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첼 레스닉의 평생유치원 - MIT 미디어랩이 밝혀낸 창의적 학습의 비밀
미첼 레스닉 지음, 최두환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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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과 창의성을 어떻게 연결시켰나 궁금해서 봤는데 내용이 스크래치 활동의 성과 홍보 위주여서 처음에 약간 실망했음.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누는 창의성과 관련된 교육적 메시지가 생각보다 괜찮았고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의사소통과 협업, 교육제도 개선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많았음. 다만 우리의 교육 현실에 맞게 적용하려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좀 우울해짐.

요즘 우리나라 초등학교 고학년생들은 중학교 입학하기 전에 몇년치씩 선행학습하느라 진이 빠진다는데 그렇게 공부하는 한국의 아이들이 이 책에서 보여주듯 서로 아는 것을 나누고 도와줌으로써 창의성을 계발하는 외국 아이들과 맞붙어 경쟁할 때 과연 무슨 생각이 들까 궁금함. 유치원생들만 해도 놀이하는 걸 보면 엄청나게 호기심과 창의성을 발휘하는데 어른들이 공포에 휩싸여 새싹들을 사교육의 덫에 던져넣어 꿈을 짓밟는 것 같아 창의성의 신세계에서 나름대로의 꿈을 발견하고 개척해 나아가는 외국 아이들의 성과를 읽는 내내 죄책감과 부러움에 사로잡혔음.

여담이지만 번역서들을 읽으며 너무나도 자주 느끼는 것은 번역자들이 우리말에 너무 정성을 들이지 않는다는 점임. 아무리 소위 스펙이 화려해 보이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번역을 잘하는 것과는 정말 별개인데 사람들이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음. 번역은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여 오역을 하지 않는 실력 뿐만 아니라 적확한 우리말로 가독성을 높이려는 정성을 들여야 하는 것인데 이 책의 번역자는 밑에 있는 직원을 시켜 번역을 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 정도로 전문가적인 "정성"이 부족함.

읽는 내내 어색한 번역체 때문에 불편함 감정을 억눌렀지만 248쪽의 안네 프랑크 일기 부분에 와서는 인내심에 한계가 왔음. 마고 언니 (Margot) 이름을 '마곳'이라고 하지 않나, 일기문을 마치 다른 이들 앞에서 얘기하는 투로 번역하질 않나 ("언니는 모범생이자 완벽주의자예요. ... 태어났나 봐요... 나는 ... 장난꾸러기였어요."). 번역자가 어릴 적 그런 투로 일기를 썼다고 우기면 할 말은 없지만. 그 밖에 지적해주고 싶은 사례가 너무나 많지만 일단 지금은 여기까지.

- 좋은 책을 이렇게 번역하는 사람들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은 독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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