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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낯선 담장 속으로 - 오해와 편견의 벽에 갇힌 정신질환 범죄자 심리상담 일지
조은혜 지음 / 책과이음 / 2025년 8월
평점 :
이 책은 교도소 내 심리치료과에서 20년 넘게 정신질환 범죄자들의 심리치료와 재활을 도우며
써 내려간 기록입니다. 저자는 언론에 비치는 단편적인 장면 너머, “정신질환자에게 해준 것이 없다”는 부채감 속에서 이 책을 썼다고 고백합니다.
무겁고 낯선 주제이지만, 저자가 붙들고 있는 중심은 단순히 ‘범죄자’가 아닌 ‘사람’입니다.
📍“나는 ‘범죄자’나 ‘질환’이 아닌 ‘사람’에 대해 쓰고 싶었다. 이름이 아니라 증상으로만 불리던 사람들의 사연을, 죄의 무게가 아니라 아픔의 언어로 기록하고 싶었다.”
이 책은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와 공포가 아닌 ♡이해와 공감♡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소망을 담고 있습니다. 높은 담장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이들의 시간이 단순한 수감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외면해온 ‘회복을 위한 안전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외부로부터 보호받고 내면과의 소통을 시도하며 자율적이고 주도적인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자유의 공간이 되고 있는지, 신체의 구속과 자유의 박탈을 감수할 만큼 ‘회복을 위한 안전한 공간’이라는 명분을 잘 지켜내고 있는지…”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흔히 ‘시설’이라 부르는 그곳이 사실은 치유의 공간이 될 수 있는지, 근본적인 질문 앞에 멈추게 됩니다.
📍"우리나라 정신건강복지센터 직원의 약 70퍼센트가 계약 기간제 근로자다. 백 명 이상의 사례관리자를 요원 한 명이 감당하는 지역도 있다."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정신건강 다이소’라는 별명으로 불린다는 사실은 충격적입니다. 점점 늘어나는 정신질환 범죄의 예방과 관리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잠재적 환자들이 방치되고 어둠 속에 가려져 있음을 드러냅니다.
또한 저자는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이어온 태도에 대해서도 묻습니다.
📍“‘좋은 게 좋다’라는 가스라이팅은 세상만사 빤빤하게 따지고 들 생각 말고 모르는 척 눈 감고 살라고 강요한다.”
이 책은 무겁지만 동시에 따뜻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범죄자라 불린 이들의 고통과 방치된 삶 속에서 무너졌던 존엄을 다시 일깨우고, 피해자와 가족의 아픔 역시 놓치지 않습니다.
결국 우리는 같은 사회 안에서 연결된 존재임을 깨닫게 되고요. 낙인 너머의 얼굴을 마주하게 하고, 회복과 치유의 가능성을 믿음을 제시해 준 책이었습니다♡
📍"마약은 퇴치 대상이지만, 사람은 회복의 대상이어야 한다." (p.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