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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를 즐겁게 - 우리말의 어원과 유래를 찾아서
박호순 지음 / 비엠케이(BMK) / 2021년 3월
평점 :
<국어를 즐겁게>라는 책 제목만 보고, 정확히 말하면 '즐겁게'라는 단어에 홀려 서평단에 신청을 했다. 디베이트를 가르치고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늘 단어와 어휘의 한계를 절감하는 내게 서광이 비치는 기분이랄까. '우리말의 어원과 유래를 찾아서'라는 부제에서는 스펙터클한 모험, 여정을 기대하기도 했다.
처음 책을 펼쳤던 순간, 살짝 당황했음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책을 휘리릭 넘겨보는데,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한자와 한자풀이를 보며 '아... 어쩌지....'라고 안절부절했다. 하지만 나의 당혹스러움은 성급한 것이었음을 첫 챕터만에 인정하게 됐다.
책은 모두 다섯 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언어'에서는 우리말의 어원과 역사적 근거를 밝히고 있다. '얼굴', '사랑', '말', '한참'등의 단어가 어디에서 유래했는지에 대한 여러 설들을 소개하고 저자만의 독창적인 관점도 첨가한다.
'얼굴'은 정신, 넋, 혼, 마음, 생각을 의미하는 '얼'과
꼴이나 모양을 뜻하는 '굴'이 합하여 '얼굴'이 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p13)
단어의 어원과 유래를 무미건조하게 소개하는 책이었다면 '즐겁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는 단어에 자신만의 관조와 통찰을 담아내 표현하곤 한다. '사람'과 '사랑'이라는 단어를 설명한 것이 그 예다. '사람'과 '사랑'은 뿌리가 같은 말이라, 사랑은 사람이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라고 어원사전에 정리되어 있다고 소개하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사람'이란 글자에서 'ㅁ'을 떼어다가 모난 곳을 지극한 정성으로 갈고닦아 'ㅇ'을 만든 다음, 떼어낸 글자에 다시 끼워 넣어주는 그 과정이 바로 '사랑'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P27)
2장 민속에서는 전통문화의 토대가 된 우리 민속에 대해 설명한다.
이미 <우리 민속의 유래 1,2>를 편찬했던 저자답게 전통문화에 대한 애정의 깊이와 넓이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특히 '천간'에 대해 설명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 '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가 자연의 이치에 따라 태어나고 자라서 열매를 맺고 죽는 식물의 한살이를 묘사한 것이라며(p113) 저자는 '갑'과 '을'이 사람들의 심보에 의해 본뜻을 상실한 채 사용되고 있음을 섭섭해한다.
3장 역사에서는 꼭 알았으면 하는 역사 속 단어에 대해 알려준다.
고구려, 백제, 신라의 국호가 의미하는 바를 읽을 때는 숙연해졌다가 '동곳'에 얽힌 정조의 일화에서는 가슴이 찡해지기도 했다.
고구려 국호의 의미는 '크고 높은 성'으로 '세상 가운데 가장 높이 세운 나라'이고, 백제 국호는 '큰 물'로서 '대 해상 국가'를 의미하며, 신라는 '왕의 덕업이 날로 새로워져서 널리 사방을 받아들인다'라는 뜻을 담았다.
(p146)
4장 식물과 지명에서는 우리 주변의 식물과 지명의 유래에 대해 얘기한다.
'이팝나무'의 이름에 대해 설명하면서 저자는 교육자로서의 전문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백성들을 위해 전제 개혁을 실행한 '이성계가 내려준 밥'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 홀어머니를 안심시키기 위해 자신의 밥그릇에 흰 꽃을 수북이 담았다는 선비의 이야기, 24절기 중 입하 절기에 꽃을 피워 입하나무라고 불렸다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 세 가지 이야기가 가지 한계를 지적하며 '입쌀밥나무'에서 '이팝나무'로의 음운변화 과정을 설명해 준다. 나무 이름 하나에도 얼마나 많은 자료조사를 했으며 연구를 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5장 교훈에서 저자는 우리의 고유 정신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동방예의지국', '순국', '호국', '열사', '의사', '태극기', '애국가'를 설명하는 저자의 자세는 진지하고 엄숙하다. 단어 하나에 깃든 우리 민족의 숨결까지 귀하게 여기는 듯하다.
'태극기'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19년 3월 1일 조선의 민족 대표 33인이 독립 선언을 하던 때부터였다고 한다. 나라를 빼앗긴 조선 백성들은 기미년 3월 1일 정오에 탑골 공원에서 독립선언문 낭독과 함께 전국적으로 대한 독립 만세 운동을 펼치기로 되어 있었다. 이날 참여할 모든 백성들은 누구를 가리지 않고 태극기를 들고 나오기로 하였는데, 그때만 해도 '조선 국기'라고 부르던 명칭을 일본인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태극기'로 부르자고 약속을 하면서부터였다고 한다.
(p276)
'즐겁다'
마음에 거슬림이 없이 흐뭇하고 기쁘다.
내가 덜컥 서평단을 신청하게 만들었던 책 제목 <국어를 즐겁게>는 제목 값을 했다. 국어의 즐거움뿐 아닌 '우리 것'의 즐거움을 제대로 알게 해주었다. 우리 말, 우리 풍속, 우리 역사, 우리의 것이라 불릴 여러 것들에 얽힌 이야기를 읽다 보니 말 한마디, 생각 한 조각도 함부로 하면 안 되겠다는 책임감이 올라왔다. 흐뭇하고 기쁜, 즐거운 경험이었다.
역동적이고 활발하게 국어를 활용하는 요즘의 우리는, 더욱 진지한 자세로 국어를 대해야겠다. 저자가 책을 통해 전해준 우리말과 우리것에 대한 애정이 저자만의 것이 아님을, 오늘을 살며 우리말을 쓰는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할 태도임을 마음에 새겨본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