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첫날에

 

 

가을은 겨울로 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영화의 예고편처럼 짧고 강렬한 것

이불을 바꾸고 화분을 들여놓으며

새 영화를 기대하듯

새 계절을 기다려야 한다

 

그 날 오후 찾아간 온라인 쇼핑몰

딸아이 방에 밋밋한 묵은 커튼을 떼고

핑크색 나는 따뜻한 것을 달고 싶어

커튼으로 시작해 침대커버에서 이불로

쇼핑이란 떠돌아다니는 욕구의 향연

 

오늘 하루 목적지 잃고 잘도 헤맸구나

동대문부터 남대문까지 쭉 훑었구나

같은 가게를 몇 번이고 들락날락하고

같은 물건을 몇 번이고 들었다 놨다

주인 눈치 보지 않고 실컷 보았구나

 

그렇게 보고 또 보아도

있으면 좋겠으나 없어도 되는 것을

사기가 힘들어 있는 대로 살자고

생각하며 마치는 온라인 쇼핑.

 

 

    시월 첫날에 쓰다가 만 것을 11.29 고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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