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살, 도전의 증거
야마구치 에리코 지음, 노은주 옮김 / 글담출판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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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풍족한 세상에 태어나서 주변 사람들의 이목에 신경 쓴 나머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조차 하지않고 하고싶은 일을  참으며 스스로 많은 제약을 만들어 내는 것이 행복하다 할 수 있을까? 마음속에서 부르짖는 자신의 목소리에 등을 돌리며 허무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행복하다 할수 있을까?  -야마구치 에리코

 

단숨에 읽어버렸다. 요즘 이렇게 나이를 언급하며, 호기심을 유발하는 책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예전부터 보고싶었는데 오늘 중도에서 대출가능으로 나와 있길래 얼른 집어왔다. 무대뽀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실행력으로 자신만의 기업을 일구면서도 극빈국에서 사회공헌을 이루고 인류를 실현한 대단한 26세 CEO의 다소 이른 자서전적 이야기를 엮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무대뽀 정신으로 밀고 나가야 뭐든 할 수 있다는 걸 저자는 자신의 삶을 통해 '증거'한다.  어릴 때의 왕따 시절부터 생뚱맞은 유도선수의 청소년기, 그리고 게이오대학이라는 반전과 국제기구에서 방글라데시로 날아가 그곳 대학원을 다니는 과정을 빠른 호흡으로 흥미롭게 엿 볼 수 있었다. 도전의 연료가 된 그녀의 열정은 주트천을 이용해 방글라데시 현지 공장과 협업하여 브랜드를 만들어 방글라데시국가와 사람들의 자긍심을 일깨워 주려는 대단하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사명감으로 승화되었다. 그래서 그녀의 행보는 더욱 더 빛났던 것 같다.

여권분실, 샘플제작비 떼먹기를 반복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그녀의 열정에 난 진심으로 감복했다. 부끄럽게도, 어려운 길은 길이 아니라며 어떻게든 피해가고자 했던 나의 모습과 명백한 대조를 이루는 모습이었다. 그녀를 통해 날 돌아보고 지금 또다시 혼돈의 결정기를 맞고있는 내 상황에 힘을 불어 넣어본다. 이렇게 온몸으로 불사르는 젊은 열정이 아름답지 않냐고, 이렇게나 간절히 원하면 어떻게든 이루어질것이고,  설사 안되더라도 시도해봤다는 것에서 자신에게 떳떳하고 자신이 자랑스러울수 있지 않겠느냐고, 지금은 비겁하고 한심한 도망자이지 않느냐고...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 싶은것은  "무엇이라도 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할수없는 20대, 그래서 끊임없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20대에게  난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고 말하고 싶다. "는 말에 농축되어 있다. 항상 타인과 경쟁하고 비교하며 상대적인 가치관에 의존해 살아왔던것을 과감히 버리고 자신이 지향하는 세계관,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과 이루고 싶은 꿈을 쫒아가라고 한다. "당신은 왜 그렇게 행복한 환경에 살고 있는데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나요?"이말에 뜨끔해진다. 행복한 환경...그래 나보다 못가지고 못이룬 사람도 많을것인데..내가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인 것처럼 자기연민에 빠져 있는 꼴이라니.  하고싶은 일?  그래 계속 난 하고 싶은일이 뭐냐고 나에게 자문했지만, 실제로는 하고 싶은일이 뭔지 진지하게 숙고해보지도 못하고 그냥 건성으로 살아온 것 같다. 과거를 과거로 돌리고 싶다.

 

두드려라, 무슨일이든 결과는 있다. 설사 실패한다고 해도 그 실패를 자랑스럽게 여기자. 마음속에 우러난 내 목소리를 듣고 가고자하는 나의 길을 걷자. 그녀는 '도전의 증거록'을 통해 말한다. "세상은 내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나에게 기회는 잡는 것이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 또한 말한다. 생각을 바로 실행에 옮기고 그 결과물을 얻기 위해 발로 뛰라고. 그러면 반드시 그에 맞는 대가는 주어진다고. 누구나 생각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생각이 생각으로만 머물러 있다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생각의 반복에서 떠나라! 뛰어라!!!  지금 뛰지않으면 나의 세계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이 내가 뛰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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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살, 도전의 증거
야마구치 에리코 지음, 노은주 옮김 / 글담출판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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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다 하다 지쳐 포기하는 내게 당장 행동하라고 마음이시키는대로 하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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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채식하는 오페라 가수
이영화 지음 / 문화유람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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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악과 몸집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자 정말 관계가 없었다" - 34  

이 책의 제목은 '나는 채식하는 오페라 가수이다.' 저자는 이책에 두가지를 담고 싶었나보다.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뉘어져있다. 하나는 채식에 대한 부분이고 나머지는 자신의 오페라 가수 성공기이다. 모두 자서전적 이야기로 어떻게 하다 채식을 하게되었는지,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오페라 가수로 지금이자리에 서기까지의 과정을 적고 있다. 후반부는 야간상고반에서 30분연습하고 붙은 군산대시절부터 30넘어 유학하여 3년에 열개에가까운 음악원을 동분서주하며 성공을 향해 달렸던 저자의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나름 흥미롭기도하고 자신의 꿈을 쫒아 온몸을 내던진 저자를보며 나를 돌아보기도 하였다. 그래도 이책이 건강코너에 있는 만큼, 채식의비중이 좀더 높다고 할 수 있는데  자신만의 채식방법을 꽤 자세하게 적어놓고 에피소드 중심으로 기술하였다. 이 책을 알게된 것은 채식관련 서적을 찾다가 어떤 책의 리뷰어 글에서 '이책을 읽느니 차라리 오페라 가수얘길 읽는게 낫다'는 부분때문이었다. 왠 오페라 가수? 하면서 찾아봤는데  채식을 하는 메뉴얼식의  제시나 채식 식단짜기의 책이 아니라  채식하는 사람-그런데 좀 특이한 직업군에서 성공한 사람-의 경험담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기회로서 가볍게 읽을만하다는 것이 총평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가까이하고싶지만 먼 당신인 '오페라'가수에 대해 좀더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것은 부록이다.

 

 

몸이 악기인 오페라 가수는 보통 체격이 좋다. 아니 요즘 기준으로 봤을때 뚱뚱하다. 여자 남자 가릴 것없이 비슷한 체구로 엄청난 성량을  가지고 있다. 저자 또한 더 좋은 발성을 위해 체질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몸집을 불려 한때, 30kg이상을 증량했다고 한다.  사진을 보면 같은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 보니 오페라 가수가 채식을 한다는 것은 사실 정말 안어울리는 조합이다. 저자가 채식을 시작하게 된 것은 어떤 운명적인 사건이 아닌 다음에야 감히 시도 하지 못했으리라 추측해볼 수 있다. 역시나. 이혼으로 인한 충격으 로인한 정신적  피폐함, 게다가 분노, 피해의식, 무기력증과 우울증으로 인해 몸에 대한 관리를 하지 않아 발성이 나오지않게 되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성악가로서 치명적인 상황으로 치달은데다가 원래 허약찬 체질이고 잔병을 달고 살아 속된말로 '맛이 간 상태'였던 것이다.

 

 막다른 벼랑끝에서 저자가 선택한 것이 바로 채식이었다. 근본적인 식습관의 패러다임을 바꿔버린 것이다. 육식위주로 과식을 일삼던 저자가 갑자기 오늘부터 채식. 그것도 온건주의 채식이 아닌 강경주의 채식, 즉 비건이 되기로 마음먹었을 때, 절제가 얼마나 요구되었을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시작하지 얼마지나지 않아 채식이 흔들렸을때 고기냄새를 실컷 맡는 방법으로 마음을 진정시켰다고 하니 그의 심신 회복의지가 얼마나 투철했는지 알수 있었다. 6개월이 걸려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그는 84kg에서 68kg가 되었고 그가 터득한 운동요법과 물요법을 병행하여 오히려 전보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회복될 수 있었다. 오페라 가수가 되기 위한과정에서도 느꼈지만 보통의 사람은 넘는다. 

 

주위에 성악가가 채식하는 전례가 없었음에도 자신이 "채식으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극복하고 목을 열리게 하자"는 결심과 어떤 신념을 가질수 있었다는 것은 실로 놀랍다. 살을 빼기위한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니었던 터라 꼭 채식일 필요도 없을텐데, 그리고 그 결과도 보장할 수 없었을텐데 무조건 자신을 믿고 밀고나간 것이다 . 그렇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 인위적으로 고기를 먹어 몸집을 불리는 것을 포기하는 데 확신하기까지 3개월이 걸렸지만 그는 본문에도 말하듯 "일체유심조"의 깨달음을 자신에게도 적용한 것이다.  "성악과 몸집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자 정말 관계가 없었다"34

 

이 책을 통해 좀더 과학적인 근거가 제시된 채식관련 서적을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자는 채식에 대한 공부를 많이하고 실행에 옮겼다. 확실히 알고 있어야 확고한 신념을 유지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먹는 채식단을 보면 채식의 실행이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보약 한수저, 잡곡밥, 김치 야채 한접시 네가지 식단으로 안의 내용만 조금씩 달리한 것이 그의 채식단이다. 보약은 견과류종류로  위에 부담이 되지않게 백번이상 씹어야 한다. 또하나 그의 채식습관은 식사시, 식사 전후 각 두시간동안 물을 전혀 마시지 않는 것, 오전 8시반 저녁 6시 하루 두끼만 먹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물을 먹으면 음식물 분해능력이 떨어지고 잘 섞이지 않는 음식물을 분해하기 위해 과다한 위산과 췌장액이 분비되어 위장병과 당뇨병을 초래한댄다. 또한 위장의 탄력이 떨어져 숙변과 변비의 원인이 되며 장에남은 음식물찌꺼기는 독소를 내뿜어 신체기능을 저하시킨다. 물을 먹지않는 습관으로 장기능을 회복하고 자연 치유력이 강화된다고 하였다. 물을 많이먹어야 변비예방된다는 주장과 완전 상반된 주장이다. 저자는 물조절법으로 3일만에 배변이 정상으로 돌아왔으며 5일만에 복통이 사라졌다고 하니 한번쯤 해볼만 한 것 같다.


 

저자가 추천하는 레시피

고추마늘기름에 야채를 볶아 먹기 : 약한불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넉넉히부은후 고추와 마늘을 넣고 2분후 고추 마늘색이 진한 갈색으로 변할때 꺼내서 버리면 고추마늘기름이 완성된다.끓는 소금물에 데쳐서 건진 야채(감자, 호박 양파, 당근, 가지, 근대, 시금치, 브로컬리, 토마토 가운데 두세가지)를 이 마늘기름에 볶은뒤 소금간을 접시에 담으면 된다. 싱거우면 간장으로 간한다.


 

저자는 아무리 익히고 볶아먹고 날것으로 먹어도 야채 식단이 단순하지 않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향료와 소스에 따라서 얼마든지 색다른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되면 집에서 재배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야채조리법에 대해 여러가지 실험을 해보고 싶어진다.

 

아침운동, 저녁운동, 그리고 절제를 요하는 식사습관을 읽다보니 정말 저자가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매일 이렇게 빼놓지않고 실행한다는게 보통일은 아닐 것이다. 배고파도 하루 두끼 식사 이상의 간식은 절대로 하지않으며 물도 마실 시간이 정해져있다. 이탈리아에 살면서 그 맛있는 파스타류도 먹지 않는댄다. 새우고이 옥돔구이,등 각종 요리를 즐겨했던 저자였지만 손님올때 만들기만 할뿐 먹지 않는다 했다.  신체의 본능을 금욕주의적 습관으로 길들이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할 수있는 것은 이탈리아 본고장에서 성악가로 성공하기 위한 치열하게 노력했던 삶속에 자신을 다그치며 노력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성악가도 일종의 프리랜서기 때문에 자기스타일대로 식습관조절이 가능한 상황도 무시못한다. 일반 직장인이 과연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밖에서 최소 한끼이상을 사먹어야 하는 직장인들에게는 불가능에 가깝지 않나 싶다.  정말 대단한 의지로 매끼의 도시락을 준비해다니지 않는이상은. 

 

책에서 언급한 <매트릭스>를 통한 '맛'이란 무엇인가 - 즉 맛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부분이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나도 영화를 보면서 느낀것이지만 "우리가 음식이 맛있다고 했을 때 그 맛은 무엇일까? 음식 고유의 맛일까 아니면 맛있다고 느껴지게 하는 감각기관의 작용일까. 음식고유의 맛이란 것이 무엇일까." 우리가 말하는 맛잇는 음식은 혀에 길들여진 맛이라는 그의 결론에 난 동의한다. 맛있다는 것은 혀에 길들여진 맛이다. 어렸을때부터 육식에 길들여진 입맛이 저녁에는 왠지 고기 한점이라도 곁들어 먹어야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흔히 채식이 좋은건 알겠는데 맛이없다는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나 또한 육식에 길들여진 입맛을 가져 이부분에 부분적으로 동의하는 바다. 그러나  육식이 맛있다고 느끼는 것은 그만큼 익숙해진 것 뿐, 진실은 아니다.  

 

 "참과 거짓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편한가, 불편한가가 선택의 기준이 되는 "102 우리의 마비된 거짓 입맛! '일체유심조'를 이시점에 또한번 상기할만 하다. 육식과 '절대적인 맛'의 관련성을 과감히 끊어보자. 저자가 말한 것 처럼 진실에 도달하는 과정은 확실히 괴롭고 힘들고 불편할 때가 많지만 온갖 향신료, 방부제와 화학물질로 음식자체의 생명력을 죽인 음식을 벗어나 덜 조리된, 재료의 풍미가 살아있는 채식위주의 식단을 해야겠다.

 

책을 다 읽고나니 오페라 가수가 한결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한 자신만의 식사법, 운동습관으로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는 모습에 성공에는 우연이란 없다는 것을 상기하게 한다. 감사하게도 그로 인해 채식신념이 좀더 공고해졌음을 느낀다. 그리고 인간의 혀를 만족시키기위해(물론 쇄뇌된 거짓입맛이다.)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프와그라'따위의 거위간 요리는 절대, 절대, 절대,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할 악질음식이라는 것을 또 한번 확인했다. 물론  bosintang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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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가는 비둘기 똥구멍을 그리라굽쇼? - 디자인, 디자이닝, 디자이너의 보이지 않는 세계
홍동원 지음 / 동녘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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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를 곱씹으면서 볼 수 있는 책, 재미있다. 또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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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가는 비둘기 똥구멍을 그리라굽쇼? - 디자인, 디자이닝, 디자이너의 보이지 않는 세계
홍동원 지음 / 동녘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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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팔자, 한마디로 '깨갱이다"

 

 

글쓰는 디자이너- 베테랑 한국 디자이너의 구수한 입담에 연신 미소를 띄며 읽었던<날아가는 비둘기의 똥구멍을 그리라굽쇼?>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팔랑팔랑 가벼움.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펼쳤다. 그런데 의외로 여러가지를 건졌다.

 

첫번째. 생활속에 익히 알고 있는 디자인에 대한  미처 몰랐던 비하인드 스토리, 주변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가령 예를 들면 I 러브 NY 가 개똥 때문에 만들어진 로고였단다. "개 주인들에게 제발 길거리에서 개의 똥을 누이지 말라고 호소하는 차원을 넘어서 도시의 상징이되었고 전 세계 사람들에게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를 그리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할 방법을 알려 48"주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하철 노선도의 유래도 흥미로웠다.  영국의 한 전기 설계자에 의해 창안되었는데, 전기 배선 설계도 만드는 엔지니어인 헤리백이 하는 일이라는게  전기가 이리로 흐른다는둥 저리로 흐른다는둥 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길을 눈에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었고, 또 그 전기 케이블선이라는게 알록달록 선명한 색선들의 조합이었기 때문에, 전세계에서 쓰고 있는 지하철 노선도의 전신으로 탄생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 영국까지 갈 것없이 우리나라의 이야기도 있다.  '한줄서고 한줄로 걷기'로 에스컬레이터로 이용하다 어느날부터 '두줄서기'로 가자는 지하철 캠페인 광고에 대한 뒷이야기는 재미를 넘어 괘씸하단 생각이 든다. 사실 몇년간 해오던 습관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라는 그 포스터가 어이없었다. 지하철공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습관이란 무서운 것이라 아직까지 한줄서기가 대세이다. 그런데 한줄서면서도 왠지 캠페인을 어기는듯한 찜찜하단 생각이 들었는데, 그 찜찜함을 날려주는 비화가 있었다.사실 두줄서기의 정체는 시민의 안전을 걱정한다기보단 오른쪽으로만 쏠려 에스컬레이터를 타다보니 급하게 신설한 에스컬레이터의 고장이 잦아진것을 욕먹을까바 알리지않고 은근슬쩍 말을 돌린것에 불과했다.  쩝. 눈가리고 아웅이 따로없다.

 

 

두번째로 사회에 대한 은근한, 어느부분은 노골적인 비틀기로 무감각하게 익숙해져버린 대한민국 풍경을  낯설게 보게 만든다. 빈티지 열풍으로 '개나소나 빈티지'로 치장하는 젊음에게 빈티지란 무엇인가? 란 썰렁한 질문을 던진다. 촌티나는 옷차림의 저자를 '촌티지'라 놀리는 제자들에게 자신의 낡은 옷은 '철솔로 북북 문지르고 표백제 쫙쫙 뿌려서 하룻밤 만에 만들어낸 도토리'가 아니라 적어도 스토리가 있는 옷이라고 한다.  그렇다. 단순히 낡은 것도 아닌, 새것을 빈티지스럽게 만드는 가공을 한 것이 아닌, 사람의 숨결이 묻어있는 나름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 것, 그것이 바로 빈티지이다. 저자의 말 처럼 "이조백자는 고추장 단지로 쓰다가 플라스틱 바가지와 엿 몇가락에 바꾸고 소비는 자본주의의 미덕이란 꼬임에 빠져 만날 새로사대는 것에 열을 올리고 살"96 았던 우리네 '새것'문화.  내가생각해도 너무 심하다. 요즘은 '신상'이라는 용어를 추앙하며 새것 모시기가 한층 더 가열된 느낌이다. 

 

 새마을운동으로 상징되는 근대 혹독한 문화 말살기시절, 헌것, 전통은 낡고 버려야 할 것으로 치부되고 새로운 것, 서구문화를 맹목적으로 숭배하여 온 지금의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디자인 '올림픽'씩이나 되는 거창한 타이틀을 단 이벤트가 열리고 '우리나라 디자인 자산'을 따로모아 전시를 하는 등 몇번 행사를 치르나 싶더니 슬그머니 디자인수도가 된 서울, 그런데 디자인은 문화지 않은가. 그럼 우리 디자인, 우리문화는 도데체 뭐라고 설명될 수 있을까?  아이덴티티가 있긴 한가. 디자인이 뭐 이벤트이냐고.  저자 주장처럼 '디자인은 쇼가 아니라, 생활이다'. 디자인수도라고 정부차원에서 뭔갈 하고 있긴 하는거같은데 영 공감이 가지않고 기쁘기만 한 것은 나만인가.  이와 관련하여  '한국의 마르쿠스와 다니엘은 꿈을 꾸지 못한 채 변두리로 쫓겨나기 시작했다'-127 꼭지는 치하철마다 '디자인 있어 살맛 나요! 라고 써붙인 광고인지 캠페인인지 알수없는 표어와 오버랩되며 씁쓸함과 무기력함을 자아낸다.  서울의 재개발 논리를 피해갈 수 없는 알짜배기 땅 홍대부근에 보금자리를 틀었던 꿈많은 디자인쟁이 청춘들은 점점 서울 언저리로 밀려나고 있다. '집값 떨어뜨리는 구질구질한 그들은 버스 두번이상 갈아 타야하는 먼 동네로 떠나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 탄식한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디자인 수도? 그럼 적어도 서울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미래의 디자이너들이 꿈을 꿀 공간이 어디엔가 있음직한 도시가 아닌가? 그런데 서울의 현실은 왜 이리 꿈꾸는 청춘들에게 각박해져만 가는 것일까?" -136


 

세번째,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라는 상투적인 말이 있지만, 그 상투적인 부분을 디자인영역에서 어떻게  처신하고 있나 하는가에 대한 현실을 직시할 수 있었다.   한국적 디자인이란? 한국의 전통 계승 발전이란? 이란 질문에 당당할 수 있는 한국인이 얼마나 될까. 디자인이란 개념자체가 서구에서 들어온 것이어서 그런지 한국적 디자인이란 말 자체가 낯선 것이 사실이다. 오천년 역사에서 품고 내려온 전통마저 치워버리기 바빴던 근대화, 서구화를 지나 한 숨돌려보니 우리 장농을 수놓던 자개는 '재패니즈 스타일'이 되었고  삼신할미와 같은 우리나라 전통신화는 무당집의 퇴출과 함께 부정적 이미지의 굴레를 쓰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역시 예상했던 '디자이닝'하면서 밥벌어먹고 살기의 애로사항들을 한번더 되새김질 하였다.  책제목인 <날아가는..>도 사실 이것을 빗대 표현한 것이다. 외국베끼기와 가격후려치기가 난무하는 디자인세계는 많은 디자이너들이 직업의 자부심마저 꺾고 이탈하게 만든다. 나 역시 그 현장의 언저리에 있었기 때문에 몰랐던 바는 아니지만 저자의 눈을 통해 전해들은 이야기는  새삼 한숨 나온다. 짝퉁 공화국이라는 오명은 뭐 이제 더이상 말하면 식상하고, 비둘기 똥구멍과 머리에쓰는 신발을 디자인 해달라는 한마디로 무대뽀인 갑, 클라이언트의 횡포, 얼마안되는 작은 파이를 놓고 프리젠테이션을 통한 유혈경쟁- 업계마다 이름은 조금씩 달라도, 떨어지면 아무것도 보상받지못하는 피티 시안을 위해 몇일밤을 꼬박 새야 하는 디자이너들의 생생르포를 보니 눈가가 촉촉해올 지경이다. 우리나라가 디자인수도라고? 말만 번드르르한 속빈강정이 따로 없다.  이 판국의 무한궤도의 열주를 조금은 빗겨난 자가 있었으니 바로 저자이다. 저자와 같이 실력으로 무장한 똥배짱으로 피티기는 피티(PT)를 소신있게 거절해도 먹고 살만한 디자이너들이 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결국 저자도 디자인계 상위1%이야기겠구나 싶어 다시 씁쓸해졌다.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안에 갖혀서 마우스클릭만 하지말고,이렇게 자판을 두들겨 자신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더 자주 냈으면 한다.  디자이너하려면 기본적으로 체력도 좋아야되, 트렌드 분석하는 시간적, 경제적투자도 끊임없이 해야되, 또 영업능력도 있어야 먹고사는데 거기다 글쓰기까지 하라고? 디자이너에게 글쓰기는 사치일까? 아니다. 글로 써서 많이 알려야 한다. 그래야 "디자이너 팔자, 한마디로 '깨갱이다"로 요약되는 대세를 역전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고 믿는다. 새옷을 사도 1년간은 입지않고 옷장속에서 전시만 한다는 독특한 저자의 습관이 유행천국, 방향도 뿌리도 없는 한국의 급물살 속에 기름층처럼 둥둥떠서 자기만의 신념을 지키고자하는 그의 의지를 대변하는 듯 하다. 이러한 배짱 두둑한 디자이너들이 더욱 많아지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예상치 못한 곳에서 웃겼던 것, '자루찌개'  (촌놈 디자이너 만들기 중)에  푸핫 웃어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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