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단층짜리 낮은 건물을 짓고

앞뒤에 마당을 갖게 된 그녀

그녀가 창조해 낸 세계 속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나는 그녀의 빈 마당처럼

채우지도 비우지도 못한 채

서성거렸다

 

 

뜨거운 그 봄

불에 데인 듯한 그 봄

뜨거움을 뜨거움으로 맞던 여름

차가운 평형의 시간이 오는 가을

어느 날 들어선 그녀의 마당은

시도된 것들과 시도되려는 것들로

군데군데 채워져 있었다

 

 

다 저녁 찾아간 캄캄함 속에서도

알은척을 하던 바깥에 속한 이들이여

잔디보다 먼저 자리잡은 꽃들과

바탕을 메우듯 들어앉은 나무들

나는 이러므로 이러하노라

말하지 않아 더 좋은 것들을

그녀의 건물과 마당에서 배운다

 

 

웬만만 하면 식물은 죽지 않아요

그녀의 관심에 나는 대답한다

웬만만 하면 말이예요

돌아오는 길, 나도 웬만만 하면

잘 살아야 하는 거라고

어디서든 웬만만 해도 되는 거라고

나를 흔드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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