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완 송 2 - 최후의 기도
로버트 매캐먼 지음, 서계인 옮김 / 검은숲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이야기는 핵으로 시작된다. 생각해보면 이 책을 가지고 지인과 얘기를 잠깐 하는 데 이 책이 나온 게 1987년인데도 정말 지금의 보통의 사람이 예상할 수 있는 핵폭발이후의 삶이 고스란히 잘 묘사되어 있다.

 

핵폭발로 미국은 황폐화되고 여기저기 시체와 모든 죽은 것들이 가득찬다. 그 와중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다들 머리에 종양이 생겨서 그야말로 괴물같은 형상이 되어 이들이 정말 인간인지, 내면은 인간이고 외면은 괴물인지 알 수 없게 된다.

 

더 나은 세상을 찾아 스완과 조시가 떠나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시스터역시 스완을 찾아 떠나는 길이 쉽지만은 않다. 살쾡이 떼, 늑대 떼, 그리고 붉은 눈의 십자가를 떼어버린 그 남자는 스완과 조시, 시스터와 상반되게 명확하게 악 이라고 보여준다.

 

어쩌면 이 책을 읽으면서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속의 척박함을 너무 간절히 느끼게 할 때 하마 일종의 빛처럼, 약간의 판타지처럼 느끼게 해주었던 것이 시스터의 고리였다. 지극히 핵폭발이라는 것은 당장 이 순간이나 내일 일어날 수 있는 현실적인 인류 최대의 재앙이지만 반면의 시스터의 고리는 비현실적인 물건으로, 주인공들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척박함을 잊을 수 있게 만드는 도구라고 생각된다.

 

명확하게 구분되는 선과 악의 대립이 처음부터 등장했던 것 보다는 인물의 등장 자체에서 누가 선인지, 악인지 알아볼 수가 있다. 메클린 대령과 롤렌드는 자신의 환상속에서 권력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붉은 눈의 남자에게서 그냥 당해버리는 인간일 뿐이다. 악이라는 것이 그저 무조건 악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세상속, 관념속에서 그들의 입장에선 악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일 뿐이다. 책을 읽다보면 선과 악이 딱 분리되지만 서로 등장인물의 생각속에서 바라보면 결코 선과 악이 명확한 것이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만약에 저런 세상속에서 내가 살고 있다면 그 누군가거나, 혹시 나도 스완 같은 존재가 있어주길 하고 내심 바랄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생명을 자라나게 할 수 있고 알 수 없는 힘을 가진 인물이니까..

 

솔직히 지구 종말이나 전쟁에 관련된 책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은 사람을 지루하게 만들기보다는 계속해서 읽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만드는 재주가 있다. 그래서 나온지 20년이 지난 지금에 읽는 데도 술술 잘 읽히는 이유일까?

가끔 이런 종말이 등장하는 책을 읽다보면 그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서 읽는 게 싫어지거나 너무 슬퍼지는 경우가 있지만 이 책은 그러기에 앞서서 계속 읽고 싶게 만들어준다. 다시한번 로버트 메케넌 할아버지가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이 방대한 양의 이야기가 꼬이기 보다는 하나의 서사시 처럼 술술~~ 읽혀 나가는 것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괜한 생각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대략 한 30년이나 50년뒤 영문학개론에 등장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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