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후에에서

 

 

내나라 궁궐도 본 적 없는데

남의 나라 궁궐을 구경했네

고도 후에에서 나는 보았네

궁을 에워싼 검은빛 이끼

차라리 초록빛이 나았을까

그보다 더 예스러운 것은 없었네

흑백영화 속으로 들어온 듯

우리는 검은 세상에 갇혀

왕의 화려함 따위는 잊었네

 

지나고 나면 왕의 시절도

검은빛 이끼로 남을 뿐

제 빛깔을 잃은 채

이름도 권위도 위엄도

말없이는 느낄 수 없었네

우리는 검은빛으로 물들어

장례식 하객처럼 침잠해

왕의 영화 따위는 잊었네

 

 

 

 

1. 21. 짧은 베트남 여행 일정에 잡혀있던 후에의 고궁들을 돌아본 후에.

       고도 경주에 비유했지만 여러모로 궁 같지 않던 궁.

       높은 습도에 그나마 남은 궁도 검은 이끼에 덮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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