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저희한테는 진실만을 말해 달라고 했습니다. 설령 상대가 잘못했다 하더라도 피해자는 이미 죽었으니까, 카노 씨는 더 이상 아무런변명도 주장도 하지 못하니까,그러니까 스즈카 씨에게는 진실을 말할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말입니다. 진실만을 말하겠노라고 약속해 준다면저는 스즈카 씨 변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 P366

‘내가 피해자 부모라면 범인이 살아 있다는 건 생각조차 하기 싫을 거야....‘
- P381

"아버지는 생전에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피의자나 피고인에게는 자기편이 변호인밖에 없다고요. 죄를 저지를 정도로 코너에 몰린 사람들은대부분 믿을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은 변호인밖에 없다고요."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니까 그 일을 내가 하는 것뿐이라는 건가."
린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는 이런 말씀도 하셨어요. 검사는 죄지은 자를 가려내고, 판사와 배심원은 죄인을 심판하는 일을 한다고요. 하지만 죄를 지은 사람에게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닫게 하고 사건을 직시하게 함으로써 두번 다시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일깨워 줄 수 있는 사람은 변호인뿐이라고요. 설령 그 사람이 내 가족이나 친구를 죽인 자라 할지라도... 아무도 그 일을 할 사람이 없다면 제가 맡겠습니다." - P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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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은 지켰다고... 전해 줘...
남자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내뱉었다. 남자의 모습이 조금씩흐릿해져갔다.
잠깐만... 기다려요... 가면 안 돼....
아카리는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곧 캄캄한 암흑이찾아왔다. - P18

그 남자는 어째서 나를 공격한 걸까.
대체 왜 나한테 흉기를 휘두른 걸까. 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왜 나를죽이려고 한 걸까.
누군가 이 질문에 답을 해 주기를 바랐지만 그날 일을 다시 떠올린다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 P51

"한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뭐죠?" 사와다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범인은... 왜 그런 사건을 일으킨 거죠? 저는 왜 이런 짓을 당한 건가요?"
사와다가 아카리를 쳐다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짜증나서 그랬다. 상대는 누구라도 상관없었다. 나보다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범인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사와다의 대답을 듣자 온몸에 열이 확 솟구쳤다.
"아카리 씨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나보다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라면 상대는 누구라도 상관없었다...그런 말도 안 되는 이유 때문에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죽을 뻔했다니.게다가 아카리를 구하려다가 한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범인은 아카리의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혔을 뿐만 아니라 평생 씻을 수 없는 죄책감까지 안겨 준 셈이었다. - P59

코헤이는 에츠코에게 꾸벅 인사하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손가락이 떨렸다. 아까 꽃집을 나와서부터계속 가슴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했다.
드디어 아카리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아카리를 만나서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코헤이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간호사실에 들렀다. 간호사에게 면회를 왔다고 알리고 병실로 향하면서 아카리에게 전할 말을 머릿속으로정리해 보았다.
무엇보다 먼저 사과를 하고 싶었다. 아카리는 그날 코헤이가 약속을취소하는 바람에 사고를 당한 셈이었으니까.
그런 다음 자기한테 아카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자신이 아카리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전할 생각이었다.
-저희는 아카리가 완전히 딴사람이 되어버리더라도 그 아이를 사랑할 겁니다. 가족이니까요. 아무리 힘들어도 평생 아카리 곁에서 그 아이를 지켜 줄 거예요.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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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더 진짜 부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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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동안 맡아달라고 하지?
원하는 만큼 데리고 있으면 안 되나?
그렇게 말하면 돼? 아빠가 말했다.
당신 하고 싶은 대로 말해. 어차피 늘 그러잖아. - P15

나는 아빠가 후진시킨 차가 진입로로 나간 다음 멀어지는 모습을 지켜본다. 바퀴가 캐틀그리드를 밟는 소리가 들리더니 기어를 바꾸는 소리, 우리가 왔던 길을 따라 돌아가는 모터 소리가 들린다. 아빠는 왜 제대로 된 작별인사도없이, 나중에 데리러 오겠다는 말도 없이 떠났을까? 마당을 가로지르는 묘하게 무르익은 바람이 이제 더 시원하게느껴지고, 크고 하얀 구름이 헛간을 넘어 다가온다. - P21

"불쌍하기도 하지." 아주머니가 속삭인다. "네가 내 딸이라면 절대 모르는 사람 집에 맡기지 않을 텐데." - P34

"주말에 널 데려다 달라는구나, 옷도 준비하고 해야 한다고."
"그럼 돌아가야 하는 거예요?"
"그래." 아주머니가 말한다. "그렇지만 너도 알고 있었잖니?"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편지를 본다.
"우리처럼 나이 많은 가짜 부모랑 여기서 영영 살 수는없잖아."
나는 그 자리에 선 채 불을 빤히 보면서 울지 않으려고애쓴다. 울지 않으려고 애쓰는 건 정말 오랜만이고, 그래서울음을 참는 게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라는 사실이 이제야 떠오른다. - P79

자갈 진입로에서 자동차가 브레이크를 밟는 소리와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어느새 나는 내가 제일 잘하는일을 하고 있다.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나는 선 자세에서 곧장 출발하여 진입로를 달려 내려간다. 심장이 가슴속이 아니라 내 손에 쥐어져 있는 것 같다. 나는 내 마음을전하는 전령이 된 것처럼 그것을 들고 신속하게 달리고 있다. 여러 가지 일들이 마음속을 스친다. 벽지에 그려진 남자아이, 구스베리, 양동이가 나를 아래로 잡아당기던 그 순간, 길 잃은 어린 암소, 젖은 매트리스, 세 번째 빛. 나는 내여름을, 지금을, 그리고 대체로 지금 이 순간만을 생각한다. - P96

내 발이 진입로 중앙에 풀이 지저분하게 자란 부분을 따라 달리며 울퉁불퉁한 자갈을 세차게 밟는다. 지금 나에게 중요한 것은 딱 하나밖에 없고, 내 발이 나를 그곳으로 데려간다. 아저씨는나를 보자마자 딱 멈추더니 꼼짝도 하지 않는다. 나는 망설임 없이 아저씨를 향해 계속 달려가고, 그 앞에 도착하자대문이 활짝 열리고 아저씨의 품에 부딪친다. 아저씨가 팔로 나를 안아 든다. 아저씨는 한참 동안 나를 꼭 끌어안는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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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자기에게 있는 세 가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더라.
먼저 내가 잘하는 일을 알아야 하고, 그다음 내가 하고 싶은 일을알아야 하고, 마지막으로 내가 해야 하는 일을 알아야 한다더라고."
"여기서 잘하는 일은 특기야. 하고 싶은 일은 꿈이고, 그리고 해야 하는 일은 직업이라고 하자. 이것에 모두 해당하는 교집합이 있을 거란 말이야, 그 교집합을 찾으면 돼. 그러니까 특기가 꿈이고그게 직업이 돼서 돈도 벌면 최곤거지."
"에이, 그런 게 어딨어요?"
"손흥민 봐. 특기가 축구고 꿈도 축구선수고 직업도 축구선수고그래서 돈도 엄청 번다고."
"에이, 손흥민은 천재여서 그런 거잖아요! 저는 평범해요. 그냥예민한 뚱보라고요."
"아냐. 예민한 게 나쁜 것만은 아냐. 특기가 될 수도 있어. 그리고너는 독서를 할 줄 알잖아. 그것도 특기야. 역사 유튜브 보는 게 좋으면 역사학자가 되는 건 어때? 그런 게 꿈이 될 수도 있다고." - P143

비교 암, 걱정 독.
엄마가 늘 근배에게 하던 말이었다.
"아들. 비교는 암이고 걱정은 독이야. 안 그래도 힘든 세상살이,지금의 나만 생각하고 살렴." - P186

변화. 누가 시켜서 되는 게 아닌 스스로의 변화 말이다. 사람은 변화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변화를 요구받는 게 싫은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바뀔 것을 요구하기보다는기다려주며 넌지시 도와야 했다. -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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