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야릇한 요리책

치킨의 50가지 그림자
F. L. 파울러 지음, 이지연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4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읽지 않았지만 그 명성은 잘 알고 있었다. 

주위의 많은 사람(물론 거의 여자였다)의 간증을 수없이 들었고, 그로 인해 책을 읽지 않았지만

마치 읽은 것 같은 증상까지 찾아왔다. 

도대체 그레이 씨가 얼마나 멋있기에 다들 그리 헤어 나오지 못하는지 차마 입으로는 뭐라 말하지 못하고. 그냥 그런가 보다 싶었다.

그런데!!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요리책으로 패러디되었다.

바로 <치킨의 50가지 그림자>렷다! 완전 대~박!

그 책이 요리책, 특히 치킨 요리책으로 절묘하게 재탄생할 줄은 몰랐다.

정말 놀라운 음악을 듣고 "이 음악 약 빨고 만들었나?"고 하는 것처럼 경이 그 자체였다. 

게다가 저자마저 베일에 쌓여있다! 이름마저 가명이다. 

이 책은 순진한 영계 아가씨(?)가 칼잡이 씨와 함께 새로운 요리를 도전하는 과정을 야릇하고 핫하게 그려내고 있다. 

크게 3부로 나누어 순진한 영계, 산산이 조각나다-토막친 닭 요리와 부분육 요리, 거침없이 막나가는 치킨-고급기술 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편집도 깔끔하고 먹음직스러운 닭요리 사진은 물론 헐벗은 칼잡이 씨의 몸매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아놀드 횽 빰 세 번도 칠 칼잡이 씨가 영계 아가씨를 끈으로 옳아매는 사진은 단연 최고였다. 칼잡이 씨 얼굴 정말 궁금했는데 매정하게 얼굴은 나오지 않는다. 

요리책이지만 읽는 내내 닭한테 빙의되어. 내가 닭인지 닭이 나인지 물아일체가 되는 기묘한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이제 영계 아가씨는 단순히 요리 재료가 아니라 칼잡이 씨의 꽃이 되었다!

다른 식재료와 칼잡이 씨의 과거를 질투하고, 새로운 요리법도 과감하게 도전하며

심지어 칼잡이 씨를 도발하기도 한다. 

요리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핫하고, 야릇하고, 오감을 자극하고. 

이렇게 숨죽이며 읽은 책은 처음이다. 

'염불보다는 잿밥'이라고 레시피보다는 영계 아가씨와 칼잡이 씨의 밀당이 눈에 더 들어왔지만,

세상에서 가장 특이하고 야릇한 요리책임을 부정할 수 없다. 

레시피가 다소 어메리칸 스타일이라서

우리나라판 <치킨의 50가지 곁그림자>로 삼계탕, 닭볶음탕 등도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