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 하나 이야기 하나 #1
그날 밤은 어둡고 추웠어요. 하늘에는 별이 없었고 내 곁에는 당신이 없었죠. 한참을 뒤척여도 잠이 오지 않았어요. 눈 감으면 추억이 웃었고 눈 뜨면 초침이 울었죠. 좁게만 느껴지던 침대는 휑했어요. 코 끝에서 침대 끄트머리까지 널따란 설원이 누워 있었죠. 쌓인 눈을 움켜쥐듯 침대보를 거머쥐었어요. 물기 없는 서늘함에 입술이 시렸어요. 끌어올린 얇은 천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썼어요. 아기처럼 웅크리고 당신을 새겼어요. 당신의 이름도 혀 위에서 굴렸죠. 하지만 울거나 슬퍼하지는 않았어요. 난 알고 있거든요. 그리움이야말로 당신이 선물한, 나긋하고 끝없는 속삭임이란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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