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마시는 새 바둑판 미니어처 세트 (출판 20주년 일러스트 특별 한정판, 양장) - 전4권 - 양장본 4권 + 페이퍼백 4권 + 슬립케이스 + <피를 마시는 새> 원목 바둑판 미니어처
이영도 지음, 백성민 그림 / 황금가지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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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눈마새 페이퍼백이나 출간해주지…하드커버가 아주 흉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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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락적이고 무모했던 여름날.
이탈리아의 후미진 시골 한켠에서 한여름 밤의 꿈 같이 아련하고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모래 같이 아쉽고 덧없이 펼쳐졌던 첫사랑. 작가의 농밀한 터치로 탄생한 프락시텔레스의 조각상은 진지한 인문학을 입고 내적 판타지가 현실이 된다.
“네 이름으로 날 불러줘, 내 이름으로 널 부를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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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동화책의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그림체에 푹 빠져서 그림이 예쁜 동화책만 찾아 읽어보던 때의 유일하게 남은 유산이다. 


돈도 되지 않는 책들을 이사를 가며 고물상에 빨래비누 몇 개를 받고 다 팔았다. 

헌책방에 보내려고 택시를 몇 번이고 타고 왔다갔다 하고 싶지 않았고,도서관은 기름값도 나오지 않는 책 몇 권을 가지러 오지 않았다. 


이제는 책을 거들떠보지도 않겠다고 안 먹고 안 입고 모은 책을 폐지로 보내버리고선 대형 중고서점이 시내 곳곳에 생겼을 땐 꼭 나를 위해 준비 된 공간 같았다.

사지는 않아도 고개라도 들이밀어 구경이라도 해 보자 생각했다. 지금도 책은 우선순위에서 밀려 할인할 때 아니면 잘 구입하지 않고 보관함에 몇 년째 쌓여있는 책들 눈요기만 할 때가 많은데   그때는 버스 차비 한 푼이 아쉬워 더욱 그랬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똑같이 나는 그 어떤 굳건한 결심이나 각오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인간이다.

반짝반짝한 조명 아래 주르륵 늘어서 있는 서가 사이를 거니노라니 이것이 생시인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도서관]은 그 곳에서 다시 보았다. 

삐쭉빼쭉 빼곡히 진열된 얇은 하드커버의 알록달록 동화책들 중에 눈에 익은 표지가 한 눈에 들어왔고 누가 채갈리도 없는 그 책을 독수리가 먹이를 낚아채듯 집어서 계산을 끝내고 나오면서도 끝까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몰래 나쁜 짓이라도 하다 들킨 것 처럼.


같잖게도 눈에 잘 띄는 곳에 무슨 성화라도 되는 듯 세워두고 메리 엘리자베스 브라운의 삶을 동경했다.  

마르고 눈 나쁘고 수줍은 많은 아이의 결코 예쁘다 할 수 없는 외모가 일단 마음에 들었고, 이불을 텐트처럼 세워쓰고 잠 들 때까지 책을 읽는다는 메리에게 동병상련의 정을 느꼈으며, 


메리 엘리자베스 브라운은 감자칩도 필요 없고, 새 옷도 필요 없고, 

데이트도 필요 없고, 

오직 필요한 것은 단 한 가지, 책이었다.

거의 마지막 장에 나오는 장면은 마치 자기가 응원하는 팀의 홈런 타구를 보는 관중의 마음처럼 터질듯 벅차오르니,

메리 엘리자베스 브라운이 1인용 소파에 앉아 아득한 표정을 지으며 하늘을 찌를둣 높이 치솟아 쌓여 있는 책들에 파묻혀 있는 것이다.

나는 이 페이지만 대문짝만하게 프린트해 소장하고 싶다.

책에 얼굴을 파묻고도 모자라 책들을 쏟아질듯 담은 작은 수레를 끌며 걸어가는 책 표지 속의 메리는 매우 행복해 보인다. 


이 무아지경의 장면이 내가 책을 대하며 가져야 할 가장 바람직한 모습의 표상 같이 여겨진다.

하루종일 고된 일을 마치고 돌아와 현관에 널부려져 있다 억지로 샤워까지  마치고 나오면 촛농 처럼 녹아버릴 것 같은 몸은 더 이상 내일을 살 수 없을 것 두려움에 나 자신을 추스려야 했다. 그럴 때 펼쳐든 책 속의 메리는 행복하고 걱정도 없으며 안전해 보여서 눈물이 났고, 메리가 질투가 날만큼 부러웠고, 동시에 차가운 골방에도 동화의 밝고 따뜻한 온기가 스며드는 듯 했다. 성냥팔이 소녀의 성냥처럼.

 

책을 덮고 나면 사라질 환상이지만 그래도 그 순간의 행복은 온전히 내 것인 것이다. 

그 행복은 동화를 펼칠 때마다 퐁퐁 솟아 말라붙은 웅덩이를 잠시 적시는 데에 충분하다.  

 

책은 의자 위에도 쌓이고 마룻바닥에도 널렸어요.엘리자베스 브라운이 책을 읽고 읽고 또 읽어 대자 책 무게에 책장이 무너져 버렸어요. 커다란 책들은 찻잔을 올려놓는 튼튼한 받침대가 되었어요.자그마한 책들은 부지런히 드나드는 어린 친구들의 집짓기 장난감이 되었어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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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은 셜록이 내 최애이고 루팽과 그리고 크리스티의 소설이 세상에 전부인 줄 알 때 조르주 심농을 처음 영접하고 막 찾아 읽을 무렵 뭣모르고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몰랐던) 열린책들 출판본으로 '몰타의 매'를 읽었을 때가 생각난다.

그 쨍하게 노랗던,  만년 다이어리 같이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판형의 앙증맞은 페이퍼북은 뭔가 이국적인 책 제목과 더불어 더 근사하게 느껴져서 -책의 모든 요소가 다 마음에 들어서- 이런 책은 절대 재미없을 리가 없을 것 같았다. 


이제는 하드보일드가 어떤 장르인지 이해했다. 아니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때는 솔직히 추리소설이라는 정글에서 모래 한 줌 집어 세가며 보고 있을 때니 하드보일드니, 사회파 소설이니, 코지 미스터리니, 알 게 뭔가.

내게는 지금도 그렇지만 셜록이 거의 추리소설의 신이었다.

시리즈를 다 읽고도 다른 출판사의 시리즈를 또 찾아 읽었고 번역이 마음에 안들면 쌍욕을 하며 다른 출판사의 시리즈를 찾아 읽었고 모든 출판사의 책을 통틀어 마지막 셜록의 죽음부터는 읽지 않았다. 살아돌아 온다 해도 그의 죽음을 경험하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 장르가 원래 그런 장르인 것을 아는 지금은 아무런 감정적 충격 따위야 겪지 않겠지만 이제는 줄거리도 기억나지 않으며 그 '모래알 씹는 것 같은' 그 건조한 문체와 주인공의 냉랭한 태도와 그래서 더 잘난 척 하는 마초같은 모습과 마지막 책장까지 다 덮고도 오물처럼 남은 여주인공에 대한 혐오감에 분노로 치가 떨렸다. 


그런 전근대적이고 마초적으로 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작가에 대한 증오심만 남아 출판사가 아무리 그럴싸하게 포장하여 광고를 하고모든 이가  대실 해밋을 모르면 추리소설팬이라고 할 자격이 없다고할지라도 나는 절대 읽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절대 하드보일드와 대실 해밋은 거들떠보지도 않으리라 생각했더랬다.


지금은 이런 감정이 우습지만 내게는 셜록이라는 세상의 제단에 꾸며진 신성한 성전에 대한 신성모독이며 지독한 공격으로까지 느껴졌다. 


몰타의 매는 그런 애증의 소설이다. 

나중에 도서관에 볼 책이 없어(추리소설 한정) 결국 대실 해밋의 다른 책들을 읽어볼 때도 몰타의 매만큼은 건너뛰었다.


그 마초같고 별로 정의로워 보이지도 않는 무정한 그런 인간이 유일한 구원자라도 되는 듯이 원숭이 나무에 매달리듯 매달려 구원을 비는 여주인공이 너무나 역겨워 줄거리는 희미해져도 그 혐오감은 또렷이 남아있다.


더군다나 그 무미건조한 문체는 이상하게 주인공을 더욱 부각시키는 듯 하고 세상에 해결사는 주인공 밖에 없는 것처럼 고독한 영웅같은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제는 하드보일드가 어떠한 장르인지 안다. 

하지만 이해했다고 해서 딱히 재밌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꼭 거쳐야할 통과의례처럼 다시 읽어야 할 책으로 보관함 한구석에 들어있다.

나도 다른 독자들처럼 샘 스페이드의 매력에 빠져보고 싶다.

무역회사 보고서 같은 소설 때문에 난 옹이를 치료하고 싶다. 

추앙하고 칭송하는 그 무리에 끼어보고 싶다. 

그래서 대실 해밋 전집이 전부 재밌었다고 얘기하고 싶다. 

그래서 오쇼네시를 이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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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좀 빌려줄래? - 멈출 수 없는 책 읽기의 즐거움
그랜트 스나이더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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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색감의 그림과 잘 포장 된 책광고에 넘어간 느낌이다. 내용이 궁금해 어쩔 수 없이 샀지만 더구나 내가 제일 싫어하는 하드커버라니..전자책으로 구입할 걸 후회해도 소용없지만 돈이 아까워 속이 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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