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우리는 싱글맘 싱글대디다
정일호.박소원 지음 / 멘토르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어릴때 어른들이 집안에 암환자가 있으면 그런건 커서 결혼할 집에 얘기하지 말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치명적인 병력이 혼사에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거. 그러나 지금은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암환자 1명꼴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암이란 질병이 만연하고, 비슷한 이유로 숨겨지는 이혼한 가족이 있는가 또한 바로 우리 가족이 아니라도 한다리 건너 친척만 해도 이혼한 사람이 있을 정도로 흔해진 것이 이혼이다. 이혼 뿐 아니라 사별로 인하여 싱글이 되는 이들이나 미혼모들까지 생각하면 실제로 통계학적으로 나오는 것 보다 더 많은 싱글부모가 있을 거다.

어릴땐, 어쩐지 홀 어머니나 아버지와 살거나 혹은 그마저 안되어서 할머니나 할아버지와 사는 친구들에 대해 어쩐지 거리감을 느꼈던게 사실이고, 대한민국에선 [이런 형태의 가정에서 자란 아이=문제있는 아이]라는 편견이 아직도 팽배하다. 그러나 사실 외국만 해도, 한부모 가정이 아니라, 불화가 심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잘못된 길로 들어서는 경우가 더 많다고 했다. 실제로 주변을 보면 가부장적 제도에 희생되는 자신의 어머니가 뒤 늦게 황혼 이혼을 하고 당신의 삶을 꾸려나가는 것을 보면 기쁘다, 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어린시절 불행한 부모 밑에서 자란 '트라우마'는 아버지나, 혹은 어머니의 부재 이상의 상처가 되어 남기도 하는 것이다.

 이 책은 각 싱글맘과 싱글 대디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세상으로부터 관찰당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이야기 한다. 그 안에 이런 저런 이유로 헤어짐에 대한 억울한 호소나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이것 밖에 없었어라는 식의 자신의 처지에 대해 독자에게 이해시키려는 노력보다, 싱글로 살아가기 땜에 외로움을 느낀다거나, 상대방의 부재로 인하여 느끼는 아이에 대한 죄책감 마저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그러나 광고쪽 일을 하신다는 싱글맘 박소원씨의 이야기는 광고 카피처럼 더 명료하고 분명한 에피소드를 보여주고 있고 사진 작가로 일하시는 정일호씨는 보여지는 것 만으로도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사진처럼 좀 더 감수성이 묻어나는 이야기를 썼다. 마치 에쿠니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가 각각의 감수성으로 써 내려간 '냉정과 열정사이' 처럼, 그렇게 두 작가의 문체와 분위기가 다른 점도 이 책의 재미랄까. 싱글맘은 당돌한 아들의 질문에 대해 할 말이 없어지고, 싱글대디는 아빠보다도 더 어른스럽게 챙기는 딸 앞에서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그 어느쪽도 한쪽의 부재로 인하여 생기는, 부딪히는 문제에 대해 녹록하지 않지만 그래도 아이가 있기에, 희망을 놓지 않고 오히려 이혼이라는 아픔으로 인해 닫힐 수도 있던 마음에 대해 사람들에게 더 솔직하게 다가서고, 그로 인해 그 이전에 볼 수 없던 것들까지 더 오픈된 시각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도 읽으면서 알 수 있었다.

쉽게 결혼하고 쉽게 이혼하는 요즘 세태에 대해 그리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대한민국이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독신 인구로 인하여 한동안은 부동산 시장에 대한 투자는 계속 될 것이다-라고 이야기 하는 아침 뉴스를 보면서, 막을 수 없다면 이혼이나 사별에 좀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 그리고 한부모 가정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과 다른 환경이란 것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어려워하지 않게 다른 아이들과 동등하게 자랄 수 있는, 그런 사회적인 분위기와 복지등이 개선된다면, 경제적인 이유로 생기는 불화등에 대해 좀 더 유연해지고, 오히려 만연하는 이혼을 줄일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되지 않겠는가 싶은 생각이 드는건 나만 그런걸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