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이라는 스캔들
나이토 치즈코 지음, 고영란 외 옮김 / 역사비평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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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기의 문화와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쩍 유행을 타던 시기가 있었다. (한풀 꺾인 것 같기는 하지만 요새도 이러한 유행가는 계속되는 모양새다) ‘한국사에 의해 전유되다시피 했던 지배와 저항의 구도를 넘어서 생동하는 근대인의 결을 읽어보자는 의도에서였던 것 같다. 국문학 쪽에서 특히 유행에 민감했다. 역사학이라고 해서 현재적 요구와 무관한 것은 결코 아니겠지만, 국문학의 일제시기 읽기는 유독 그러한 감이 컸다. 역사학의 식민지기 연구들이 후져서(?) 그랬는지 21세기임에도 한국의 후짐(?)이 그들을 자극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나보다.

그래서였을까? 그들의 일제시기 읽기는 역사적으로 엄밀하지 못했다. 1910년대와 1940년대가 보여주는 간극은 왜소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문화통치기와 전시체제기는 그저 일제시기일 뿐이었던 가보다. 대중도 너무도 쉽게 설정되었다. 근대적 문화현상과 그 주체들은 조선인과 일본인이 구별되지 않기도 하였다. 계급적으로나 지역적으로 나누어 따져봄이 필요할 법 한데도 그저 문화소비와 생산 주체로서의 대중이 손쉽게 소환되었다. 오늘날 우리의 안목으로 그때를 바라보는 것이 편하긴 하다. 그렇다고 막 가져다 써서는 곤란한 것도 더러는 있는 법이다.

<<암살이라는 스캔들>>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으리라 여겼던 것도 사실이었다. 조금 무안해져 버렸는데, 필자가 스스로 역사적인 연구는 아니라고 밝혔던 것도 이유였겠지만 저작의도가 꽤 신선하고 간명했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이야기의 정형을 미리 설정해 놓고 그 틀에 사건을 이입시켜 의미를 부여하는 미디어에 주목한다. 이 미디어는 심지어 여자라는 기호를 항상적으로 욕망하는 남성중심적 사회구조의 일부이다. 즐거운 이야기가 되기 위해 요구되었던 몇 가지 장치들과 그 속에서 차별-억압을 암묵적으로 때론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독을 바라보자는 것이다. 메이지 시대를 대상으로 삼아 일본 미디어가 어떠한 이야기를 요구하고 편성하였는지, 어떤 사건이 선택되었는지를 보고 싶다면 이 책은 흥미롭다. 질병과 위생관념이 어떻게 사회에서 여성과 결합되어 이해되는지, 흰 피부와 미용이 진화론과 어떤 식으로 연관되고 있었는지 저자의 논지를 한 번 따라가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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