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 감사 - 한경직 목사 구술 자서전
한경직 지음 / 두란노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감사할 일이 없어지는 요즘,
나는 주신 것들에 감사하며 또한 주실 것들을 믿음으로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는지.
한경직 목사님의 구술 자서전 '나의 감사'는 출간될 때부터 관심이 있던 책이었다. 더군다나 육성녹음 CD까지 포함된 책이라고 해서 어떤 책일까 더욱 기대가 되었었다. (아직 한번도 한경직 목사님의 설교 말씀을 들어본 적이 없어서 더욱 읽고 싶었던 것 같다)
또한 설교 말씀도 한번도 들어보지 않았을 정도로 개인적으로는 잘 알지 못하는 분이셨지만 이번에 출간된 자서전의 내용이 더욱 궁금했던 건, 우리 믿는 크리스천들 뿐만 아니라 믿지 않는 이들에게도 존경 받아오신 분이시기 때문이었다. 왜 그렇게 기독교를 비판하고, 비난하는 사람들 마저 한경직 목사님을 존경했을까? 이 책을 통해 어느정도 알 수 있기를 기대함으로 책을 펼쳤다.
글 처음에 '감사'에 대해 말한 이유는, 이 책의 제목과 목차 때문이다. 제목도 '나의 감사' 이지만, 목차(내용) 역시 '배우게 하시니 감사하다', '새 일을 주시니 감사하다', '목숨걸고 살게 하시니 감사하다' 등 온통 감사로 가득차 있었다. 도대체 하나님께서 얼마나 복을 주셨기에 감사로만 자서전을 채울 수 있었을까?..
자서전은 '나의 나됨을 감사하다' 라는 챕터로 시작한다. 책에서서는 각 챕터별로 목사님이 살아오신 생애에 대해 자세히 들어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나의 나됨을 감사하다'에는 말 그대로 목사님의 부모님, 배우자, 형제, 고향 등 어린시절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고, 두번째와 세번째 챕터 '배우게 하시니 감사하다'와 '젊은날 성장케 하시니 감사하다'에는 한경직 목사님의 학창시절과 학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장이다. 이렇게 이 책에서는 목사님께서 살면서 경험했던 중요했던 순간들에 대해 일화와 함께 목사님의 생각을 이야기해주고 계신다.
각 챕터별로 우리에게 익숙한 영락교회, 새문안교회 등 한국의 교회들과 조만식 선생, 이승훈 선생 등 한 목사님의 은사님들 이야기, 오산학교, 정신, 경신학교, 숭실대학 이야기 등도 읽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미션스쿨을 다니고 있거나 졸업한 분들에게도 우리 학교가 어떠했는지 볼 수 있어 좋을 것 같다.
책을 읽고 있으면 한경직 목사님이 어떤 성품을 지니신 분인지 느껴진다. 그분의 목소리도 들어본 적이 없지만 어떻게 설교하셨을지, 어떻게 이야기 하시는지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이 책은 그렇게 하나 하나 한 인간으로서 '한경직', 목사로서의 성직자 '한경직'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책이다.
한 개인의 생애를 다루는 책들, 위인전이나 자서전이 우리에게 주는 유익으로 한 개인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앞으로 살아가는데 모델로 삼을 수 도 있고, 새롭게 비전을 세우는데에도 도움을 준다는 것을 들 수 가 있는데 그런면에서 한경직 목사님의 자서전은 어른들을 위한 위인전, 바른 목회를 하고자 하시는 목사님들을 위한 위인전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어린이를 위한 한경직 목사님의 자서전도 출간되었다고 하니 참고해도 좋을듯)
생명의 삶 Q.T책에는 현재 한경직 목사님의 영성 에세이를 연재하고 있다.(2010년 5월, 현재 5번째 글이 연재중이다) 에세이 마지막을 보면 목사님에 대한 소개가 적혀 있는데, '1992년 템플턴상 수상'과 '겸손과 청빈의 목사'라는 말이 눈에 띈다. 무엇때준에 이 표현을 한경직목사님을 설명하는데 썼을까 궁금했는데 자서전 '나의 감사'를 통해 어느정도 알 수가 있었다.
(템플턴상은 미국의 사업가 템플턴(John Templeton)이 노벨상에 종교 부문이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1972년 템플턴 재단을 설립하고 3만 4000파운드의 기금을 상금으로 내 놓으면서 제정된 상으로 종교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첫번째 수상자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테레사 수녀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목사님의 이러한 겸손과 청빈은 윤치호 선생의 말씀이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p120. '평생 갚아야 할 100원' 참조) 그 당시 큰 돈이었던 100원을 한목사님의 유학자금으로 주신 윤치호 선생님이 앞으로 갚겠다고 이야기하는 한경직 목사님에게 하신 말씀,
"나한테 갚을 것 없다. 이 다음에 다른 사람들에게 갚아라"
이 말이 목사님을 평생 빚진자의 마음으로 살게 하시지 않으셨을까? 그 어떤 부와 명예와도 바꿀 수 없는 하나님의 사랑, 예수님의 보혈에 빚진 우리도 그렇게 살아야하지 않을까...
한경직 목사님의 자서전을 읽고 난 후 깨닫게 되는 또 다른 하나는 겸손하게 하나님만을 의지하며, 감사함으로 살아갈 때 하나님께서는 그 사람을 통해 하나님의 일을 하신다는 것이었다. 목사님이 자라신 농촌의 작은 교회를 통해 하나님께서 많은 일들을 행하셨다고 생각하니 우리의 외형적인 모습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한번 깨닫게 된다.
이 책은 한경직 목사님 한 개인의 자서전이지만, 이 책안에 나오는 수많은 겸손한 하나님의 사람들을 통해 하나님께서 일하신 수많은 '한경직목사님'에 대한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경직 목사님의 '나의 감사'는 어떤 폭풍같은 감동을 주는 그런 책은 아니지만, 내가 흐트러질때마다목사님이 살아오신 삶을 통해 삶의 기준을 바로 잡아 줄 그런 책이 될 것 같다. 이 책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9번째 챕터에 있는 '가족에게 남기는 말'이다. 목사님께서 하신 "보물을 하늘에 쌓아두라" 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또한 크리스천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말일테지만, 일 평생 그 말씀을 실천하며 살아오신 한경직 목사님께서 하신 말이기에 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 이 땅에 물질을 남기지 않고, 기도의 유산밖에 남기지 않았다는 목사님의 말이 큰 도전이 된다.
책을 다 읽은 지금, 한경직 목사님의 생애가 눈 앞을 스쳐 지나간다. 책 중간 중간 목사님이 살아오신 사진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 더욱 그런 것 같다.
'그러나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한 것이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라고 고백한 사도바울 처럼, 그리고 한경직 목사님처럼,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게 내가 살아온 인생에 대해 들려주게 될 때 하나님께서 베풀어주신 '나의 감사'를 가득 담아 전하고 싶다. 책 서문에 목사님께서 늘 부르셨다는 찬송의 구절이 귓가에 맴돈다.
"만 입이 내게 있으면 그 입 다 가지고 내 구주 주신 은총을 늘 찬송하겠네.." (찬송가23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