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드업 걸
파올로 바치갈루피 지음, 이원경 옮김 / 다른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SF라는 말에 외계인이 나오겠지 하는 생각으로 책을 받았었다. 나의 SF라는 어감에서 느껴지는 상상속에서는 당연히 외계인이 나오고 비행선이 나오고 회색빛으로 가득찬 세상이다. 차가움과 무언가 절제된 인생.

 

배경이 태국이라는 말에, 우선 놀랬다. 왜 태국일까? 왜?

생각에 생각을 해봐도 그 해답은 모르겠다. 우리와 피부색, 머리색이 다른 이들의 비춰진 눈속에서는

결국 태국이라는 장소가 무언가 신비한 비책이 있을 것 같은 신비로운 세상과 그리고 계속되는 좌절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한다.

결코 현실은 신비로움속에 있는 더운 날씨와 습함. 숨쉬기에 답답함.. 결국 세상에 대한 답답함.

 

GMO 기업의 공장을 이끌어가는 앤더슨, 호시탐탐 다시 자기만의 세계의 우두머리가 되고 픈 탄혹생, 신인류지만 결코 신인류라는 이름이 어색할 정도로 성적노리개로만 살아가는 에미코, 이중 스파이 깐야, 그녀의 상관이었던 화이트 셔츠 짜이디.

 

등장인물을 보면 한 그래프 상에서 딱 알맞게 포물선의 좌표를 담당하는 인물들로 이루어져 있다.

 

식량부족과 유전자 조작으로 피폐해진 세상속에서 조금은 아날로그 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태국안에서,

신인류라 일컫어지는 에미코는 인간이어도 로보트 마냥 짜여진 구조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자신의 주인에게 복종하고, 성적으로 바로바로 표현을 자신이 제어하기도 전에 하게 되버리는 그녀는 앤더슨에게서 자신의 이전 주인과 같은 느낌을 받고 북쪽에 와인드업 이 사는 곳으로 가고 싶어한다. 하지만 쉽지 많은 않다.

무역성과 환경성의 대립에서 누군가는 흥하고 누군가는 망한다.

 

식량부족과 유전자 조작 전쟁 속에서 태국만이 거대 기업에 맞서며 버티고 있을 때 이를 노리는 기업들과 그 속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분투는 씁쓸하다. 결국 이런 세상이 안오란 법도 없고

작가가 가깝다면 가까운 미래에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 중간중간에 속속들이 잘 녹여놓았다.

인간이 인간이기에 가치있는 것이지만 그 인간이 새로운 종류의 인간을 그저 도구로서 만들었을 때 인간의 존엄성은 이미 없는 것이다. 선을 긋고 넌 나랑 다르니까 내가 널 잡는다 라는 식의 인물들의 태도 안에서 현재 사회에서 자기 멋대로 사람을 구분짓고 그 자신만의 구분선으로 타인을 비난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 등장인물 하나하나 놓칠 수는 없다. 결코 작가가 그냥 등장을 시킨 것 보다는

각자 하나하나에게서 느껴지는 것들이 많다. 결국 앤더슨도 에미코를 좋아하지만 그녀도 결국 와인드업 걸이고, 그는 언젠가 죽을 사람이고, 깐야 자신이 상관을 존경해도 자신에게 주어진 스파이 임무가 있기에 섣부른 행동을 못할 뿐이다. 겉으로보면 위대해 보이고 호랑이라 불려지는 짜이디 이지만 그 보다 위에 있는 권력 앞에선 그는 그저 종이 한장의 목숨만도 못한 이가 된다.

 

결국 인간이 신인류라 부르며 그들의 인생을 짓밟고, 자신도 자신들이 만든 세상속에서 인생을 잃어가게 된다.

앤더슨 처럼, 짜이디 처럼

 

이 책을 읽고 나서 많이 씁쓸했던 기억이 난다.

읽고 나서의 허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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