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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의 뒷마당 - 황당하고 기막히고 엉뚱하고 깜찍한, 2022 화이트 레이븐스 선정
울리히 후프 지음, 외르크 뮐레 그림, 심연희 옮김 / 아울북 / 2023년 10월
평점 :
햇볕이 전혀 들지 않는 어느 외딴 뒷마당
다리저는 오리 한마리가 살아요.
그러던 어느날 뒷마당 모퉁이에서
까만 선글라스를 낀 눈먼 닭이 나타났어요.
"만나서 무척 반가워.
나보다 더 힘들게 사는 친구를 만나면
언제나 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단 말이지"
다리를 저는 오리
눈이 안보이는 닭을 보며
자신의 처지를 안도 합니다.
그리고는 눈 먼 닭을 불쌍히 여깁니다.
"내가 힘들긴 왜 힘들어?
나는 무척 행복하거든?
내가 앞이 보였으면 벌써 바삭한 치킨이 되어서
밥상에 올라가 있을걸?"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네요.
밥상에 올라간 치킨이 되느니
눈 먼게 낫다라니!
편안한 알 속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던 오리
한시라도 빨리 바깥세상을 탐험하고 싶었던 닭
"내 소원은 즐겁게 사는 거야.
그리고 내가 휘파람을 불면
다들 장단에 맞춰 춤춰 주는 삶을 살고 싶어"
눈 먼 닭의 소원은 다리저는 오리의 생각처럼
앞을 보게 해달라고 할 줄 알았는데...
엉뚱하고 깜찍한 눈먼 닭이네요.
세상에서 가장 캄캄한 숲이든,
세상에서 가장 깊은 골짜기든,
심지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일지라도
다리저는 우중충한 오리와
눈먼 제멋대로인 닭이지만
이 둘이 함께라면 무섭지 않아요.
오히려 투닥투닥 탐험을 즐기는 것만 같죠.
서로의 눈과 다리가 되어 때로는 다투고
가끔은 신나게 춤추며
각자의 소원을 이룰 수 있을까요?
어느 외딴 뒷마당에서 펼쳐지는
다리저는 오리와 눈먼 닭의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우정이야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