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강남점에서

 

 

시험을 끝낸 아이의 아쉬움이

교보문고로 향하는 길

낯설음은 주춤거림을 낳고

희박함은 설렘을 낳는다

 

앞쪽으로 마중 나온 신간을 따라가니

방금 단장을 끝낸 여인네처럼

분내가 풍기며

그게 그렇듯이 비슷비슷하다

 

넓음을 채우는 사람들 속에서

나도 한몫 거들며

자리를 찾는 퍼즐 조각처럼 서성거리는데

저쪽에도 퍼즐 몇 조각이 들어온다

 

어디라도 멈춰 주저앉은 자리에서

펼친 책을 주룩주룩 읽어 내리면

내 인생 어느 시절의 기억이 찾아온다

커다란 꿈에 부대끼면

남루한 현실에 알맞은

수더분한 꿈을 꾸었던 곳

자꾸자꾸 무엇인가 그리워지면

맥없이 혼자 왔다 가는 곳.

 

문득 낯선 서울 한복판에서

이십 년 전 나를 만나다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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