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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향 독서법과 독서치료
박연식 지음 / 고요아침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박연식의 <전방향 독서법과 독서치료>를 읽다보면 어린 시절 '사방치기'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어릴 때 느꼈던 놀이만큼이나 재미난 독서법 그리고 편식하는 어린이들에게 골고루 영양을 섭취할 수 있도록 식탁을 꾸미는 엄마의 마음으로 ‘삶으로서의 독서’를 제시하는 책이다. 한편 독서를 통해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과 강의를 통해서 느끼고 경험한 사례와 자료를 정리함으로서 생생한 동영상을 보여주 듯 독서치료의 방향을 제시해 준다.
이즈음에서 우리가 한 번쯤 짚고 넘어갈 독서에 대한 문제들을 생각해 보자.
우리는 책을 왜 읽는가?
더욱 본질적인 질문인 ‘책을 읽고는 읽는가?’보다는 조금 발전된 추궁임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다음으로 우리가 책을 읽는 내용을 물어본다.
우리는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가?
세 번째가 궁금할 것이다. 이 때 물음은 익히 예상할 수 있다.
우리는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가?
끝으로 우리가 책을 덮으며 하는 물음이 있다.
우리의 삶이 변화하고 있는가?
‘책을 읽는다’는 행위인 ‘독서’는 단순히 텍스트를 읽는 것도 되고, 내용과 행간의 의미를 분석하고 파악하는 의미도 있다. 때론 작가의 의도된 마수걸이에 넘어가 혼동을 겪는 첫 희생양이 될 수 있는 위험한 도전(?)이 책읽기다. 그럼에도 책을 놓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 ‘즐거움’이다. 너무 단순한가?
책머리에서 작가는 「책읽기는 여정이며 그 끝에서 또 다른 나를 만난다」고 한다.
그래서 전방향 독서법의 첫 주제는 ‘삶으로서의 읽기’다.
삶을 표현하는 말은 사랑을 표현하는 말만큼이나 풍부하다. 그럼에도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허무하게도 ‘삶은 감자’였다.
그나마 김동인의 <감자>라면 조금은 복녀의 마음을 위로해 줄 수도 있었을 텐데......
야마무라 오사무는 <천천히 읽기를 권함>에서 일본 문학 100년 사상 최고의 국민 작가라고 칭송받는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 한 장면을 너무도 인상적으로 감상하는 글을 적어놓고 있다. 또한 양쪽으로 펼쳐든 책을 눈 높이로 올려서 바라보면 책상 앞에서 갈매기 한 마리와 여행을 떠나는 황홀한 상상으로 책읽기의 즐거움을 갈파하고 있다.
빨리 읽고 싶은가? 그렇다.
많이 읽고 싶은가? 그렇다.
깊이 읽고 싶은가? 생각 좀 해보고...
이러한 질문을 만들어가면서 <전방향 독서법>이 전해주는 읽기의 힘은 어느 덧 ‘나를 찾아가는 책읽기’로 변해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진짜 시작이며 변화일까?
천만에 말씀이다.
작가는 구본형의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를 통하여 “길을 떠날 때는 무릇 사무치는 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익숙한 삶이 만들어 주는 효과적인 삶과 효율적인 알맹이의 유혹에 길들여 있는 당신과 나는 오늘도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힘들고, ‘낯선 곳에서의 아침’은 거북스럽다. 그래서 오늘 나에게 주어진 현실은 마음의 소리 앞에서 ‘불편한 진실’일 뿐이다.
전방향 독서법은 이해하기 쉬우나 실천하기 어렵다.
시작이 참된 시작이 되고, 변화가 참된 변화가 되려면 참된 나를 찾아가는 과정으로서 책읽기가 방향을 잡아야 한다. 그래서 실천은 습관의 벽 때문에 조금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니 보따리를 조심스럽게 차근차근 풀어야 한다.
첫 번째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그래서 자아를 돌아보게 되는 과정이다. 내면 속에서 웅크리고 있는 그 어떤 아이를 인식하고 손짓하는 읽기가 그 시작이다. 자존감을 회복하여 자신감을 획득하는 과정을 작가는 <거울>이라 상징한다.
자기의 참모습과 내면의 아이를 인식하였다면 당신은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작가는 두 번째로 <나침반>을 제시한다.
삶의 가치와 의미를 부여해 주는 꿈과 비젼, 사명감 또는 소명의식을 만나야 한다. 타인을 흉내 내는 삶이 아니라 내 얼굴을 찾는 과정이다. 삐에로의 웃음도 가면 속에 감춰진 눈물도 아니다. 온전히 인생의 방향을 정하는 과정이다.
작가는 세 번째 과정을 <시계>로 상징한다.
시계는 지식과 지혜로 대별되며, 자기개발에 심혈을 기울이는 과정을 말한다. 오늘 날 많은 사람들이 시간, 건강, 재테크, 처세술, 방법론, 테크닉을 찾아 빠르고 쉽게 목적지에 도달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는 <시계>는 삶을 온전히 살아가기 위한 선택과 집중을 말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끝으로 전방향 독서법의 마지막은 <쇼파>가 장식하고 있다.
“바쁘다. 바뻐!” “빨리빨리!!” “급하다. 급해!” “초고속, 초스피드, 울트라 메가 씽씽!!”
속도는 경쟁이고 경쟁은 패배와 좌절을 낳는다. 그 속에서 움트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참된 쉼과 회복을 경험하는 자연, 예술, 유머, 가족, 취미 등을 벗 삼아 쇼파처럼 기댈 수 있다는 의미다.
읽기는 여행이며, 그 끝에서 또 다른 나를 만나게 되는 과정이 <전방향 독서법>의 숨겨진 핵심이다. 그리고 독서치료와 관련된 자료와 독서치료의 지나온 길과 나아갈 방향을 멋지게 정리한 한 권의 안내자로서 <전방향 독서법과 독서치료>는 손색이 없다. 다양한 대중매체와 멀티미디어가 오늘날 인문학의 위기를 가져왔다.
그러나 ‘사방치기’가 한 발로 서서 뛰는 과정을 통하여 몸의 균형감각, 끈기와 순발력, 정확성을 길러 준 것처럼 <전방향 독서법과 독서치료>를 통하여 삶으로서의 책읽기가 자신을 참다운 존재로서 인식하고 성장하여 참다운 행복을 추구하는 삶에 도달할 것으로 믿는다. 아직도 우리에겐 삶으로서의 책읽기를 양식으로 삼는 현명한 이웃이 존재하기에 우리에겐 '인문학의 위기'라는 사소함이 결코 두렵지 않다. 책을 사랑하는 모든 이웃들과 함께 나누고자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