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많은 물을 본 적 있을까
끝을 모르게 펼쳐진 저 넓은 땅 위에
얼마나 깊은 곳까지 물은 채워져 있는가
바람은 그 깊은 속까지 끌어올리려 오늘도
안간힘을 쓰다가 육중한 몸을 내려놓는다
물결은 같은 자리에서
밀려왔다 밀려나기를 무한 반복하고
휩쓸리듯 물결에 몸을 실은
작은 물들의 운명이 안쓰러워진다
거대한 물결이 되어야 하는 삶
들어가지도 못하는 겨울바다에는
어쩌자고 자꾸만 찾아와 늘어서고
바람은 어쩌자고 매년 같은 자리인지
닿지 못한 꿈들, 멈춰버린 관계와 사랑들
바다는 오늘도 못다 한 것들을 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