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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하는 기획자와 보이지 않는 고릴라 - 소비자의 심리를 설계하는 어느 전략가의 인사이트 노트
이규철 지음 / 그래도봄 / 2025년 8월
평점 :
『욕망하는 기획자와 보이지 않는 고릴라』 이규철 지음
좋은 기획은 ‘보지 못한 것’을 먼저 보는 감각에서 시작된다
『욕망하는 기획자와 보이지 않는 고릴라』 라는 책 제목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보이지 않는 고릴라’라는 개념이었다. 이는 사람들이 실제로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다는 심리 실험 결과에서 유래한 용어다. 저자는 이 개념을 통해, 조직 안에서 놓치기 쉬운 기획의 맥락과 소비자의 진짜 욕망을 포착해야 하는 AP(Account Planner)의 역할을 강조한다. 기획자는 단순히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깊이 있는 설득자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가지만, 그 선택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누구의 프레임 속에서 작동하고 있는지 자각하지 못할 때가 많다. 좋은 기획은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먼저 보는 감각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그 보이지 않는 욕망의 구조를 들여다보려는 시도다. 『욕망하는 기획자와 보이지 않는 고릴라』는 선택과 감정, 회피와 동기를 탐구하며,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모든 이들을 위한 이야기다.
책에는 총 44가지의 심리학 및 행동경제학 이론이 등장한다. 확증편향, 손실 회피 편향, 피터 팬 증후군, 핀볼 효과, 디드로 효과 등 이름은 다소 낯설고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저자는 이를 삶의 순간과 현장의 언어로 풀어내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이해된다. 단순히 개념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걸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저자는 자신을 “불을 붙이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광고회사에서 AP로 일하며 단지 좋은 광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팀의 아이디어에 불을 붙이고, 소비자의 감정에 불을 댕기는 사람이 되고자 했다고 고백한다. 그중에서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은 문장이 있다.
“내 생각만 고집해서는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올 수 없다. 다양한 의견을 곱씹고, 날카로운 문제 제기를 수용하며, 여러 아이디어를 유연하게 더했을 때 비로소 탄탄하고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온다. 타인의 건강한 의견은 결과물의 완성도를 높이는 가장 기름진 거름이다.” (p.64)
이 문장은 광고 기획자뿐 아니라, 학생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선생님, 고객을 설득하려는 상담가, 한 아이의 마음에 온기를 심고 싶은 부모에게도 깊이 다가간다.
이 책은 전략서라기보다는 오히려 기획자의 성장과 성찰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의 ‘관찰자적 시선’은 일상의 감정, 조직의 갈등, 브랜드에 대한 애정까지 놓치지 않고 짚어낸다. 독자는 마케팅 현장을 넘어서, 인간이라는 존재의 복잡한 욕망과 선택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저자가 말하는 ‘보이지 않는 고릴라’는 어쩌면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에 다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의 은유일지도 모른다. 책을 덮은 후, 나는 나 자신에게도 이렇게 조용히 물었다.
“나는 오늘, 무엇을 보지 못하고 지나쳤을까?”
밑줄 그은 문장을 추려서 올려 본다.
우리가 자주 쓰는 말에 대한, 그리고 경계해야 하는 말에 대한 고민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035
방법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주 가끔이라도 좁디 좁은 컨텐츠의 터널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 041
그렇게 아는 길만 능숙하게 잘 가는 사람 보다 생각의 지도가 넓은 사람이 되고 싶다. 042
답변은 결국 질문에 의한 반작용이다. 그러니 작은 배려나 센스가 담긴 질문이 우리 삶을 보다 풍성하고 넉넉하게 만들어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049
하지만 요즘엔 그보다는 (생각의 단단함) 생각의 유연함이 더 탐난다. 누구의 의견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와 기존 생각에 반하는 견해라고 선입견 없이 판단할 수 있는 해맑음, 언제라도 생각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기만함이 결국 더 강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066
그러니 생애 한 번은 언제든, 어디에서든, 무엇이든 가장 먼저 뛰어들어보시길. 091
자기다움을 잃어버린 혁신은 제대로 내제화될 리 없다. 자기다움 없는 스킬은 일시적이다. 103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내 성격대로 사는 것이다. 110
변화의 단초는 크건 작건 분명 쌓여가고 있으므로 좋은 아이디어라면 분병 널리 퍼져서 ‘100번째 원숭이 효과’를 거두는 시점에 도달할 것이므로. 155
그러니 일단 움직이자. 퇴보의 역방향으로. 171
책은 시대의 결핍을 반영한다.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책은 그 시대 사람들이 가장 먼저 채우길 원하는 가치를 담아 낸다. 274
조금만 시야를 확장하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어주는 일들이 보이지 않았던 고릴라처럼 우리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을 테니까. 277
누군가 건강하게 성장하길 바란다면 성급히 가이드를 주기보다는 일단 관심 있게 지켜보기를 권한다. 2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