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볼품없는 화분 이야기

 

   

거실 창가를 점령한 큰 화분들

넓은 잎의 키 큰 고무나무들

좁고 긴 잎의 키 큰 행운목

그 사이에 끼지 못한 화분 하나

 

조심성 없이 스칠 때마다

막 틔운 싹이 떨어지기를 몇 번

마침내 한 잎도 남지 않았을 때 

나는 기꺼이 베란다로 내놓았지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무심함을 나무라는 듯  

화분을 들여놓았지

나는 은밀하게 숨겨두었지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한 잎 두 잎 새 잎을 내다가 

이전보다 풍성한 잎들이

반짝거리는 것을 보았네

 

기다림 없는 인색함

따뜻함 없는 옹색함이

머물던 자리에

인고의 시간이 빛나고 있었네

 

짧은 생각의 날에 잘렸을 것들이여

굳은 생각의 담에 부딪혔을 것들이여

바라노라

오늘처럼만 나를 비웃어주기를

 

 

 

 

        2. 5. 목요일.   

        2.11 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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