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용해지면 들리는 책 ㅣ 웅진 세계그림책 268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지음, 레너드 웨이즈가드 그림, 이혜원 옮김 / 웅진주니어 / 2025년 3월
평점 :
소리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듣지 못합니다.
너무 작아서가 아니라, 너무 커서도 아닙니다. 그저 귀보다 마음이 더 시끄러웠기 때문입니다.
《조용해지면 들리는 책》은 작은 강아지 머핀이 깨어나는 순간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잠결을 비집고 들어온 어떤 소리. 그것은 누가 봐도 작고, 하찮고, 쓸모없는 소리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세상이 얼마나 미세한 떨림으로 가득한지 깨닫게 됩니다.
살금살금, 치이익, 후유, 호로록…책 속 의성어들은 단순한 흉내가 아니라, 세상의 맥박이 되고 벌의 날갯짓이나 개미의 발소리가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긴 시간 동안 자신이라는 스위치를 꺼두고 있었는가를 일깨우는 음표가 됩니다.
소리의 세계는 우리가 침묵할 때 열리는 문과 같습니다. 그 안에는 말 대신 감촉으로, 눈 대신 감정으로 존재하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머핀의 귀는 사실상 이 책의 카메라이고, 그 렌즈를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게 합니다.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의 옷을 입고 있지만, 실은 우리가 얼마나 무감각하게 세상을 지나치는지를 조용히 묻습니다. 소리를 듣는 일은 곧 존재를 감각하는 일이며, 사랑하는 일입니다. 오늘 하루 어린이도 어른도 자신의 스위치를 켜고 나의 세상을 듬뿍 담아보는 것을 《조용해지면 들리는 책》으로 시작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