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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미국 유학
이세린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5월
평점 :
나는 어렸을 때부터 외국에서 유학생활하고 그 나라에서 거주하는 것에 대해 엄청난 환상이 있었다.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도 워낙 인터넷이 발달했었으나 내가 하는 커뮤니티 외에는 유튜브가 오늘날처럼 활성화되어있지는 않았었다.
그 시절 내가 이번에 읽어보게 된 '갑자기, 미국 유학'이라는 책을 먼저 읽어봤더라면 그 큰 환상을 쉽게 갖고 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해본 친구들이 마냥 부럽고 아무 노력 없이 영어를 덤으로 배워왔다는 생각을 쉽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미국 유학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담은 내용의 책은 아니지만 이 책은 지극히 현실적인, 그리고 보편적인 유학생의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저자 이세린 작가와 내가 20대 초, 10대 후반의 성격과 약간 비슷하다는 동질감도 사실 느꼈었다.

나는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 발랄한 표지처럼 그전에 많이 읽었던 해외 유학 에세이나 팁들이 담긴 책, 아니면 해외 유학을 굉장히 성공적으로 마친 외향적인 성향의 작가가 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의 프롤로그를 읽어보니 작가는 미국 유학에 대한 환상을 팔기보단 굉장히 덤덤하게 본인이 겪었던 미국 유학 생활의 힘들었던 기억과 추억, 또 세탁소일을 도와가며 한국에 있는 가족을 향한 향수병 등 작가의 감정들이 와닿아서 뭐랄까, 나 또한 기분이 차분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화려한 장식을 붙이지 않은 듯한 블로그에 일기를 쓰듯이 7년간의 미국 유학 생활이 담겨있다.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외국에서 들어온 친구들을 보면서 아, 쟤네는 영어를 덤으로 배워오고 외국학교에서 추억도 푸는 거 보면 너무 부러웠다. 그래서 촌스럽지만 영어로 말해보라고 많이 시켜본 진상 친구 중 한 명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실히 공부하지 못한 나는 결국 전문대학도 가지 못했다. 그때 기술을 배우자며 해외 전문학교에 눈을 돌려서 해외 유학에 관한 팸플릿을 하나둘씩 모으고 유학박람회란 박람회는 엄청 다니면서 정보를 모았던 기억이 난다.
나는 해외에서 유학 생활을 한 친구들의 집안이 참으로 부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친구들은 대부분 집이 다 잘 살았다.
저자 또한 한국에서 풍족하게 살았으나 자영업을 하면서 불안정한 삶이 되어 미국에서 딱 교육비만 서포트 해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부족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미국에 계신 친척의 집에서 생활하며 눈칫밥을 먹고 세탁소 일을 병행하면서 공부를 해야 해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는 집에서 집을 렌트해주고 차도 대주고 아무렇지 않게 집안의 서포트를 해줬다는 얘기를 듣고 나와는 참 다른 세상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경제적인 여유를 누리며 얼굴에도 큰 고민 없이 사는 것이 보여 저자는 씁쓸했다고 하는데 나도 참 그 감정에 공감했다.
지금도 자주 느끼지만 예전에 철이 없었던 시절 그 감정이 굉장히 심했었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어떤지는 잘 몰라도 나는 남과 비교하는 감정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저자가 쓴 글들을 읽으면서 나름대로 상당한 노력과 고생이 동반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래도 미국이라는 굉장히 물가 높고 교육비도 비싼 나라에서 교육비만이라도 받고 친척들의 도움을 받아 미국에서 유학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참 부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던 미국으로 이민 가신 이민 1세대 분들은 굉장히 고생을 많이 하셨다는 얘기를 익히 들어왔다.
캐나다 드라마에서도 한인 가족 이야기를 다뤘듯이 주로 세탁소에서 고된 일을 많이 하셨다고 들었다.
저자도 세탁소에서 첫 사회생활을 경험한 것 같은데 이야기만 들어도 상당히 고생한 것 같다.
한국에서도 물론 진상이 있기 마련이지만, 미국에서는 저자의 어색한 영어 발음 지적을 한다던가, 인종차별, 위조지폐 사기 사건까지 참으로 고될 것 같다.
그래도 고생은 젊어서 사서 한다는 말이 있듯이 저자도 이런 고생을 하면서 미국 문화와 영어실력이 향상되는 과정들을 읽으면서 미국 유학에 비록 꿈이 없지만 왠지 모를 용기를 얻게 되었다.

내가 저자에게 큰 동질감을 느꼈던 이유는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면서 다른 학생들이나 지인들은 미국에서 취업률이 좋은 간호사나 다른 진로를 정하는데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조금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저자는 본인의 진로를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아직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보면서 꿈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꿈이 주는 동기부여도 있고 또 꿈을 찾아서 주변의 도움을 통해 찾아나가는 저자의 모습을 보면서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영어를 잘하는 상태가 아닌데 교내에 있는 센터에 방문해서 이것저것 묻고 집을 구하고 유치원에서 일을 하고.. 과연 내가 운 좋게 미국에서 살면 해낼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남들이 이게 더 안정적이니 이걸 해라! 4년제 대학으로 편입을 해라!라고 말을 해도 꿋꿋이 굳이 4년제를 나올 생각이 없고 이 유학 생활을 마치면 한국으로 돌아가서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본인의 주관이 있는 모습이 참 멋졌다.
개인적으로 20대 초반에 내 적성은 고려하지 않고 이 기술을 배우라고 친척에게 듣고 바로 시작한 나의 실천력에도 손뼉을 치고 싶지만 본인의 적성을 생각하지 않고 결국 마무리를 못 짓고 어설프게 시간과 비용을 낭비했던 나의 생활을 돌이켜보면 이렇게 주관을 갖고 행동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6개월 만에 한국으로 돌아가서 가족을 보고 싶었지만 지금 돌아가면 나 자신이 굉장히 초라하고 패배자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루하루 더 버텨내고 그렇게 7년이란 시간을 보낸 저자가 참 대단하다.
그리고 영어의 중요성에 대한 건 두말하면 잔소리이고!


이 책은 미국 유학 생활에 정보와 팁들을 주기보다는 성장일기, 미국 유학을 통한 성장통을 겪는 에세이인 것 같다.
미국 유학을 통해 얻은 소중한 자산은 영어보다는 본인 스스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던 것, 그리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본 것이라고 한다.
나는 갑자기, 미국 유학 책을 읽으면서 미국 이외에도 다른 타국에서 1년을 살아보는 것도 스스로 성장하고 시야를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느꼈다.
외국 여행을 자주 한다고, 외국에서 오래 살았다고 시야가 다 넓어진다는 것은 사실 말이 안 되지만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배우고 포용하는 자세가 있다면 얻는 것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한다.
후회까지는 아니더라도 고된 생활이 담긴 이 에세이에도 해외에서 한 번쯤 살아볼 걸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저자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알아두면 쓸모 있는 캘리포니아와 LA에 관한 간단한 정보와 소개도 담겨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캘리포니아와 LA로 여행을 한번 가보고 싶어졌다.
문화와 날씨, 미국인이 바라보는 한국인에 대한 생각 등 전반적으로 저자의 생각도 담겨있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저자는 미국 생활에 점차 적응하고 세탁소를 떠나 독립도 해보고 유치원, 호텔 프런트에서 사회경험을 해봤다고 한다.
영주권이 없고 유학생이라는 신분을 악용해서 생활이 아주 어려운 인턴 금액만 지급하고 그마저도 늦게 지급하면서 받는 급여에 비해 많은 양의 일을 주는 악덕업자들은 어딜 가든 있는 것 같다.
어느 유튜버를 보니 외국 남편을 만나서 미국 영주권 카드를 받게 되었는데 이 조그마한 카드가 뭐라고 사람 속을 태우는 건지 모르겠다고 한 영상이 기억난다.
심지어 기간도 정해져있는 것 같던데 그 카드를 받고 남편과 우는 모습을 보니 파트너를 만나도 미국 영주권을 받기 정말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
저자는 미국 영주권에 목메기보다는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을 택했다.
미국에서 3~4년 정도 공부하다가 돌아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사회경험도 하면서 생각보다 더 오랜 시간을 미국에서 체류했다.
그 기간 동안 행복했던 추억도 있을 것이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순간이 더 많았을 수도 있다. 6년의 시간이 거의 30년을 보낸 것 같은 느낌의 에너지를 소모했다고 표현할 정도면 얼마나 힘들었을지 감이 안 온다.
저자는 딱 지금 내 나이에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힘든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버틴 자신에게 칭찬을 하는 마지막 문구가 참 감명 깊었다.

비록 해외 나갔다 온 것은 두 나라의 여행뿐이었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잘 버티었는가를 되돌아보면 저자처럼 나 스스로를 칭찬해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