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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생각이 내 생각이 되지 않으려면 - 내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필로소피 클래스
오타케 게이.스티브 코르베유 지음, 김윤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9월
평점 :

이 책은 무엇을 위한 책일까?
#남의생각이내생각이되지않으려면 이란 제목처럼 우리가 흔히 '내 생각'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정말 내 생각이 맞는지, 내 생각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철학적 질문과 작가의 생각, 수많은 철학자들의 말을 통해 답을 찾아가게끔 한다. 누군가 당신에게 "네 생각은 어때?"라고 물었을 때 "내 생각은..."하며 대답하는 그 생각은 과연 누구의 생각인가? 당신의 생각이 맞을까? 얼마나, 어떻게 생각했는가?
이 책에서는 크게 6개의 주제를 통해 우리가 인식하는 '내 생각'에 대해 접근한다.
책에서 무엇을 말하고 있나?
책에서는 정리의 시점, 해체의 시점, 탐구의 시점, 발전의 시점, 재생의 시점, 창조의 시점을 통해 과거 철학자들이 치열하게 사유해 온 인간의 생각에 접근한다. 특히 눈길이 갔던 단락 중 이러한 부분이 있다.
[세상 혹은 유행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지는 않은가? 세상의 시점이란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시각이며, 유행의 시점은 '이러이러하길 바란다'는 시각이다. 이에 반해 몽테뉴가 전수하는 시점은 '정말로 자신의 눈으로 보고 있는가?'다.]
이 부분을 읽으며 잠시 눈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내가 하는 생각이 진정한 나의 생각일지, 세상의 흐름에 편승한 의견일 뿐인지 쉽게 판단이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또 하나의 단락을 보며 내가 알고 있는 내 생각이 사실은 내 생각이 아닐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인터뷰에서 "우리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속에서 살아갈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라고 대답했다. (중략) 만약 50년 전에 대기업 사장이 같은 말을 했다면 회사에서 사임을 종용했을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강제로 입원시켰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아무런 속박 없이 사물을 보고 사물을 알고 사물을 상상할 수 있을까?]
만약 우리가 지금 시대가 아닌 10년 전 혹은 50년 전의 세상에서 살고 있었다면 일론 머스크의 저 발언을 듣고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우리도 마찬가지로 세계 최고의 경영자가 드디어 미쳤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클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예상보다 자율적으로 생각하지 못한다. 자유로운 상상조차 사실은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책의 본문에서는 끊임없이 질문과 사례를 통해 우리를 점점 철학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나에게 어떻게 적용할까?
책을 모두 읽은 후 들었던 생각은 단연 '내 생각'에 대한 의심이었다. 나름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들이 사실은 그저 받아들인 정보의 정리 수준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난 지금껏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는 무엇에 휩쓸리며 살아온 걸까.' 같은 생각을 계속 되뇌이게 되었다. 아마 이 정도의 생각을 내 머릿속에 남겨두었다면 적어도 이 책은 자신의 도리를 다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도 종종 무엇가를 바라볼 때 세상의 시선이나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닐지 의심해 봐야겠다.
이 책에 대한 평가는?
이 책은 무거운 책이다. 실제 무게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책의 외형이 주는 이미지나 인상은 상당히 가볍고 재기발랄할 것 같은 예감을 주지만 책의 척 페이지를 여는 순간 느낄 것이다. 외형과는 매우 다른 본질을 가졌다는 것을 말이다. 만약 철학에 대한 기초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완독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매 페이지에 등장하는 철학자들의 이름이며 각종 용어를 이해하는 것 부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두 번 정도 고비를 겪었다. 그러나 이 책은 생각을 하게 하는 맛이 있다. 그래서 다시 집어들 수 있었다.
만약 스스로의 생각에 대해 궁금하다면 한 번 읽어보라. 평소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사색할 수 있을 것이다.
내 기억에 남은 구절.
시선이란 사진기처럼 세계를 '복사하는'것이 아니다.
우리 인간은 시선의 힘을 통해
독특한 모습으로 세계에 의미를 붙여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