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한 부부의 히말라야 여행 - 우리는 히말라야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나?
이수지 지음 / 위즈플래닛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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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네팔을 다녀오며 3일 정도 포카라에 머물렀었다. 그 때 산중턱에 올라가 멀리서 히말라야를 바라보며 사진도 찍고 감탄도 하였다. 그런 곳이었다. 나에게 히말라야는.

직접 가기에는 무섭지만,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벅찬 감동을 주는 산.


좌-불량한부부의히말라야여행표지 / 우-포카라에서살짝올라온dhampus에서찍은히말라야

히말라야를 직접 다녀온 '불량한 부부'의 히말라야 여행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히말라야를 경험할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히말라야에 대한 여러 정보와 함께 히말라야에 대한 나의 편견, 괜한 걱정들이 조금은 사그라지게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히말라야하면 떠오르는 모습은 하얀 눈으로 덮인 산. 나는 히말라야를 생각할 때 하얀 눈으로 덮인 어쩌면 히말라야 전체의 1/5도 안 되는 구간일지 모르는 그 윗부분 조금만 생각했다. 단순하게 생각한 것이다. 이 책을 통해 히말라야를 조금(아직 부족하다) 알 수 있었다. 히말라야를 오르기 직전 눈이 덮히지 않은 구간, 조금씩 덮히기 시작하는 구간. 그 구간을 알게 되었다. 읽고 보니 이 구간은 상식적으로도 너무 당연한 곳이었다. 히말라야를 너무 동경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았나보다. 상식을 생각하지 않고,



이 책에는 다양한 국적, 다양한 이유로 히말라야에 온 많은 사람들이 나온다.

런닝화를 신고, 물도 없이 산을 등반하시는 80세의 트레커 클리포트 할아버지.

'속도는 신경 안 쓰고 천천히, 되도록 오랫동안 걸으려고.' 느리게 걷기로 작정하고 온 이스라엘 트레커 엘리.

도둑을 맞아 600달러를 잃어버렸지만 서로가 있기에 행복하다는 트레커 헨드릭과 로레나.

이들의 도전이 멋있었다. 이들의 삶 또한 멋있었다.

"아무것도 안 해도 돼."

"특별하지 않잖아."

"특별하지 않아도 돼. 왜 특별해야 해?"

"일상을 벗어난 여행이니까. 새로운 걸 해보자고 온 여행이니까."

"그 자체가 특별하잖아. 여행이 길어져서 그렇게 느껴지지 않을 뿐이야. 물론, 조지나 마이크 같은 애들의 여행에 비교하면 별로 특별할 건 없지. ……그럼 그걸 보고 자극받고 배우면 되는 거지, 비교할 필요는 없잖아."

p89

여행은 특별해야한다고 나 또한 똑같이 그렇게 생각했다. 돈을 내고, 시간을 내서 떠나는 여행이니까. '이 여행을 통해서 제 삶이 바뀌었어요'라고 말 할 수 있는 여행이 진정한 여행이라고. 그런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동경하고 나 또한 그런 여행을 갈려고 했다. 그래서 힘들었나보다. 여행이.

"그래! 남들과 같을 필요도 없고 다를 필요도 없어. 나 스스로 이상한 기준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 나를 끼워 맞추려고 하면 안 돼. 왜 그래야 하는데? 우리, 그냥 여행 온거야!" 저자의 이 말에 깊게 공감하고, 많은 반성했다.

트레커들의 삶과 함께 히말라야에서 살아가는 네팔사람들의 삶도 볼 수 있었다. 높은 곳에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을 양육하고, 우리들이 사는 모습도 다를 바 없이 살아가는 그들의 삶. 우리는 히말라야에 '도전'을 외치며 가는데, 그들에게는 이 삶이 '일상'이었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살아가는 이 '일상'도 어느 누군가에게는 '도전'일 수 있다는. 특별한 무언가를 찾아 떠날 것이 아니라, 나의 일상에서 도전을 찾아 떠나가는 그런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



"우리 몸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어요. 그만 걸어라. 조금 쉬어라. 조금 더 가도 된다. 물을 마셔라. 몸이 하는 말을 들을 줄 아는 겸손함이 중요해요. 몸이 내게 하는 말을 잘 듣고 이해하는 것. 그게 고산병 예방 행동수칙 1순위에요."

p192

꼭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몸이 하는 말에 귀기울여 본 적이 있었나? 없었던 거 같다. 아플 때는 약을 찾았고, 병원을 찾았다. 물론 약과 병원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 몸보다 병원과 약이 우선순위였고, 더 그것들을 중요하게 더 믿었던 거 같다.

몸이 아파 병원을 갔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경험도 있다. 약과 병원이 없던 예전이 지금보다 더 건강한 사람들이 많았다라는 기사? 칼럼? 같은 것을 본 적이 있다. 또, 몸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시골에 가서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좋아졌다는 여러 이야기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앞으로는 약을 먼저 먹기 전에, 왜 몸이 아픈지 뒤돌아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그러다보면 내 몸이 어떤 부분에 취약한지 파악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되기도 한다.





이 부부는 참 솔직하다. 자신들의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사소하게 싸웠던 모든 상황들, 글로 쓰지 않는다면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보지 못했을 부분까지. 모두 보여준다. 처음에는 '부부라면서, 너무 많이 싸우고 그러는 거 아닌가? 너무 안 맞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도 하였다. 주제넘는 생각이었다는 건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이들처럼 잘 맞는 부부는 없을 것이다.

책의 말미에 나오는 문장이 이들의 관계를 너무 잘 드러내주고 있다. 멋진 부부다. 이런 결혼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산을 같이 올라보니까 네가 구멍 송송난 인간인 걸 알겠다만, 나도 너 못지않게 부족한 인간이라는 걸 깨달았다만. 그래도 같이 걸어보자. 같이 살아보자.

p277

나도 히말라야 트래킹을 할 수 있을까?

읽기 전의 답은 'NO' 히말라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기사로 접했던 무시무시한 히말라야.

중반에서는 'YES' 책에 나온 히말라야는 무시무시하지 않았다. 눈도 없어서 미끄럽지도 않고, 오히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즐거운 시간의 연속인 느낌..? 한국에서 산을 올라가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마지막에는 'NO ' 마지막 10장 정도에서 만난 히말라야는 정말 정말 무서웠다. 기사로 접했던 히말라야보다 강도는 낮았지만, 더 직접적이기에, 더 자세하기에, 더 무서웠다.

모두 다 읽은 지금은, '....' 모르겠다. 읽기 전보다는 자신감이 생겼지만, 1월에 dhampus에 올라가는 약 5시간의 산행도 힘들었는데, 20일 정도 걸어야 하는 히말라야 트래킹을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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