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글을 쓴다는 것 - 우리의 인생이 어둠을 지날 때
권수호 지음 / 드림셀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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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를 읽고 났을 때,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 작가...어떻게 내 마음을 이렇게 잘 알지? 내 마음속, 머릿속에 들어왔다 나갔나? 

나 역시 쓰는 사람이다. 출간 작가는 아니지만 쓰는 게 그저 좋은 사람이라 글쓰기가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이라는 작가의 말에 공감했다. 

글을 쓰지 않는 이들에게는 이 책이 어떻게 느껴질까를 염두에 두며 1부를 다시 읽어봤다. 작가는 절대 독촉하지 않는다. 글 쓰는 것이 참 쉽다며 희망 고문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글쓰기는 힘들다고 고해성사한다. 그러면서 글쓰기가 힘들긴 하지만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는 증거를 여기저기에 슬쩍슬쩍 흘려둔다. 그러다가 우아하게 한 마디를 남긴다.

글을 쓴다는 것에 너무 큰 부담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글쓰기는 변주곡이다. 빨라져도 느려져도 괜찮다. 여전히 나의 노래는 재생 중이니까. 비록 연주 실력이 뛰어나지 못해 속도 조절이 잘 안 되고 중간중간 틀리기도 하지만 어차피 이 노래는 스스로 끝내기 전에는 절대로 끝나지 않는다. 연주자로 나선 내가 이번 생에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는 없겠지만, 피아노를 배우고, 두드리고 , 연주하고, 듣는 과정이 즐겁다면 중간에 틀리고 음이 어긋나고 어설퍼도 괜찮은 거 아니겠나. 그러니까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p88)


책에는 여러 꿀팁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첫 문장 쓰는 법, 한 줄 요약으로 글의 방향을 잡는 법, 퇴고하는 법 등 작가가 스스로 터득한 글쓰기 노하우, 일명 영업비밀을 아낌없이 나눠준다. 그런데 압권은 2부다.

2부에서 작가는 일타강사로 변신한다. 글감을 찾는 방법을 '관찰', '경험', '행복', '삶의 의미'를 통해 알려주는데, 작가가 썼던 에세이를 예시로 보여준다. 특별한 설명도 없다. 그런데 읽으면서 자꾸 이렇게 중얼거리게 된다.

"맞다! 나도 저런 경험 있는데?"

2부를 다 읽고 책을 덮을 즈음이 되면 작가가 쌓아 놓은 빌드업에 감탄하게 된다. '무엇을 쓸 것인가'에 대한 고찰이라고 했지만 각각의 에세이를 읽다 보면 나의 일상도 빛나는 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급기야 입에서 "그렇다면 나도?"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저자는, 독자의 마음을 꿰뚫는 점쟁이이자 꿀팁까지 아낌없이 내어주는 일타강사이기도 하며 글을 쓸 수 있도록 옆에서 함께 걸어주는 페이스 메이커였다.

독자에서 시작한 우리는 어느새 글쓰기 비법을 전수받는 제자이자 즐거운 글쓰기, 가벼운 글쓰기를 함께 이어나가는 크루가 된다.

반복된 일상으로 지쳐가는 마흔 즈음에, 혹은 마흔과는 상관없는 어느 때든, 글쓰기가 나를 행복으로 이끌어줄 수 있다고 말해주는 선물 같은 책.

책 중간중간에 그려진 연필도 선물 같다. 손에 꼭 쥐고 즐겁게  써보자. 그게 무엇이든.



흐린 기억 속 제삿날은 성대한 잔치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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