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
임현정 지음 / 페이스메이커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베토벤, 클래식..

사실 나는 클래식에 문외한이다.

예전에 우리 이모가 클래식 광이셔서 클래식 음반 CD와 클래식 책, 클래식 관련 공연 팸플릿까지 대여(?)를 해주셨었다.

그때 이모가 이런 취미도 있으신가? 굉장히 의외여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어릴 적 언니와 나는 그런 베토벤, 바흐, 모차르트 등등 여러 클래식 거장들의 음반 CD를 오디오로 듣기는 했다만 언니는 꽤 관심이 많았고 청소년기에도 고흐부터 시작해서 미술, 음악 쪽으로 폭넓게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나는...?

나는 20대 후반까지도 클래식에 관심을 못 붙이고 있었다.

고흐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눈물 펑펑 흘리며 고흐와 관련된 영화도 두세 번 보면 정 아닌 정을 붙이긴 했지만 클래식은 아직도 어려운 부분이었다.

아무래도 나라는 눈물 많은 사람은 예술 계통에 한 획을 그은 사람들에게 인간적인 면을 보아야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진 그랬다.








'재밌어서 밤새 읽는 베토벤 이야기'

이 책의 저자는 피아니스트 임현정 씨이다.

저자의 경력을 살짝 보니...

와우 정말 대단하다.

모든 피아노 인생에 최연소 기록을 갖고 계신다.

내가 아는 피아니스트라고 하면 조성진(한때 유튜브로 짧게나마 덕질을 했었던 추억), 손열음, 임동혁 피아니스트 정도이다.

드뷔시가 다녔던 세계에서 역사가 제일 깊은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에 최연소 입학에 최연소 졸업...

갑자기 초등학교 때 체르니 배우다가 '도'도 제대로 못 찾고 혼만 나다 피아노 학원 가방까지 학원에 버려두고 때려치운 어린 내가 생각났다.

나는 아직도 피아노 잘 치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신기하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 책으로 베토벤을 알기 전에 저자 임현정 피아니스트가 바라보는 클래식과 본인의 공연을 보러 와준 관중을 생각하고 바라보는 시선이 참 감명 깊었다.

나에게는 두 시간 공연 일지라도 관중 개개인의 두 시간을 모두 합하면 4천 시간이다.

4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감동을 안고 공연장을 나갈 수 있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노력하지 않는 천재는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나는 솔직히 예체능 분야에서 노력보다는 타고남(+ 금전적 여건)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예체능 부분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을 보다 보면 끊임없는 노력과 스포츠건 음악이건 생각하는 시선이 성공한 사람들은 굉장히 다르다고 느꼈다. 정신력이 남다르다고 해야 할까.








베토벤의 클래식에 관한 책이니 연주곡을 모르면 크게 와닿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저자는 페이지 곳곳에 QR코드를 넣어놔서 베토벤의 연주곡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베토벤 음악이라고 하면 엘리제를 위하여, 월광, 영웅, 운명 이 정도 밖에 몰랐는데 베토벤이 만든 다양한 클래식 음악을 피아니스트의 시대적 상황과 베토벤의 상황들을 곁들어서 감상할 수 있어서 더 가슴에 와닿았다.

그리고 임현정 피아니스트의 연주하는 모습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베토벤 하면 떠오르는 사진이 하나 있다.

아마 모든 사람들이 한 번쯤은 봤을 법한 베토벤의 초상화, 독일의 화가 요제프 칼 슈틸러가 그린 초상화이다.

강렬한 눈빛과 포스 덕분에 베토벤 하면 강한 이미지와 운명과 같은 강한 곡들이 뇌리에 남는다.

이 책을 통해서 베토벤의 인간적인 매력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베토벤은 누구나 다 알다시피 불우한 가정환경을 겪었다.

베토벤은 할아버지는 뛰어난 성악가이고 왕궁에서 궁정악장을 하였고 베토벤의 아버지도 할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아 어린 나이에 궁정악장을 하였다고 한다.

아버지는 음악에 재능은 있었지만 솔 문제로 매번 말썽을 일으켰고 어린 베토벤을 학대까지 하였다고 한다.

술로 인해 목을 망쳐서 중년부터 일을 하지 못한 지경까지 왔는데 돈을 벌려고 어린 베토벤을 모차르트처럼 신동으로 만들기 위해 베토벤의 유년기는 더욱 고달팠다고 한다.

베토벤은 제대로 된 스승도 없이 아버지로부터 폭력을 당하며 피아노를 쳐야 했고 베토벤의 어머니도 알코올 중독자인 남편과 어려운 생활고 속에서 자식 7명 중 베토벤과 베토벤을 제외한 두 동생을 제외하고 일찍 떠나보내야 했다고 한다.








베토벤은 네페라는 인생 스승을 만나서 체계적인 작곡 교육을 받았고 실력 있는 궁정 오르간 연주자로 성장시켰다.

그런 네페를 베토벤은 평생 존경하였고 네페는 베토벤이 계속해서 이대로 성장한다면 제2의 모차르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아쉽게도 네페는 베토벤이 모차르트처럼 성공하는 것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고 한다.

어려웠던 유년시절이 있었지만 베토벤은 특권 의식에 반발심을 갖고, 또 음악을 하면서 가장 불행인 청력을 잃었음에도 운명에 맞서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다.

베토벤은 청력을 손실하였을 때 엄청난 비극을 맞닥뜨리게 되고 자살을 결심하여 유서를 쓰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오직 음악만이 그를 다시 살 의지를 주었고 심지어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창작욕까지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을 보니 음악가에 음악이란 어떤 존재인지 생각하게 해주었다.

과연 나는 인생을 살면서 베토벤처럼 한 분야에 열정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베토벤에 대해 처음 안 사실.

베토벤은 본인이 작곡한 음악에 대해 당당하게 가격을 흥정했었다.

출판사와의 편지를 통해서 베토벤은 현재 우리나라 돈으로 300만 원가량을 요구했다고 한다.

칠중주, 교향곡, 그랜드 소나타 300만 원 콘체르토 200만 원 이런 식으로 협상을 했었다.

베토벤은 교향곡이 칠중주나 소나타와 같은 가격으로 매겨져서 놀랐을 것이라며 교향곡이 값이 더 나가지만 소나타가 훨씬 잘 팔려서 그렇다며 이유도 설명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베토벤 본인은 이 가격들이 심히 비싼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당신을 위해 가능한 저렴하게 책정한 것이라고 마지막 딜을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베토벤이 왕립극장 대표들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돈을 어떻게 대하는지 볼 수 있다.





베토벤이 이렇게 구체적인 금액까지 제시하면서 협상을 했다고 해서 돈을 밝힌다거나 생각하진 않는다.

흔히 예술인이라면 배고파야 그런 예술적 감성이 나온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피아니스트인 저자도 배고픈 예술인은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오히려 창의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베토벤은 돈 앞에서 속물적이거나 돈 앞에 굴복하는 그런 예술인이 아니었다.

오히려 본인의 현실적이고 본인의 능력을 떳떳하게 표현하는 비즈니스였다고 생각이 들었다.

베토벤이 힘들었을 때 자존심을 굽히고 베토벤보다 그나마 잘 사는 동생들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편지를 썼는데 동생들은 능력을 키우라는 식으로 베토벤을 비아냥하며 거절했다고 한다.

베토벤은 힘든 상황이었지만 동생에게 너의 돈과 충고는 필요 없다며 비꼬았다고 한다.

베토벤의 유서에는 이런 동생들에게 너희들이 나보다 나은 삶을 살길 바란다며 너희 자식들에게 도덕을 알려줘야 한다, 돈이 아닌 도덕만이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다며 도덕만이 가난 속에서 자살을 피하게 해주었고 예술만큼이나 도덕에게 고맙다고 유서를 남겼다.

이 대목에서 베토벤은 힘든 주머니 사정에도 돈에 끌려다니지 않았고 돈 앞에 비굴한 예술인이 아니어서 더 존경스러웠다.

오히려 예술인은 배고파야 한다가 아닌 예술적 가치를 금전적인 부분으로도 함께 인정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멋있고 존경스러웠다.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한다는 책을 읽으면서 신분 차이로 인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도 알 수 있어서 가슴 아프면서도 흥미로웠다.

그리고 돈과 예술을 바라보는 베토벤의 시각, 그리고 베토벤의 음악과 피아니스트 임현정 씨의 생각과 느낀 점, 본인이 프랑스에서 유학하며 겪은 인종차별의 슬픔, 그것을 뛰어넘는 음악의 위대함을 진솔하게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책 표지에 재밌어서라고 하길래 얼마나 재밌으려나 생각했는데 베토벤의 인생 이야기를 깊이 들여다보니 250년 전 사람이지만 베토벤의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참 닮고 싶었고 책 부제대로 재밌었다.

-컬쳐 300으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 견해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