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몹시 부는 날

 

 

 

바람이 몹시 불었다

열린 창문에서는 버티컬이 부딪치고

노오란 하늘이 드리워졌다

베란다 창 너머로 보이는 빈 주차장엔

바람이 바닥 것들을 질질 끌고 다녔다

어느새 하늘엔 삼월의 눈이 희끗희끗 날리고

먼 산엔 희뿌연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걸어서 돌아오는 귀가길에 바람과 함께

돌아온 아이는 오즈의 마법사라도 만났을까

저만큼 날아간 덕분에 엄마가 마중나왔다는

너스레를 아무렇지도 않게 떨었다

새 학년이 시작되고 새 직함을 받지 못한

딸아이는 점심도 거른 채 빈손으로 돌아왔다

미련은 너와 나를 미련하게 만든다

 

바람이 헝클어 놓은 머리카락처럼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은 바람 탓이라고

바람이 몹시 부는 날에 중얼거렸다

그게 아니라고 그게 아니라고

아무리 말해도 마음은 돌아앉지 못했다

아무래도 바람 탓이다

이 삼월이 추운 것은 바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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