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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너 시티 이야기 - 2020년 케이트 그린어웨이 수상작
숀 탠 지음, 김경연 옮김 / 풀빛 / 2020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숀 탠 글•그림 김경연 옮김. 이너 시티 이야기. 풀빛 / 2020년 9월 23일 초판 1쇄
뒷표지에 있는 소개글이 책을 접근하는 데 한 빛을 던져주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서로의 그림자 속이 아니라면 우리는 어디서 살 수 있을까?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티스트 숀 탠이 인간과 동물의 본성과 도시에서의 공존을 독특한 상상력으로 그려 낸다. 악어에서 개구리까지, 호랑이에서 벌까지, 우리 사랑과 애정, 가해와 파괴에 대한 어둡고 초현실적인 탐험을 이야기한다. 동물들이 우리를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어떻게 우리의 삶은 좋은 싫든 영원히 얽히게 될까?
이 책은 숀 탠 특유의 위트와 신랄함을 매우 아름답고 강렬한 글과 그림으로 아우른 걸작이다.”
숀 탠은 1974년생이다. 올해가 2022년이니까 48세이다. 숀 탠이 이 책을 2018년에 출간했으니 그때 나이로는 44세이다. 작업을 몇 년 동안 했는지 모르나 40대에 이런 작품을 낸 것이다. 그는 오스트레일리아 퍼스주의 프리멘틀(호주 서안의 바닷가 도시)에서 나고 자랐다.
혼자 그림 공부를 해서 16살 때부터 공포 소설, 공상 과학 소설에 삽화를 그렸다(1990년부터). 대학에서 미술과 영문학을 공부했으며, 1992년 국제미래출판미술가상을 수상한 뒤(18살 때)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애니메이션 <월-E>,<호튼>의 컨셉 디자이너로 일한 바 있는 비주얼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쓰고 그린 작품 《잃어버린 것》으로 볼로냐 라가치 명예상을, 《빨간 나무》로 CBCA 명예상을, 《도착》으로 볼로냐 라가치 특별상을 받았다. 그의 그림책으로는 《빨간 나무》《여름의 규칙》《매미》 등이 있다.
그의 경력이 화려하다. 혼자서 그림을 그리다서 대학에서 미술과 영문학을 공부했고, 이런 작품을 창작해 내다니 대단한 사람이다.
인간과 동물의 본성과 도시에서의 공존
(나는 표지부터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너 시티 라는 제목도 불가해하다. 도대체 숀 탠을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
141 하마 / 131 개구리 / 161 고래 / 137 양 /173 매? / 17 나비 / 61 달팽이 / 71 고양이? / 65 상어 / 193 여우? / 149 도룡뇽? / 187 독수리? / 179 곰 / 207 벌 / 85 돼지
79 말 / 111 올빼미(부엉이) ? / 23 개 / 91 물고기? / 225 인간(여자) / 217 아메리카 대륙의 소? / 165 표범, 호랑이, 치타 ? / 107 코뿔소 / 11 악어 / 199 까마귀?
(인간이 여러 날짐승과 들짐승, 물짐승? 들 26종 중에 하나이다.
세상의 동물들은 고유한 이유로 존재한다. - 앨리스 워커
(숀 탠이 창조를 믿는 지 모르겠다.)
11쪽 악어들은 팔십칠 층에 산다. (이 말부터 이해불가이다. 난해하기 그지없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악어들이 시간을 초월한 평화 속에 산다는 거다.
17쪽 나비들은 점심시간에 왔다. (나비는 무엇을 상징하는 것이지? 진짜 나비를 말하는 것일까?)
23쪽 옛날 우리는 서로 낯설었다.(하나도 모르겠다. 개?)
61쪽 대중은 그들을 외설적이라고 했다.(달팽이의 사랑이라고?)
67쪽 녀석들의 창백한 배들로부터 더 많은, 더 작은 상어들이 희망을 갖고 허우적거리며 굴러 나왔다.
74쪽 터크보트는 그런 것들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오직 영원히 현재밖에 없었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여기와 지금뿐이었다. 달콤한 야옹 소리, 영혼이 담긴 초록빛 응시, 지친 하루가 끝날 때의 털처럼 가벼운 무게, 모든 불안과 고통을 치유하는 가르랑 소리, 터그보트는 맨 처음부터 분명히 그냥 고양이가 아니었다.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고양이는 고양이로 대변되는 그 무엇이다. 그 이미지와 느낌을 담은 그릇이라고 할 수 있겠다. 동물은 그렇다. 사람도 그럴까? 사람이 고양이를 보는 것과 고양이가 사람을 보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 같을 수 있을까? 고양이는 고양이에게 대체 무엇일까? 사람은 사람에게 대체 무엇이지? 나는 나에게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나이다. 그러나 나는 내가 아니다. 나는 나에게 물음표이다.)
(물 속의 고양이 머리 위 두 귀 사이에 여자와 아이가 부둥켜 안고 있었다. 나는 처음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처음에는 그것이 무슨 막대기가 고양이 머리 위에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엄마와 딸 아이였다. 그들은 왜 고양이 머리 위에 있지? 파도가 휘몰아치는 바다인지? 무슨 호수인지? 아니면 강인지? 도대체 알 수 없는 물 속 고양이 머리 위에 서로를 부둥켜 안고 있다. 무슨 일인지?)
88쪽 말들이 그 무엇보다도 잘 아는 사실은 어떤 동물이건 인간에게 돈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저주라는 거다.
87쪽 나중에, 모두가 잠들고 모든 시계가 어제와 오늘 사이의 틈새에 멈춰 서 있고 세상이 파란색이 되면 우리는 살그머니, 돼지를 데리고, 빠져 나온다. 형제자매를 만나 서로 아는 이야기든 모르는 이야기든 모두 다 말하는 돼지들의 꿀꿀꿀꿀 꽥꽥꽥꽥 소리를 들어 보라.
(이게 무슨 황당한 이야기인지? 도대체 말이 돼지 않는 이야기들을 지껄이고 있다. 숀 탠의 화법은 왜 이 모양일까? 무얼 이야기하고 싶은 거야?)
91쪽 우리 도시에는 바다가 없다는 걸 고려해 보자.
도시에서 물고기를 위해 남겨진 유일한 장소가 있다면, 조수나 조류가 있으면서 유일하게 훼손되지 않고 사방으로 트인 곳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하늘이다. 그렇기에 물고기를 잡으려면 가까이 가야 할 곳은 하늘이며, 도시 낚시가 어려운 이유의 절반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가장 높은 빌딩 꼭대기에 이르는 것이다.
(이 물고기의 그림이 책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이 물고기의 이름은 모르겠다. 금붕어 비슷하기도 하고, 그런데 숀 탠이 말하는 물고기는 물고기의 이미지를 사용하지만 물고기가 아니다. 하늘을 헤엄칠 수 있는 물고기? 아니지. 하늘 고기이다. 그래 물고기의 이미지를 이용해 하늘을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는 생명체를 그리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아니, 하늘을 자유롭게 헤엄치는 것인 새들이 아닌가? 그러면 하늘을 나는 새와 하늘을 헤엄치는 물고기는 뭐가 다른 거야?)
92쪽 그러나 도시의 하늘 낚시꾼 모두가 언제나 커다란 놈을 잡는 크고 웃기는 꿈을 갖고 있었다. 황금빛 갈돔이라든가 꼬치 삼치, 폭격 가오리, 네온 민어, 적갈색 사암 샛돔, 또는 거의 모든 종류의 하늘 연어 같은 것. 달물고기? 꿈도 꾸지 못할 꿈이었다.
95쪽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살아 있는 빛의 형상이 우리 머리 위에서 마지막 나선형을 그리고 있었다. 평평한 원반 같은 달물고기는 만만찮은 근력으로 반항하며 우리가 줄과 갈고랑이를 잡아당기는 내내 우리의 엉덩이와 발뒤꿈치를 쳤다.
96쪽 달물고기는 바로 가까이에서도 전혀 물고기 냄새가 나지 않았고 오히려 매우 가문 여름에 이어지는 축복의 비 같았다. 아니 어쩌면 달 같았다. 별 같았다. 돈 같았다.
97쪽 위기는 우리를 하나로 만들고 우리의 모든 고독과 슬픔을 잊게 한다. 이것이 달물고기의 두 번째 커다란 선물이었다.
(이건 뭐 그냥 단어의 나열이다. 이미지의 이미지가 꼬리를 물고 그냥 이어지는 것 뿐이다. 과연 숀 탠의 머리에서 나오는 이 모든 것들이 무슨 말인가? 그도 이것을 의식하고 전체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그냥 부분적으로 그리다 보니 그림이 모아져서 한 권의 책이 된 것일 뿐일까? 궁금하다. )
101쪽 “달물고기는 하늘에 살지요.”
“빛나고, 거룩하고, 완벽한 생명체죠. 여기, 이 세상에서는, 죽습니다. 몸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다. 영혼, 정신, 맛, 모든 것이 죽습니다. 고객들은 달물고기를 먹고 싶어 합니다. 달물고기를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합니다. 늘 달물고기에 대한 꿈을 꿉니다. 왜냐, 고객들은 달물고기를 먹을 수 없기 때문이죠. 한 시간, 두 시간, 태양이 떠오르면, 모든 것이 사라집니다. 우리는 서둘러 여기, 그리고 여기, 작은 조각을 구해서 빨리 내놓아야 합니다. 아직은 좋을지도 모르니까요.”
(히로 씨의 말이다. 그는 음식점의 주인인가? 쉐프인가? 주인 겸 쉐프인가? 모르겠다. 그는 어쩌다 달물고기를 알게 되었을까? 학교 선생님 생각이 난다. 학교 선생님들은 이렇게 모든 것을 다루지 않는가? 책 속의 지식들, 하늘의 것들을 끄집어 내서 함께 나누어 먹을 수 있도록 식사하는 법을 가르치려고 한다. 재료는 철자와 그림과 온갖 신경 세포와 시냅스와 뉴런이다.)
102쪽 내가 얼마나 우리 가족을 사랑하느냐고? 이만큼 많이. 아무것도 우리가 바랐던 것으로 되지 않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그것이 뭔가가 되기를 희망한다. 우리는 삶이 실망스럽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비록 이유를 모르더라도 우리는 언제나 뭔가를 하느라 너무 바쁘다.
103쪽 여기에 달물고기의 세 번째 커다란 선물이 있었다. 위쪽으로 퍼부어지는 금빛 불꽃들, 초월적인 알들의 축복, 그리고 회한이 그것이다.
(그랬다. 표지의 그 물고기와 소년?이다. 뭘 말하려고 하는지 알 듯 하기도 한데, 잘 모르겠다. 어떻게 말로 표현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림은 아름답다. 숀 탠의 생각은 그림으로 모아져 있다. 달물고기이다. 지붕 위, 아니 아파트 , 아니... 도시 속의 한 지붕 안테나들이 있는 그곳... 소년이? 달물고기를 잡고 있다. 빛나는 하늘물고기를. 그냥 하늘물고기다. 나도 모른다.)
107쪽 코뿔소가 다시 고속도로에 있었어.
아무도 그것이 마지막 코뿔소인지 몰랐어.(이게 뭐지? 생물종 보호를 위한 캠페인인가? )
127쪽 그때까지 올빼미는 결코 내 곁을 떠나지 않을 거야.
(밤을 밀쳐내고 빛 아래 살고 있는 아파트 건물? 각 방들의 환한 유리창들...밤의 올빼미들이 되었나? 모두 밤을 갈아 먹고 산다.)
131쪽 어느 날 오후, 이사진이 모두 개구리로 변했다.
이 이야기는 개구리로 변한 이사들을 발견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132쪽 하지만 자연스러운 질서란 없어. 모든 것이 운이고 부조리해.
자신도 똑같이 모두 실패로 이어진 어리석은 가정들을 했고,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양서류건 아니건, 연약함과 두려움, 복잡한 약점을 지닌 존재였는데도 말이다.
137쪽 “양을 존중하라.” (한국 학교의 교실 같은 곳인데)
141쪽 소년은 천재다!
그들의 급진적 교육 방법이 마침내 풍자적 비난 대신 찬사를 받았던 거다. 세상을 향해 모든 문을 활짝 열 때가 왔다.
142쪽 소년은 하마를 꿈꾸었다. 오로지 하마에 대해서만 꿈을 꾸었다.
(꼭 숀 탠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143쪽 소년이 모든 군사적 갈등을 종식시킬 정체 체제라든가, 도덕적 덕목에 상업적 지표를 부여하는 재정 제도, 종교가 없는 세상에 대해 공연 강연을 하자 여론은 더욱 시큰둥해졌다.
145쪽 하마들은 넓고 넓은 입을 벌려 그 물을 들어오게 했고, 함께 수면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156쪽 우리가 폐어였다. 폐어들의 모든 공개 포럼, 모금 행사, 의식 캠페인, 싱크 탱크, 행동 집단, 손바닥만 한 크기의 모든 비판적 논평 잡지, 모든 긍정적 정의, 그 모든 것은 우리를 더 나은 사람들로 만들려고 열망하는 뭔가가 있었다.
(이렇게 보니 폐어는 핸드폰이 아닌가 생각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잘 모르겠다.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이미지는 떠오르고 움직이는데 이 전체를 다 모아서 무엇을 말하려는지 모르겠다. )
157쪽 폐어들은 상처받은 자부심이라든가 인간 본성의 진정한 타성에 대해서는 조금도 몰랐다. 폐어들은 우리에게 말하는 방법을 몰랐다.
전선과 혈류에 이는 소우주적 진동 어딘가에, 얽히고설킨 염색체들 어딘가에, 저 모든 다른 자아들이 있다.
161쪽 우리는 새끼 범고래를 바다에서 데려다 하늘에다 두었다.
너무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범고래는 여전히 하늘에 있다. 다만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내려야 할지 모른다.(비행기에서 본 도시의 야경 모습, 범고래는 인공위성일지도 모르겠다.
165쪽 당신의 절대 호랑이를 피하지 못할 거다.
(165 표범, 호랑이, 치타 ? 생각을 했는데, 호랑이였다. 숀 탠이 생각한 호랑이는 무엇일까?)
167 모든 사람이 다 쓰지 않는 한, 거의 아무도 마스크를 쓰려고 하지 않는다. 이것이 인류의 큰 약점이다. 우리는 매우 자의식이 강하고, 쉽게 당황하고, 마치 호랑이처럼, 일반적으로 가능한 한 언제나 남부끄럽지 않게 보이고 싶어 한다.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것과 남들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 사이에서 끝없이 갈팡질팡하며, 대개는 후자를 따른다.
결국은 사회적 압력이 이르는 대로 마스크를 쓰지 않는 보통 생활로 되돌아갔다.
173쪽 앵무새와 함께 살지 않는 사람들은 앵무새와 사는 사람들에게 거듭 묻는다.
(나는 새 중에 앵무새라고 생각하기보다 매 종류의 새가 아닌가 생각했었다. 부리 쪽의 모양으로 오히려 쉽게 생각할 수도 있었을텐데...)
인간의 언어를 다른 존재로부터 듣는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다.
175쪽 앵무새의 심장이 우리 뺨에서 정글의 아주 작은 북처럼 떨리고 지구가 수십억 년 된 지축을 또 한 번 돌면, 우리는 남몰래 생각한다. ‘여기, 지금,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앵무새와 함께 산다는 것, 이것은 얼마나 이상한 특권인가.’
179쪽 변호사와 함께 있는 곰.
알고 보니 인간의 법은 지구에서 유일한 법체계가 아니었다.
182쪽 우리의 회계 체계는 세상에서 유일한 체계가 아님이 밝혀졌다. 더 나쁜 것은 우리의 채무가 헤아릴 수 없이 심각했다는 거다. 더 더 나쁜 것보다 더 나쁜 것은, 우리가 역사에 걸쳐 축적했던 모든 자본은 인간의 상상이 일궈 낸 집단적 허구였다는 거다. 부동산, 주식, 달러, 모두. 우리가 가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곰들은 애초에 결코 우리의 소유가 아니었던 모든 것을 그만 움켜쥐고 있으라고 부탁했다.
187쪽 취리히에서 독수리를 본다.
193쪽 나는 여우야! 나는 어디든가! 나는 무엇이든 해! 여기 너의 거실에서, 너의 부엌과 욕실에서, 바로 여기 너의 침대에서! 너의 무광 아크릴 벽과 긴 털 융단 카펫에 뛰어오르며 밤새도록 달리지.
199쪽 돈이 모이는 곳에 비둘기도 모인다. (이것도 새이지만 비둘인줄 몰랐다.)
203쪽 강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동안 모든 식물, 곰팡이, 곤충, 새, 도마뱀, 포유류가 빛나는 초록 세계를 재건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올 거다. 심지어 인간들조차 천 년의 이끼와 지의류 아래에 숨겨진 경제적 교훈까지는 아니어도 풍요로운 초록 세계를 즐기기 위해 돌아올지도 모른다.
211쪽 유일무이한 기쁨, 말 없는 감탄, 모두 함께 만들어내는 진동, 벌 떼 소리. 그렇다. 정확히 그것이다.
212쪽 벌들은 너무 오랫동안 기다렸고, 삶은 너무 짧고, 이미 죽어 가는 꽃들은 그 비현실적인 존재를 지속할 수 없다.
213쪽 찾아온 사람들, 꽃 피는 순간, 박수갈채, 벌, 그 모든 것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있다.
‘왜 우리 입에서는 언제나 꿀맛이 날까?’
217쪽 우리가 여기서 만드는 것들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
218쪽 아 그래, 야크, 야크, 야크가 오고 있다.
(나는 야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야크는 인도 북부, 중앙아시아, 중국 서부의 고지에 사는 소과 동물이다. 나는 아메리카를 생각했다. 아메리카 벌판의 그 무엇? 아직도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구나. 그런데 버펄로를 생각했다. 나는 그게 아메리카의 들소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아프리카의 물소라는 말이다. 그러면 아메리카의 넓은 평원에서 인디언과 함께 생각나는 그 들소의 이름이 무엇이지? 뭐야? 북아메리카 들소를 검색하니까 버팔로(buffalo) 라고 나오는데? 버팔로는 본래 아메리카 들소를 포함한 야생 들소 전체를 지칭한다고 하네.)
219쪽 사실 야크는 내가 아는 가장 현실적이고 희망적인 존재다.
225쪽 (이제 마지막 이야기에 도달했다. 여기까지 오는 데 너무 어려웠다. 물론 쉽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읽기 시작하고 나서 19일이니까 이틀 만이다. 무슨 이야기인줄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미지들이 겹치면서 쌓여지는 무슨 감흥이 있다. 그게 무엇일까?)
우리는 서로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
우리에겐 너무 많은 질문이 있다! 하지만 태양은 우리 머리를 내리누르고 우리 등을 태우며 모든 이론과 종교를 바싹 말린다.
227쪽 왜 우리는 그토록 많이 싸웠을까? 이 높은 암석의 띠 위에서 우리는 왜 그토록 잔인하고, 냉담하고, 이기적이고, 분리되고, 외로웠을까? 다만 지금, 너무 늦었지만, 우리는 퇴적물 속에서 모두 형제와 자매들을 한데 묶고 있는 것들을 조용히 기억한다.
상어, 곰, 악어, 올빼미, 돼지, 폐어, 달물고기, 앵무새, 비둘기, 나비, 벌, 호랑이, 개, 개구리, 달팽이, 고양이, 양, 말, 야크, 범고래, 독수리, 하마, 코뿔소, 여우... 적어도 우리는 그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단어를 주었다.
감사의 말
(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등장한다. 나는 이렇게 어떤 책을 내면서 작가가 자신에게 도움을 준 사람들의 이름을 일일이 나열하는 것이 참 부럽다. 영화관에서 영화가 끝난 후 지루하게 검은 자막에 영화를 만들기 위해 수고하고 도움을 준 많은 사람들과 기관들의 이름이 나열되는 것들에 대해서도 지루하지만 끝까지 본 적도 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리하였다. 이렇게 사회적인 연대 의식과 고마움을 항상 기억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나 혼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나를 있게 한 많은 사람들, 그리고 지금도 나를 돕는 이웃들이 얼마나 많은 지 모른다. 사실 아무 이름도 모르는 저 동해안의 어부, 남해안의 농부, 중부 지방의 노동자, 택배 노동자, 그리고 이제는 저너머 중국의 노동자들, 더 멀리 동남 아시아의 노동자들, 남미의 노동자들, 아프리카의 노동자들, 유럽의 노동자들, 북한의 노동자들, 오스트레일리아의 노동자들,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사실 연계되어 있다. 그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다. 그리고 태양과 온 우주와 이 지구와 먼지 하나까지도 나의 존재를 이루어는데 분자들이 되어 있다. 그렇게 나는 존재하고 살아가고 있다. 물론 하나님의 은혜로 그렇게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