오동꽃을 자유자재로 부릴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더라.  45대 한울왕의 명을 받잡아 화가야의 도읍을 돌아다니며 미행 중인 미행어사로, 부친의 오랜 벗인 정경구 대감이 읍차로 있는 제비꽃읍에 들르게 되면서 그의 운명이 거짓 놀음과 엮이게 되고 말았으니!

도현에 관한 건 다음 본문이면 충분할 듯해요.

 

 

그의 이름은 김도현, 국읍의 이름난 '뇌색'이었다. '뇌색'은 '뇌에 색기가 흐른다'는 뜻으로 얼굴의 색기가 사람을 홀리듯이 재치와 총명이 다른 사람들을 홀릴 정도로 뛰어난 사람을 일컫는 말이었다.
 잔근육이 자리한 도현의 균형 잡힌 몸매는 비율도 조화로웠다. 알맞게 각이 져서 남자다운 턱 선에 콧날도 적당하게 솟았다. 단단히 맞물린 입술은 호선을 그렸고 긴 팔과 다리의 움직임은 날렵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도현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눈빛이었다. 뇌색을 숨길 수 없는 도현의 눈동자는 밤임에도 불구하고 총명함을 마구 뿜어내고 있었다.(11쪽 중)

 

 

이 얼마나 완벽한 남주인가요? 뇌색과 미색이 뛰어난 그답게 뭇 규수들의 마음을 휘저어놓는데, 그는 어린 시절의 상처로 인해 "저는 연모의 마음 따위는 절대 가지지 않을 것입니다."라며 연모의 감정도 혼인 생각도 없어요. 그런 그의 앞에 한 여인이 나타나요.

그 규수, 정율희. 명망 높은 제비꽃읍 읍차 정경구 대감의 여식으로, 혼인적령기를 놓친 스물세 살의 과년한 처자렷다. 혹자는 놀부 뺨치는 심술보가 주렁주렁 달렸다고 하고, 혹자는 읍민들 못살게 구는 데 도가 텄는데 웃전들 앞에서만 요조숙녀인 척하는 이중적인 인물이라고 하니.

동리 사람들과 도현의 시종 현수-심술보, 망나니
읍차 어르신-심술궂은 외모에 혼인 걱정
도현- 아무 걱정 없어 보임

 

 

그런데 웬걸? 미행어사 김도현은 정말 미칠 노릇이었다. 정율희가 남들이 말한 것과는 달리 보이더라. 아름답고 은은한 기품을 풍기는 음전한 처자로만 보이니.
도현의 눈에 비친 율희는 다음과 같더라.
"갸름한 볼살에 동그란 눈매로 잇꽃처럼 붉은 입술에 나긋나긋한 말투"
남들이 말하던 심술보는 찾아볼 수 없어라.

남들은 심술궂다 하는데 도현의 눈에만은 율희가 달라 보여요. 그녀가 우려내는 차처럼 향기롭고 우아하게 보이죠. 음전하기에 그지없고요. 그런데 읍민들은 물론이고 율희의 시종인 미우도, 그의 시종인 현수도, 심지어 율희의 부친인 정 대감도 다들 율희를 심술궂다 하니 도현은 난감하기 그지없죠.

"진정한 반려는 말이야. 한눈에 바로 알아볼 수가 있단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이 저이는 모자란다, 못났다, 난한 사람이다 하여도 내 눈에만큼은 그이가 어여쁘고 곱고 멋있고 다정하게 보이면 그 사람이 정말 내 평생의 운명의 반려인 것이야."
도현의 외할머니의 말씀처럼 그녀가 진정한 반려인 것일까요?

율희의 심술보를 고쳐 놓고 위해 저지른 거짓 놀음인데 어찌 그가 놀음판에 놓여 있는 듯하니...
실제 주인공들은 자기가 주인공인 줄도 모르는 놀음이 벌어지고 있었으니...

아, 이거 말해주고 싶은데 말해줄 수가 없네요. 나름 그 연유에는 반전이 있었으니! 스포가 될까 봐 말할 수가 없네요. 직접 책을 읽으시고 나름 반전으로 다가온 그 연유를 알아가는 재미를 맛보시길...^^

<꽃별의 초야>는 다양한 송사 해결을 통해 도현(+알파)의 뇌색을 엿볼 수가 있어요. 이 점이 도현과 율희의 연모 과정뿐 아니라 글의 큰 흥밋거리 중 하나죠. 많이 봤던 에피소드를 작가님 나름대로 각색한 것이긴 하지만 도현의 기지를 엿보는 것과 동시에 교훈적인 메시지도 담겨 있어요.

화가야라는 이름처럼 꽃의 아름다움이 신비롭게 스며든 글이에요. 특히 해바라기에게서 찻잔에 넣기 위한 꿀을 얻는다거나 도현이 계오동꽃을 움직이는 장면은 신기하고 독특하게 다가오는 장치 중 하나예요.

화가야라는 가상의 가야는 작가님의 전작들에서도 등장하는 배경으로, 작가님 작품에서 큰 줄기를 차지하는 세계관이에요. 이 글을 통해서 화가야와 꽃에 대한 작가님의 애정을 엿볼 수 있어요. 전체적으로 흥미로운 전개라 재밌게 읽긴 했는데 이따금씩 미사여구가 과한 듯해 그 점이 글의 몰입을 방해한 점이 아주 약간 아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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