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공녀 강주룡 - 제2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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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을 찾아 읽었는데,한동안 읽지 않았더니 

최근 수상작 목록에 생소한 작가들이 많아 깜짝 놀랐다. 


우리나라 최초로 고공 농성을 벌인 여성 노동자 강주룡의 삶과 사랑을 다룬 이 책은 표지부터 강렬하다. 판형도 일반 단행본보다 컸다. 

 

예전에 세 명의 여성 혁명가를 다룬 <세 여자>를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이 책도 한겨레출판사에서 나왔다) 강주룡의 삶도 궁금했다. 강주룡이란 이름은 난생처음 들어보았는데, 우리나라 최초로 을밀대 지붕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인 노동자다. 이 사건이 강주룡의 성격을 한번에 보여준다. 


21세기에 살고 있지만, 여성 노동자가 고농 농성을 벌인다면 신문에 날 만큼 큰일인데,

1931년에 고공 농성을 벌였다니 이 얼마나 대범하고 용감한 여성인가.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전빈과의 결혼, 전빈과 함께한 독립군 활동. 2부에서는 신여성을 꿈꾼 주룡의 홀로서기, 부합리한 노동환경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주룡의 모습을 보여준다. 


주룡의 삶은 '운명'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주룡은 자신에게 닥친 운명을 거부하지 않았고, 당당하게 마주하고 싸웠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남자들 못지않게 치열하게 자신에게 부여된 일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처음에는 남편 전빈을 따라, 달헌의 집요한 설득으로 시대의 호응에 답했지만,    

주룡이 보여주는 담대함과 기재는 가히 놀라울 정도다. 

부당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앞장서고, 달헌 앞에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다. 

이런 주룡이였기에 을밀대 지붕에 올라갈 수 있었을 것이다. 


담담하게 적혀 내려간 주룡의 삶을 따라가다, 마지막에 가서야 맥이 퐉 풀린다. 


"저기 사람 있다."


80년이 지났는데, 왜 우리의 삶은 크게 변하지 않았을까.

주룡의 치열한 삶은 눈부시게 아름답고 반짝였지만, 아직도 우리는 계속 싸워야 한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팠다.(이후 주룡은 잦은 단신 투쟁으로 병을 얻어 죽었다고 한다.) 

이제는 고공 농성은커녕 "누군가 하나 죽어 나가야 해결되나'라고 외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부록에 실린 을밀대 위에 올라간 주룡의 모습이 자꾸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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