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같이 일가친척 하나 없는 사람은 이런 일이 있을땐 이렇게 팔 걷어붙이고 도와주는 이들이 소중한 법이야.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자네도 모든 사람한테인덕을 쌓아. 높이를 보지 말고 낮게 봐. 여기 낮은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귀를 기울여.그 좋은 눈썰미로 그들의 속내를 읽어 내고 도와줘. 할 수 있는 만큼." - P374

사람 환자로 왁자한 낮이 지나고 어두운 밤이 됐다.
한의원 원장 진료실과 부원장인 귀신 의사의 진료실에주황색 불이 켜지면 일렁이는 그림자들이 몰려왔다. 불에 태운 약초와 한약이 그득한 한의원 앞에서 귀신 환자 담당 박 씨가 나와 의수를 하늘로 번쩍 들었다.

"자, 모두 줄을 서시오!!!" - P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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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씨. 시간이 흐르면서 해결되는 것들이 있다지만, 그건해결하려는 노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안 씨가 말했잖아. 지안씨도 이제 노력이 필요할지 모르지. - P313

나는 그때 그 중년 여성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했다. 트라우마란 시간을 뛰어넘는 마음의 상처라고. 그녀는 나와 함께 그때를 마주하며, 그 일이 떠오를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나씩 적어나갔다. 그 사건은 상처였고 특수한 상황이었음을 인지하며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그럼에도 종종 그녀는 다시 울었다. 그때마다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지금, 여기 있어야 한다고. 과거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야 한다고. - P339

태어난 순간부터 계속 함께 살아온 사람인데 남보다 멀게 느껴지는 서른넷. 생각이 이어질수록 엄마라는 사람도, 지훈 오빠도 까마득한 남처럼 느껴졌다. 그 속마음을 다 알지 못하는. 작은 일 하나 이야기해 본 적이 없는. 완전히 새롭게 알아가야 하는 사람. 우리는 더 작은 것들을 얘기해야만 했다. - P348

큰 상실 이후의 삶은 애도다. 슬퍼하다 화를 내고, 화를 내다무력해진다. 그것들은 하나의 방향성만을 띠지 않는다. 서로를오가고 이내 받아들인다. 시간이 짧든 길든, 받아들여야 살아갈수 있다. 죽은 이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이 슬픔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걸. 그것이 애도고, 죽음 이후 남겨진 이들의 몫이다. 그리고 나도 다르지 않았다. 나도 그 모든 과정을 통해 알아야 했다. 아빠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던 숱한 날들이 스쳤다. 언제라도 돌아올 거라는 헛된 희망. 떠나지 않았다고, 부여잡고 싶은 어린 마음. 내가 있어야 하는 곳은 지금 여기. 이 순간을 살아내려 슬퍼해야 했다. 내가 만나온 사람들처럼, 처절하게 울어야 했다. 눈물이 툭 터져 나왔다. 속에서 응어리가 뜨겁게 달아오르며 녹아내리는 눈물이었다. - P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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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저희한테는 진실만을 말해 달라고 했습니다. 설령 상대가 잘못했다 하더라도 피해자는 이미 죽었으니까, 카노 씨는 더 이상 아무런변명도 주장도 하지 못하니까,그러니까 스즈카 씨에게는 진실을 말할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말입니다. 진실만을 말하겠노라고 약속해 준다면저는 스즈카 씨 변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 P366

‘내가 피해자 부모라면 범인이 살아 있다는 건 생각조차 하기 싫을 거야....‘
- P381

"아버지는 생전에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피의자나 피고인에게는 자기편이 변호인밖에 없다고요. 죄를 저지를 정도로 코너에 몰린 사람들은대부분 믿을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은 변호인밖에 없다고요."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니까 그 일을 내가 하는 것뿐이라는 건가."
린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는 이런 말씀도 하셨어요. 검사는 죄지은 자를 가려내고, 판사와 배심원은 죄인을 심판하는 일을 한다고요. 하지만 죄를 지은 사람에게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닫게 하고 사건을 직시하게 함으로써 두번 다시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일깨워 줄 수 있는 사람은 변호인뿐이라고요. 설령 그 사람이 내 가족이나 친구를 죽인 자라 할지라도... 아무도 그 일을 할 사람이 없다면 제가 맡겠습니다." - P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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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은 지켰다고... 전해 줘...
남자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내뱉었다. 남자의 모습이 조금씩흐릿해져갔다.
잠깐만... 기다려요... 가면 안 돼....
아카리는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곧 캄캄한 암흑이찾아왔다. - P18

그 남자는 어째서 나를 공격한 걸까.
대체 왜 나한테 흉기를 휘두른 걸까. 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왜 나를죽이려고 한 걸까.
누군가 이 질문에 답을 해 주기를 바랐지만 그날 일을 다시 떠올린다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 P51

"한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뭐죠?" 사와다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범인은... 왜 그런 사건을 일으킨 거죠? 저는 왜 이런 짓을 당한 건가요?"
사와다가 아카리를 쳐다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짜증나서 그랬다. 상대는 누구라도 상관없었다. 나보다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범인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사와다의 대답을 듣자 온몸에 열이 확 솟구쳤다.
"아카리 씨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나보다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라면 상대는 누구라도 상관없었다...그런 말도 안 되는 이유 때문에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죽을 뻔했다니.게다가 아카리를 구하려다가 한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범인은 아카리의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혔을 뿐만 아니라 평생 씻을 수 없는 죄책감까지 안겨 준 셈이었다. - P59

코헤이는 에츠코에게 꾸벅 인사하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손가락이 떨렸다. 아까 꽃집을 나와서부터계속 가슴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했다.
드디어 아카리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아카리를 만나서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코헤이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간호사실에 들렀다. 간호사에게 면회를 왔다고 알리고 병실로 향하면서 아카리에게 전할 말을 머릿속으로정리해 보았다.
무엇보다 먼저 사과를 하고 싶었다. 아카리는 그날 코헤이가 약속을취소하는 바람에 사고를 당한 셈이었으니까.
그런 다음 자기한테 아카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자신이 아카리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전할 생각이었다.
-저희는 아카리가 완전히 딴사람이 되어버리더라도 그 아이를 사랑할 겁니다. 가족이니까요. 아무리 힘들어도 평생 아카리 곁에서 그 아이를 지켜 줄 거예요.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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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더 진짜 부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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