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이유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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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는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진단서다. 여느 진단서가 그렇듯 이 책도 미국 민주주의가 마주한 병폐 현상을 다루고 그 해결책을 제안한다. 병폐란 정치적으로 소수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권력을 쥐는 현상이며 해결책이란 제도적 보완이다. 그리고 그 보완은 다수의 정치적 선택이 정치에 실제로 반영되는 민주주의 시스템으로의 개편을 의미한다.


 두 저자가 원하는 개편은 투표를 더 쉽게 만들고, 게리맨더링을 없애고, 선거인단 제도를 직접적 보통선거로 대체하고, 상원 필리버스터를 없애고, 상원을 보다 비례적으로 만들고, 대법원 종신제를 폐지하고, 헌법 수정을 좀 더 쉽게 만드는 개혁(362)”이 그 골자다. 나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고쳐 쓰고자 하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책을 읽은 사람으로서 몇 마디 보태고자 한다. 이 책이 미국의 민주주의에 관해 진단했듯 나는 그 진단서를 진단하는 셈이다.


 논의는 2021년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벌어진 폭동에서 시작한다. 물론 책에서는 공화당이 민주주의를 져버리는 그 연원을 20세기 말~21세기 초까지 끌어올리거나 혹은 더 소급하기도 하지만 책의 시작은 2021년의 그 사건부터다. 재선에 실패한 트럼프는 부정 선거 음모론을 설파하고 주류 정치인들은 묵인했으며 그 지지층은 기회를 틈타 미국 민주주의에 손상을 입혔다. 같은 공화당이었던 부시, 민주당이었던 오바마가 아니라 왜 트럼프하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났을까. 미국의 사회적 기류, ‘대체 이론에 빠진 이들의 불만이 현실에서 폭발한 이유를 깊게 살피지 않으면 제도적 개선만으로 민주주의를 고쳐 쓸 수 있을까.


 이에 국회의사당 습격 말고도 2024년의 트럼프 저격 시도 또한 사회 갈등이 양극단으로 치닫는 현상을 보여줬다. 정당한 절차나 과정 없이 폭력으로 원하는 바를 이루고자 하는 움직임이 거리낌 없이 자행됐다. 이러니 사회 내 극단적 세력 사이의 갈등이 마치 사회 전체를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은 한층 심해진다. 그 대립 속에서 선거인단 제도나 헌법 수정처럼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잘 처리될 수 있을지 우려가 앞섰다.


 한국인으로서는 책을 읽으며 작년의 12.3 계엄과 올해 초의 서울서부지법 습격 사건이 떠올라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전자는 대통령과 그 주변의, 충실한 하는 민주주의자들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드는지 명확하게 보여줬고 후자는 세세한 사건의 내막은 다르나 극단적인 지지자들이 한 나라의 민주주의와 그 작동 방식을 훼손했기에 2021년의 국회의사당 습격과 큰 틀에서 마치 쌍둥이 같았다. 한국이 미국과 다른 점은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국민의 다수가 뽑은 후보가 당선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과 유사한 일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 민주주의를 구하는 데 필요한 게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만 깊어졌다.


 결국, 두 저자는 제도 개선을 중점에 두고 책을 썼으나 읽는 내가 느끼기에 사회와 그 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의 정치적 관심도 중요하게 여겨졌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어느 한쪽만으로는 다른 한쪽을 보장하기 어렵고 두 개가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민주주의와 그 꽃인 선거가 끝없이 이어지는 선택의 문제이듯이 좋은 정치란 무엇인가?’ 혹은 정치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도 민주 시민의 숙명이라 하겠다. 이 책의 주장은 그런 고민의 산물이며 곱씹을 여지를 주기에 가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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