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의 가로등
있지, 저 공원에 등들이 마음에 와 닿아
예전에 전혜린의 책에서 보았던 가스등처럼
마음에 와 닿는 게 있어
언제나 같은 시간에 같은 등이 켜지는데
오늘 유난히 그 빛이 말이야
무언가를 품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야
빛이란 뭘까, 잠깐 생각하고
빛이란 참 좋은 것이구나 생각하고
빛나는 것은
주변을 밝게 한다는 것은
제 스스로 밝아진다는 것은
좋은 것이구나 생각하면서 말야
요즘엔 말야
그냥 그 자체로 아름다워 보여
빛은 빛나는 그 모습 그대로
바람은 그 냄새와 촉감 그대로
햇빛은 그 따뜻함 그대로
그건 말이야
본연의 모습 그대로가 좋다는 거야
이래서 저래서가 아니라
그 모습 그대로가 좋다는 거야
태곳적부터 있어왔던 그 모습
요즘엔 말야
그 모습 그대로 느끼게 돼
그런데
그것이 얼마나 풍요로운지 말이야
오늘도 주방 창문으로 들어오는
저 체육공원의 반짝이는 등들이
참 마음에 들었어
무심하게 켜진 저 등들이
이만큼 떨어진 내 마음에 물드는 거야
사람이 마음속에 들어올 때처럼
사물이 마음속에 들어오는 거야
꽤 감상적이니 않은가 말이야
때론 감상적이어야 하지 않은가 말이야.
12.31. 저녁에 주방 창문으로 본 공원 등들을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