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토끼처럼 돌아오고 싶었다
칠월 어느 아침에 나는 버스를 타고
박물관에 가고 있었다
나는 박물관에 일하러 간다는
감각적이고 가벼운 제목을 부치며
보름이 지날 무렵 나는
환불받기 위해 가고 있었다
구매자의 변심에 의한 환불이라고
우기는 이들에게
자라의 말잔치에
환상을 입히며 스스로
헛된 길로 들어섰던 토끼처럼
용궁이란 용왕에게나 좋은 곳
이라는 진실을
용궁에 와서야 깨닫다니
그러나
간을 잃지 않기 위해
귀가한 토끼처럼
나는 그렇게 귀가하진 못했다
용궁에 미련이 없다고 말했지만
약속만큼 머물러야 떠날 수 있다는
용왕의 강요된 제안은
무리한 탈출을 낳았다
또 한 번 보름이 지났다
깨달은 토끼는
간을 두드리며 학교로 갔다
용궁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두 번의 수문을 통과해야 했다
수문지기의 검문 앞에서
당당하게 간을 지켰다고 믿었을 때
한낱 토끼 주제에 오만하였노라는
자라의 달콤한 경고가
애써 지킨 간을 무색하게 했다
토끼는 사지에서도 갈 때가 더 빛났거늘
나는 유유히 왔다 표표히 가고 있구나
8.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