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질 것 같은 세계의 말 -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소수언어에 대하여
요시오카 노보루 지음, 니시 슈쿠 그림, 문방울 옮김 / 시드페이퍼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이번에 읽어본 책은 따뜻한 그림체가 담긴 그림에세이북인 '사라질 것 같은 세계의 말'이라는 도서이다. 
현재 사라지고 있는 소수언어의 단어들와 의미, 의미를 담은 그림이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소수언어의 단어가 갖는 의미를 소박하면서도 따뜻하게 담아낸 그림체도 눈길을 끌지만, 소수언어라는 것부터 흥미가 생겼다.
내가 알고 있는 언어를 꼽자면 영어, 일어, 중국어, 이태리어, 불어 등등 한 10개의 언어는 넘겠지만, 어떤 소수언어가 있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전공서적을 찾다가 사라져 가는 소수언어에 대한 연구 책을 보고 흥미가 생겼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언어는 6000여개인데 이 주에 한개 꼴로 없어지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이대로 가다면 2100년도에는 언어 절반 이상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한다.
한때 한국어도 사라질 언어 중 하나이네 마네하는 논쟁이있었지만.. 이때되면 내가 없을 것이므로..




외국어 공부하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얻었지만, 사실 '언어'라는 것만 보면 참 흥미롭다.
저자 말대로 언어라는 것은 그 나라와 민족의 문화, 생활방식이 깃들여져 있고 역사적인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오직 언어만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도 함께 배워가는 것이 언어를 빠르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한 것 같다.
더 재미있게 언어를 터득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이 그림에세이는 문화와 언어를 함께 알아보고 단어를 이해하는 데 가장 빠른 방법인 그림이나 사진을 보는 것, 사라져가고 있는 소수언어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칼라샤어, 침시안어, 아르타어, 아이누어, 돔어 등등..
아직도 전세계 곳곳에는 아주 다양한 언어들이 많이 있다. 
거의 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언어들이다. 
페이지가 뒤로 갈 수록 이 언어를 사용하는 인구수가 적어진다. 
심지어 100명, 50명만 사용하는 언어도 있는데 이 지역에 한번 가보고 싶고, 음성을 들어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느낌을 전달하는 그림과 함께 짧은 글도 함께 실려있다.
삽화에 담긴 단어가 어떻게 생겼는지 그 나라의 문화도 살펴볼 수 있고, 교훈도 전해준다. 
아래 사진에 담긴 소수언어는 아야쿠초, 케추아어라는 것이다.
'루루흐'는 농작물이 많이 자란 모양, 열매가 풍성하게 열리다라는 뜻이다.
케추아어는 페루에서 사용하고 이 언어는 90만명이 사용한다. 
90만명이나 사용하는데 이 언어도 소수언어일까?라고 잠깐 생각이 들었지만, 
서울인구가 980만명인 것을 감안해보면 90만명이 사용하는 케추아어는 소수언어구나라고 느꼈다.
참고로 케추아어의 특징은 모음이 3개 밖에 없다.

아래 모퉁이에 소수언어와 언어 사용인구, 사용지역, 해당 소수언어의 특징을 담고 있다.
그림과 글을 보는 것도 즐겁지만, 소수언어에 대한 정보를 읽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평소에 갖고 있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기분이다.


'온조카'는 버섯을 따다라는 의미이다.
'온조'는 버섯이라는 뜻이다. 
평소 바스크어라는 소수언어로 버섯을 따다라는 말을 생각치도 못했는데 이렇게 소소하게 새로운 언어와 단어를 보는 것도 참 재미있다.
바스크어는 친족 언어가 없는 계통적 고립어이다. 
참고로 고립어 뜻은 어형변화를 하지 않고, 문법적 관계가 주로 어순에 의해 표시되는 언어(네어버 사전 참고)이며 대표적으로 중국어가 있다. 



파키스탄에서 약50만명이 사용하는 시나어는 성조가 있고 매일 저녁 파키스탄 국영 방송에서 5분 간 시나어로 뉴스를 보도 한다고 한다.
모지라는 의미는 침식된 지면이라는 뜻이다.



'얼어붙은 호수나 강의 수면에 난 구멍'을 한국어 단어로 표현하면 뭐라고 할까?
사실 한국에서 이 얼어붙은 호수, 강의 수면에 난 구멍을 표현하는 단어를 말할 기회조차도 별로 없을 것이다. 
추운 날씨가 대부분인 러시아에서 사용하는 소수언어 '사하어'에서는 '오이본'이라고 말한다. 
단어를 통해서 어느정도 나라의 문화와 생활방식을 엿볼 수 있다는 것도 참 흥미롭다. 
사하어는 러시아 사하 공화국의 공용어이며 48만 명 정도 되는 사하족 대부분이 사하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망파! 
좋은 꿈 꿔!라는 뜻을 갖은 테딤의 인삿말. 
테딤, 친어라고 불리는 미얀마의 소수언어는 35만명이 사용하고 있다. 
오늘 저녁에는 한번 망파!라고 우리 집 강아지에게 저녁인사를 해봐야 겠다.





예전에 비정상회담을 봤을때 파키스탄 대표로 나온 자히드가 말할 때, 
파키스탄은 생각보다 낭만적인 분위기가 있다고 생각했다. 
언어에서도 그 매력이 나타나는 것 같다. 
반짝 나타나는 요정의 큰 무리라는 표현이 있는데 파키스탄 북서부 도시 치트랄 중심에서 사용하는 코와르어로 '라슈카르가이브'라고 한다.
요정은 요정인데 반짝 나타난다, 요정의 큰 무리라는 표현이 있다니 참 낭만적이다.






낭만적인 소수언어 표현 하나 더.
'베바라사나' 는 그들은 서로 존경한다라는 의미의 동사이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늘 통한다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언어는 헤레로어이고 나미비아, 보츠와나에서 사용하는 언이다. 
아름답고 고독한 느낌을 주는 그림과 함께 '베바라사나'라는 뜻을 보니 더 마음에 와닿고 기억에 잘 남는 것 같다.




굉장히 무시한 문화도 언어를 통해서 볼 수 있는데 
탄자니아 서남단 음방가 마을의 마텡고족의 문화는 일상적으로 저주를 건다고 한다.
그 저주도 매우 다양하다.
질투심에 거는 저주, 도둑을 향한 저주, 경쟁 상대가 지길 바라는 저주 등 이 모든 저주를 '칼랑가'라고 표현한다. 
그림도 진짜 단어와 걸맞는, 무시무시한 느낌을 준다.





특별하지 않은, 특별히 이렇다 할 것 없는이라는 표현을 파푸아뉴기니에서는 나팅이라고 한다.
'나팅'이라고 하니 영어로 Nothing 같은 느낌을 주는데 
그 이유는 이 소수언어 '톡피진어'가 영어계 크리올 언어이기 때문이다.
영어 외에 독일어, 포르투갈어 등 여러 언어의 영향으로 발생되었다고 한다.
톡 피진어에서 톡도 영어 talk이 어원이다.





볼트가이라는 뜻은 직역하자면 있는 그대로 두어라
몽골어족에 속하는 이 단어는 생활환경을 엿볼 수 있다.
초원 가까운 지역에서는 이 단어를 '안장을 얹지 않은'이라는 뜻으로 형용사나 부사로 사용된다고 한다.
이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말의 존엄성을 해치지 않기 위해 안장을 얹지 않고 말 위에 그대로 타서 생활을 한다고 한다. 
단어에서도 문화를 읽을 수 있고 그림과 해설을 함께 보니 언어가 갖는 매력이 훨씬 더 와닿는 것 같다.





'도' 라는 단어는 미얀마, 인도 동북어 지역에서 사용하는 라왕어 단어이다.
의미는 충분히 열을 가해 약한 불로 보글보글 끓이다라는 뜻이다.
센 불로 부글부글 끓이는 것도 아니고 약한 불로 보글보글 끓이는 그림을 상상하니 '도'라는 표현이 굉장히 잘 어울려 보였다.
그림은 닭다리를 넣어 요리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냄비 위에 요정 같은 사람이 요리하는 그림이었고요. 
참고로 라왕어는 6만 2000여명이 사용 중이며 로마자 맟춤법이있고, 나이가 많을 수록 라왕어 식자율이 높다고 하다.




태양이 떠오르지 않는 계절 '스카마'
그림에서 보듯이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지역 핀란드, 콜라 반도(러시아),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3만 5천여명이 사용하는 소수언어 사미어에서 나온 단어이다. 
지겨운 추운 겨울, 별빛과 달빛에 의지하는 인간에게 눈이 갖는 의미는 빛을 더 얻게 해주는 배려라고 말하는 저자의 글귀가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핸드폰이 소수언어를 사용하는 지역에도 유입되다보니 이에 걸맞는 표현이 필요하다.
이 단어는 외국어로 대신 사용하기 보다 옛날부터 사용한 단어에 센스있는 표현을 덧붙여 새로운 표현을 만든 것이다. 
전화통화를 '구이카'라고 표현하는데 직역하자면 바람의 말이고 바람에 실어 말을 전하다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구이는 바람, 공기라는 뜻이고 카는 말이라는 단어가 합쳐진 것이다. 
이 표현을 보고 참 문학적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전화 통화라는 말을 바람에 말을 실어보낸다고 표현하다니..




많이 사용하는 언어이든, 소수언어이든 사람들은 자기 전에 군것질하는 것을 좋아한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의 해안 북쪽 끝에 있는 지역에서 사용하는 침시안어로 자기 전에 군것질 하다를 '츠오흐'라고 한다. 
그리고 침시안족은 비교적 이른 시간인 오후 5시 정도에 저녁 식사를 한다. 군것질을 안할 수가 없긴 하지만.. 
아쉽게도 침시안어는 오직 100여명만 구사할 줄 안다. 
그마저도 남침시안어는 2013년도에 소멸했다고 한다. 언어가 소멸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참 묘하다. 
언어가 소멸되면 솔직히 다시 되살리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보니 소멸되지 않도록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묘한 그림을 담고 있는 이 페이지에는 사후의 세계, 꿈을 뜻하는 머러미쿠라는 단어가 있다. 
대안다만 혼성어는 안다만 제도(인도)에서 사용하던 언어이고 가장 마지막 세대의 이 언어를 구사할 줄 아는 사람이 2009년과 2010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래서 자유로운 작문이 가능한 언어 사용자가 세상을 떠나면서 이 언어는 소멸되고 말았다.
언어 사용 인구 0명인데 이제 머러미쿠라는 단어를 정확하게 발음하는 사람을 볼 수 없다는 게 기분이 참 묘하게 다가왔다.





전부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단어들이었고 이 단어와 단어를 잘 표현해주는 그림들 덕분에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게 페이지를 넘기며 읽을 수 있었다. 
이 책 덕분에 소수언어의 단어들을 이렇게 많이 접해본 것은 거의 처음 아닐까 싶다.
유튜브로 소멸되어가는 소수언어의 음성을 통해 직접 들어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앞으로 소멸언어, 소수언어를 지키기 위한 날, 
'세계 모어의 날'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소수언어를 지키는데 많은 관심을 갖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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