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을 지나는 법
지나본 길이라면 알 수 있다
얼마쯤 가면 터널이 나오는지
얼마쯤 가면 터널이 끝나는지
준비도 없이 터널을 지날 때
빛에서 어둠으로
어느새 동행이 바뀌었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터널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거나
어둠이 아닌 척 눈이라도 감거나
빛에 대한 절박함으로 기도라도 하거나
그럴 밖에 .......
지나보지 않은 길 위에서
만나는 캄캄한 것들이여
너로 인해 한 시기 시들어도
터널을 지나는 법이 그렇듯이
우리 시든 채로 그저 시든 채로
시든 잎을 떼어내지 말고
그 자리를 쉬이 뜨지 말고
버티거나 기다려 보지 않겠나
1. 19. 짧은 시간이 흐른 뒤 써 보는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