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라디오
이토 세이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영림카디널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최근 배 타고 제주도를 다녀왔다. 잠깐 낮잠을 잤는데, 배가 침몰하는 꿈을 꿨다.

그 얘기를 하니, 동행했던 부모님께서도 세월호가 자꾸 생각나서 여행에 대한 설렘보다 두려움이 앞섰다고 하셨다그때의 두려움과 공포가 마음속에 각인되어 있던 터라, <상상라디오>란 책이 반가웠다.

 

<상상라디오>는 죽은 사람의 시점에서 동일본 대지진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게다가 삼나무 꼭대기에 걸린 DJ 아크가 상상으로 방송한다는 내용도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이 상상라디오는 스폰서도 없고, 라디오 방송국도, 스튜디오도 없습니다. 제가 마이크 앞에 있는 것도 아니고, 실은 말을 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당신의 귀에 제 목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상상력입니다당신의 상상력이 전파이고, 마이크이고, 스튜디오이고, 전파탑이고, 제 목소리입니다."


<상상라디오>는 슬프지만 무거운 얘기를 DJ 아크를 통해 가볍게 풀어내고 있다DJ 아크의 수다와 청취자들의 다양한 이야기, 죽은 자와 산 자의 대화 등이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DJ 아크의 경쾌한 진행을 따라가다 보면, 한낮의 신나는 방송 같다.

죽은 자와 산 자의 경계 없이 단지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 같다.

죽음이 삶의 한 조각인 것처럼.


그런데 처음 기대와 달리, 기계적으로 페이지를 넘기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일부러 동일본 대지진 동영상을 찾아 여러번 돌려보며, 책과 친해지려고 했는데도 쉽지가 않았다.


왜일까? 분명 흥미로운 내용이다! 누구나 먼저 떠난 사람을 가슴속에 품으며 언젠가 만나기를 기원한다그런데 왜?? DJ 아크와 다양한 청취자의 사연도, 죽은 자와 산 자의 대화도, 가슴 속에 와 닿지 않고 부유한다소통과 힐링보다는,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란 반감이 치밀어 오른다.

다양한 밥상을 차려놓고, 이래도 맛 없다고 할 거야? 맛 없으면 이상하지, 하는 것 같아 조금은 답답하고, 우울한나의 상상 속 라디오와는 조금 다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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