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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힐에서 온 편지 - 발도르프 아줌마의 삶과 교육 이야기
김은영 지음 / 지와사랑 / 2008년 12월
평점 :
인상깊은 구절
131쪽-
우리가 장애인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대하게 되면 ,결국 우리는 장애인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없습니다.우리가 장애인들은 '어떠해야 한다'고 바라 보았을 때,장애들을 참되게 도와줄 수 있고,장애인들은 변화하게 됩니다.
우리가 우리와 다른 모습을 하고,다르게 생각하는 장애인들을 만나면,연민과 반감을 느끼게 됩니다.하지만 장애인들에게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때,겸손한 마음이 생겨나고,우리는 그들을 참되게 도와줄 수 있습니다.
232쪽
교육이란 아이들에게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사회가 요구하는 것을 가르쳐 사회에 가치 있는 인간으로 키워가는 것(소위 교육의 목적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문화 계승 내지는 발전의 기능)이 아니라,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갖고 온 것이 무엇이며,이 세상에 무엇을 실현할 수 있을까를 살펴서 그것을 잘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곳이 학교이고,그리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다.(루돌프 슈타이너 전집 GA 293쪽)
267쪽
"인간의 발달과정에서 다운증후군 아이들이 과거의 인간이라면,자폐 아이들은 인간의 진화된 미래의 모습"
284쪽
우리가 만드는 하나하나의 움직임들은 우리의 전체 삶을 구성하는 요소들이며, 우리 삶 자체는 전체적인 하나의 큰 움직임으로 볼 수 있습니다.그런데 우리가 '나의 삶'이라고 할 때이 나의 삶이란 놀랍게도 타인의 삶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라고 물으면 그는 자신의 부모에 대하여 설명할 것이고,그 밖의 가족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며 자기가 즐겨 읽는 책에 대하여 이야기할 것입니다.이렇듯 다른 삶과 얽혀 있습니다.
단순히 발도로프 교육방법에 대한 체계적이고 기술적인 책이 읽고자 하는이에게는 적절하지 않지만,발도로프 교육 관점과 철학, 발원지 현지의 생생한 모습,인지학과 발도로프 교육에 대해 관심을
가진이들이라면 발도로프 전문가와 가볍게 식사하며 대화를 나누고자 하는 마음으로 선택한다면
즐겁게 읽고 식사 비용 정도의 책 값이 아깝지 않을 책.
미혼인 내가 책을 구입한 동기는 발도로프를 알고 싶어서가 아니라 책을 통해 글쓴이를 만나고 싶어서라는 이유였다. 정치와 거리가 멀던 내가 글쓴이를 처음 만났던 곳은 서점이 아니라 2007년 대선 자원봉사캠프였다.
공보와 인터넷으로 분야가 다르고 서로 바빴기에 얼굴만 알고 지내던 성격좋게 생긴 동네 아줌마가 독일 유학을 다녀왔고,발도로프 교육 전문가라는 얘기를 들은게 10월인데 11월에 책을 냈다기에 그 아줌마가 정체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기술관련 전공서적이 아닌 책은 내게 있어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는 대상이 아닌 만남이다.
이전에는 서점에서 대강 훓어보고 선택했지만,
요즘은 인터넷으로 선택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망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
한 권은 팔아 줘야지 하는 마음과 아줌마의 정체에 대한 궁금함과 의심으로 구입한 책을
통해 만난 아줌마는 나를 즐겁고 기쁘게 해 주었다.
책을 쓰기 위해 따로 집필한 것이 아니라 유학시절 한겨레신문 블로그를 통해 세상과 공유하던 내용을다듬은듯한 책 내용들은 그 순간 순간의 생활의 느낌,생각,만남이 생생하고 충실하게 느껴졌다.
15년 동안 장애인 특수 교사로 생활하다 그 생활에 안주 할 수도 있었지만,안주하고 싶었지만
마흔 살에 유학을 떠났던 아줌마가 마흔 일곱 살이 되어 그간의 시간을,삶이 담긴 책을 통해
내가 살아보지 못한 또 다른 삶 속에 생각,외로움,선택을 느끼고 공유할 수 있었고,
한 사람이 삶에서 어떤 한계를 느끼거나 희망을 봤을 때 익숙한 생활을 벗어나는 일이
결코 슆지 않음을,그러나 머리로 슆지않은 선택을 가슴으로 하여 온전히 노력할 때
그 삶은 한 단계 성장하고 성숙하고 깊어짐을 느낄 수 있었다.
1부 나를 찾아서 (17~123쪽)에서는 아줌마가 아닌 자신의 존재 의미와 한계에 대해 고민하며
한 걸음,한 걸음 보다 나은 길을 찾아 가고자 하는 인간 김은영을 만날 수 있었다.
장애인 교육이란 자신의 분야를 가진 전문인 김은영,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지식이 아닌 지식 이상의 것을 전해 주고자 하는 선생 김은영,
한 남자의 아내 김은영,한 아이의 엄마 김은영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늘 살아온 익숙해서 편한 누릴 수 있는 일상에 벗어나,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언어를 사용하며,
느끼고 성장해가는 한 인간의 생각,갈등,눈물,만남 따듯하고 진솔하게 담겨 있었다.
발도로프에 대한 관심보다 김은영에 대한 궁금함으로 구입한 내게
그녀의 성장과정과 "왜?"장애인 교육이라는 길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하는
부분을 찾을 수 없어 아쉬웠다.
2부 캠프힐에서 온 편지(124~209쪽)에서는 김은영은 캠프힐 간략한 역사,설립취지,인지학,발도로프에 대한 소개로 시작하여 교정의 이곳 저곳을 소개하고,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과정과 만남,사람들을 만나게 해주었다.
인지학에 대한 설명을 보면서 성선설과 선악설이 떠올랐는데 인지학의 관점은 인간이란 선도 악도 아닌 환경과 교육에 의해 선과 악이 길러지고 품어지는 살아있는 존재로 바라보는구나 싶고,공감이 갔다.
캠프힐이란 생활공동체의 풍경,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다양성, 혈연 중심의 공동체에만 익숙한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가치공동체 모습과 그 속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그들이 빚어내는 관계들을 느낄 수 있었다.
장애인으로 태어난 사람도 많지만,태어나 장애인이 되는 사람도 적지 않고,책에서 얘기하는 바와 같이 장애를 신체적인 것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성과 고독이라는 저울의 균형을 잡는 능력의 부족이나 부재라고 한다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부터 시작해서 우리 모두는 장애인이 아닐가 싶다.
서로 부족하기 때문에 인간이 같이 할 수 있다는 지식과 마음은 갖고 있지만,현실의 생활에서
우열을 가리고 주종관계에 익숙한 우리 사회, 본인이나 본인의 가족도 본인의 의지와 관련없이 장애인이 될 수 있는게 인간의 삶인데 이러저런 이유로 장애인을 무시하고,거부하는 어리석고 이기적이고 편협한 사람들이 떠올라 우울해지기도 했지만, 글쓴이처럼 묵묵히 한 걸음씩 자신의 삶을 사르는 사람들이 있기에 선진국의 복지제도,시설보다 타인에 대한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편협하고 이기적인 사람들의 인식과 관습이 사라지고 이 땅에서도 서로 부족하기에 같이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3부 인지학과 발도로프 교육(210~285쪽)에서는 인지학과 발도로프 교육에 대한 상식을 만날 수 있었다. 인지학이란 '인간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인식'이며 '자신이 왕인데 그것을 모르고 있다면 그는 왕이 아닌 것이다'이런 내용으로 시작하는데 인지학이나 발도로프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글쓴이가 겪고 이해하는 관점에서 설명을 해주는데 인지학과 발도로프에 대헤 제대로 이해하고 느끼기에는 아쉬움이 있었지만,대강 감을 잡고 이해할 수 있었다.
미혼이고 특별히 발도로프에 관심을 가진 글쓴이를 알았고,발도로프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발도로프 아줌마에 대한 호기심에 구입하여 읽었지만 47년이란 세월이 진솔하게 배어 나오는
내용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