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농장의 수확물을 거두는 날

연휴 첫날 다음날 비 예보인 날

우리의 연례행사가 시작되었다

 

 

남편은 총감독이자 가장 큰 일꾼

아이들은 골을 맡아 고구마를 캐고

이어서 아들은 땅콩을 캐 흙을 턴다

 

 

나는 그동안 따지 못한 쌈들을 따고

목화솜들을 몇 개 따고 아직도 새롭다

끝물인 토마토를 따고 가지를 딴다

 

 

한켠엔 파라솔과 새로 산 돗자리가

펼쳐지고 그 위엔 과자와 맥주 두 캔

막걸리 한 병과 치킨 한 상자가 있다

 

 

바람은 해보다 가깝게 피부에 닿고

우리는 해가 그리워 자꾸만 파라솔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싶어진다

 

 

몇 번이나 뒤집어지는 파라솔 갓을

남편은 몇 번이나 제자리로 돌려놓고

우리는 그 아래서 춥다가 행복해한다

 

 

치킨을 먹으며 아이들은 배부터 채우고

한 시간이나 늦게 배달된 자장면을 먹고

캔 맥주 한 통과 막걸리 한 사발도 마신다

 

 

가족의 이름이 적힌 팻말 밭에 자란 작물들아

봄부터 가을까지 한 시기를 무던히도 견뎠구나

이 하루가 그 긴 시간을 건너왔다는 것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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