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오래 걸었다. 어제를 지나치니 오늘이 기다린다. 또다시 넘었더니 새로이 펼쳐진다. 흙먼지를 이끌고 개울을 묻히고, 아스팔트를 밟고 언덕을 내달았다. 하지만 아직 산은 보이지 않는다. 오늘이 다 가도록 어디에도 없다. 수염이 덥수룩한 어제도 그랬고 볼이 빨갛던 그때도 그랬다. 분명 그곳에 있을 터인데. 물집이 터진 발가락은 조그만 자국을 남기다가 빨간 도장을 찍는다. 어제가 되어 오늘로 사라질 흔적들. 엄지 발가락이 아린다. 아파서 내일을 디디지 못할 것 같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힘 주어 딛던 걸음은 주저하며 망설인다. 아직 산은 보이지 않는다. 새싹도 낙엽도 달도 해도 없다. 오늘의 여명도 어제의 새벽으로, 그 날의 노을도 언젠가의 밤으로. 모든 건 여전히 물러가고 아직도 다가온다. 숨 돌리고 발 주물렀으니 다시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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