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에 너를
강부연 지음 / 봄출판사(봄미디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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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대로 키워드: 해피엔딩, 잔잔물, 달달물, 성공물, 연예인물, 우연에서필연으로, 긍정, 폐쇄, 상처, 상처, 철벽, 시각장애인, 연예인

 

표지글 발췌

 

우리가 만난 건 우연이었어요, 아니면 의도였어요?”

 

세상을 볼 수 없는 여자와

세상에 보이고 싶지 않은 남자의 우연한 만남.

 

내 어두운 장애 속으로 너를 끌어들이게 될까 봐 무서워.”

-원인 모를 고열로 평생의 빛을 빼앗긴 그녀, 정시진.

 

네가 없는 지난 일주일이 나한테는 어둠보다 더 어두웠어.”

한순간의 사고로 부모님을 모두 잃게 된 그, 선우준.

 

우연이 세 번 거듭되면 그건 곧 필연이라는데. 너랑 나, 우리는 인연일까?

 

점자처럼, 유도 블록처럼.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을 때, 잠깐 스친 그 손끝으로 나를 읽어 줬잖아.”

 

너는 내게 세상 무엇보다 선명한 하나의 감각.

마침내, 손끝에 너를.

 

본격 리뷰

 

<손끝에 너를>은 평범한 듯하면서도 마냥 평범하지만은 사랑을 그리고 있어요. 시각장애인인 한 여자와 어릴 적 전도유망했던 아역배우였으나 불의의 사고로 모든 것을 읽게 된 후 존재감을 감춘 채 하루 하루를 연명하듯 살아가듯 한 남자의 이야기예요.

 

그 여자, 정시진. 27. 어릴 적 겪은 원인 모를 열병으로 인해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인. 텔레마케터.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긍정적이고 당찬 성격의 소유자. 우연한 만남이 가져다 준 친구 준과 함께 하는 일상 속에서 점점 그를 마음에 담게 되는데…….

 

그 남자, 선우준. 27. 한때 잘 나가던 아역배우였으나 불의의 사고로 부모를 잃은 후 화려했던 예전의 삶과는 180도 다른 삶을 살아가는 남자.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시진을 만나면서 다시 배우의 꿈에 접어들게 되는데…….

  

  

우연이 세 번이면 필연이라는 어느 말처럼 시진과 준은 끝내 서로는 알지 못했겠지만 텔레마케터와 고객으로서 연이 닿아요. 시작은 안 좋았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운명처럼 공원에서의 만남이 지하철에서의 만남으로 이어지고, 어느새 점심을 함께 하는 친구로 이어지죠. 한때의 유명세로 인한 세상의 시선에서 저를 감추고 싶었던 준은 남의 눈에 띄고 싶어 하지 않아요. 자신을 감추고 사람들과 어울리려고도 하지 않죠. 처음 시진에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은 것도 그녀가 자신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컸어요. 그가 누구인지, 지금의 모습이 어떤지 그녀는 모를 거라는 상황이, 시진의 밝음이 준이 마음을 열게 하고 세상으로 나아가게끔 하는 힘이 되어주죠. 시진과의 대화를 통해 그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돼요. 연기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불의의 사고로 부모를 여의게 되면서 그가 불행해진 탓을 연기로 돌렸던 그는 다시 연기를 하기로 마음먹죠. ‘눈이 멀어도 살면 다 살게 되어 있다’, ‘죽는 것도 아닌데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 없다는 시진의 말은 그간 과거로부터 도망쳐온 준을 다시 세상과 마주하게 하고 꿈을 찾게 해요. 시진의 밝음과 용기 있음이 그의 등을 밀어줬다고 볼 수 있죠. 그렇게 준은 극단에 들어가고 단역을 하고 차근차근 꿈을 실현시켜 가죠.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시진은 어릴 적 갑작스레 찾아온 어둠에 한때는 방 밖으로 나서는 것도 무서워했었지만, 그녀에게 애정과 지지로 바라봐주는 부모님과 친구 정은, 안내견 남친 버디 덕분에 긍정적이고 자립심 강한 사람으로 성장했어요. 하지만 그런 그녀의 성격에도 불구하고 편견과 불이해로 인한 배척은 때때로 그녀를 상처 입게도 했죠.

준과의 첫만남은 그녀에게 그렇게 유쾌하기만 하지 않았죠. 하지만 그에게서 도움을 받고 점심을 함께 하는 친구가 되어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게 되면서 시진은 서서히 준을 마음에 담게 돼요. 아마 그녀는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거예요. 그렇기에 그녀의 소울메이트인 진석이 그녀의 절친이자 동거인인 정은에게 그러했듯이 장애로 인해 지레 겁먹고 도망치려고 하죠. 시진이 참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어쩌면 장애 때문에 더 강해져야겠다고 노력했을 뿐 실은 여리디여린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랑 앞에서 주저하는 것을 보면 말이죠. 결국은 이런저런 과정을 겪으면서 한없이 예쁜 사랑을 하지만 말이죠.

 

이 글에는 여러 매력이 있어요. 시진의 밝음과 용기, 오직 시진만을 바라보는 준의 철벽, 절로 미소짓게 하는 무한매력의 안내견 버디, 시진과 준의 사랑을 응원하는 주변인들, 시진과 준이 나누는 따뜻하고도 마음에 와 닿는 대사들 등……. 읽는 내내 가슴이 따뜻했어요.

 

나랑 다니면 너, 버디 때문에 앞으로 웬만한 식당은 죄다 입장 거부당할 거야.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나 커피숍은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창피하게 입구에서 되돌아 나오는 일이 수두룩하단 소리야.”

사람 많은 길을 지날 땐 더 신경이 쓰일 테고, 가끔은 시비가 붙을 때도 있어. 일일이 대거리를 하다가는 금세 지칠 정도로 많이.” -201

 

나란 놈은 아직 변변한 직업도 없어. 이제 막 걸음마 시작한 무명 연극배우에, 고졸에, 그 흔한 졸업식 사진 한 장 찍어 줄 가족도 없었어. 너처럼 컴퓨터나 휴대폰도 제대로 다룰 줄 모르고, 그러니까 네 장애에 비해 내 가난이 하나 나을 게 없다는 뜻이야.”

 

그런 나를 네가 발견해 줬잖아. 점자처럼, 유도 블록처럼.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을 때, 잠깐 스친 그 손끝으로 나를 읽어 줬잖아.” 203

 

장애와 가난. 시진과 준, 각자가 가진 핸디캡은 정작 서로에게는 핸디캡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이 두 사람의 사랑이 얼마나 깊고 진실된 지를 보여줘요. 작은 것 하나에 감사하고 행복해하는 시진과 준의 연애가 참 예뻤어요.

그리고 단순히 두 사람의 사랑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시각장애인인 시진의 삶과 시선을 통해서 장애인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고, 장애인을 마주하는 데 있어서의 자세를 다시금 새겼다고 할까요. 몇 년 전에 안내견에 관한 책을 읽었었는데 그때 배웠던 것들도 새록새록 떠올라서 그런가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교훈적 메시지도 있는 글이어서 더욱 좋았어요.

 

일곱 살에 시력을 잃은 시진과 일곱 살에 부모를 잃은 준, 둘 다 일곱 살에 삶의 전환기를 맞았는데 둘이 서로를 만나고 사랑을 하게 되면서 행복한 터닝포인트를 다시 한 번 겪게 되다니……. 두 사람이 운명이긴 한가 봐요. 운명적인 사랑을 현실적이면서도 소박하게 그려내는데, 심리묘사도 충분히 공감가게 표현되어 있고, 작가님께서 기승전결 완급조절을 잘하셔서 지루할 틈 없이 무척 흥미롭게 읽었어요.

 

읽는 동안 마음을 따뜻하게 적셨던 강부연 작가의 <손끝에 너를>.

작가님의 작품은 처음인데 이번 <손끝에 너를>을 무척 느낌 좋게 읽어 전작들을 하나씩 찾아 읽고, 작가님 성함 꼭꼭 기억해둬 다음에 신간 나오면 꼭 구입해서 읽어야겠다는 다짐 아닌 다짐을 했어요. 그 정도로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던 글이에요. 이런 따뜻한 느낌의 글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사랑스러운 등장인물들, 따뜻한 메시지와 글의 분위기, 강하진 않지만 잔잔하게 사람을 마음을 두드리는 힘이 이 책에 온전히 몰입하게 하고 감동을 느끼게 했어요. 안 읽어본 분들께 절로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무척 만족스럽게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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