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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첩 스파게티
라이너 하흐펠트 지음, 한수진 그림, 배명자 옮김 / 서교책방 / 2025년 4월
평점 :
오늘 소개할 『케첩 스파게티』는 어린이 뮤지컬로도 사랑받았던 『고추장 떡볶이』의 원작 동화입니다. 혹시 여러분은 어른이 잠시 자리를 비운 집에, 나 혼자 혹은 또래 형제들끼리만 남겨졌던 기억이 있으신가요? 또는 그런 경험은 없지만 지금 어린 자녀를 키우고 계신다면,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이 ‘어리다고만 볼 수 없는 존재’라는 걸 새삼 느끼시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형 디터와 동생 악셀. 디터는 초등학생, 악셀은 유치원생입니다. 두 아이는 부모님의 사랑과 보호 속에서 자라고 있는 평범한 형제입니다. 이들의 아버지는 대형 건설사에서 크레인 기사로 일하고 있어, 건축 현장이 있는 다른 도시에 자주 가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아빠 없이 엄마와 셋이 지내고 있었죠. 그런데 어느 날, 엄마가 갑작스레 아프셔서 병원에 입원하게 됩니다.
아이들을 돌보러 오기로 한 울라 이모. 그러나 예기치 못한 사정으로 올 수 없게 되었다는 연락이 옵니다. 디터는 이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학교도 가지 않고 악셀과 함께 하루를 집에서 보내게 됩니다. 우당탕탕, 시작부터 모든 것이 쉽지 않죠. 사과 하나 꺼내기도 쉽지 않고, 엄마 어깨 너머로 보던 간단한 스파게티를 만들려 해도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냉장고 문을 열어서는 안 돼.”
“서랍을 뒤져서는 안 돼.”
“함부로 손대면 안 돼.”
– 『케첩 스파게티』 중에서
늘 “안 돼”라는 말로 아이들을 통제했던 엄마. 디터와 악셀은 그런 환경에서 자라왔습니다. 이 장면을 읽으며 저 또한 제 어린 시절과 부모님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지요. 동화의 제목이기도 한 ‘케첩 스파게티’는 단순한 음식 이름을 넘어, 아이들의 자립과 성장, 그리고 용기를 상징하는 말이라는 것을 책을 덮으며 깊이 느꼈습니다.
먹을 것이 없어 배를 곯다가 직접 요리를 시도하면서 생긴 실수들, 그 속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배우고 성장합니다.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만들어낸 ‘케첩 스파게티’를 엄마가 퇴원하던 날 내어주며 “잘 다녀오셨어요”라고 말하는 그 장면에서, 저는 ‘아이들을 믿는 것’이 결국 아이들의 성장 동력이 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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