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는 건축계에서 시작된탈비판 논쟁이 철학자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와 랑시에르가 제기한 의문들, 즉 ‘비판‘이라는 범주에 대한 문제의식의 연장선에 있음을 지적하고, 왜 이들이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지 폭 넓은 인문학적 기반 위에서 설명한다. - P21
이 논쟁의 찬반을 떠나, 중요한 것은 여전히 진행 중인이 논쟁을 통해 드러난 ‘현대 건축이 처한 곤경’을 확인하는일이다. - P22
어찌 보면 이론과 실무가 멀어진 탓에실용주의를 기반으로 이론과 실무가 급격히 비판적 거리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 P22
‘이론 이후’는 이론이 충분히 현실의 상황이 요청하는 바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기에 생기는 이론에 대한 (재)요청이다. - P22
테리 이글턴은 『이론 이후After Theory』(2003)에서 근래 회자되는 숱한 이론 이후 또는 이론의 종말이라는 서사의유포에도 불구하고, "이론 없이는 인간으로서의 삶을 숙고할수 없다는 의미에서 우리는 결코 ‘이론 이후’에 존재할 수없다"고 단언한 바 있다. - P23
결국 존재와 객관성, 죽음, 혁명과 같은 근원적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 P23
이론이 타인의 비참함에 대한 철저하게 공감함으로써 삶의 변화를 끌어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 - P23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곧바로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숱한 건축의 역사적 사실에서 보아왔으며, 소란스러운 환호가 실망으로 변하기까지 그리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 P23
건축학계에서는 사실주의와 형식주의 formalism의 논쟁 구도가 형성되어 있었다. 바로 이런 구도에서 이 글에 ‘문화와 형태사이’라는 부제가 붙게 되는데, 여기서 ‘문화culture‘는 사실주의 계열을, ‘형태form‘는 형식주의 계열을 암시하는 용어라고 볼 수 있다. - P27
헤이스는바로 이 양자 ‘사이에 낀‘ 건축으로서 비판적 건축을 정의하는데, 이런개념화에 가장 중요한 발판을 제공한 인물이 바로 이탈리아의 건축역사가이자 비평가인 만프레도 타푸리였다. - P27
1973년에 『건축과 유토피아 Progetto e utopia: Architettura e sviluppo capi-talistico』라는 영향력 있는 저작을 출간했다. 이 책은 근대 도시의 발전과정에서 건축 아방가르드가 꿈꿨던 유토피아가 자본주의 도시계획의이데올로기로 포섭되어가는 과정을 변증법적으로 고찰했다 - P27
헤이스가 제시하는 두 대립항인 ‘문화와 형태’는 이러한 ‘이데올로기와 유토피아’의 구도를 코드 변환한 것이나 다름없다. - P28
마르크스는 이데올로기를 자본주의의 허위의식으로 이해했고, 타푸리는 마르크스를 따라 ‘건축 이데올로기의 비판‘을 지향했다. - P28
그가 말하는 비판적 건축은 단순히 이데올로기적 문화를 비판하기 위해 형태 실험에 탐닉하는 비현실적 유토피아가 아니다. 그보다는 현실과의 교섭을 무시한 ‘규방의 건축’에 비판적이며, ‘메인스트리트는 옳다‘고 선언하는 지배 문화의 이데올로기적 재현물에도 비판적인, 이중의 비판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수행하는 건축이다. - P28
양자와 교섭하되, 그 모순을 필연적으로 인식하는 ‘부정적 사유’를 동시에 함축한다는 뜻이다. - P28
아이젠만의 자율성은 플라톤적이고 이상주의적이지만, 헤이스의 자율성은 헤겔적이고 변증법적 - P29
타푸리가 ‘건축과 유토피아’에서 20세기 초 역사적 아방가르드의 유토피아를 헤겔적인 모순의 변증법으로 고찰했다면, 헤이스는 이 책에서 20세기 말 네오아방가르드의 이데올로기를 라캉적인 욕망의 변증법으로 고찰한 것이다. - P29
그는 아이젠만의 건축을 자기 준거적인 기표들을 반복하는 강박적인 건축으로 묘사하는데, 말하자면 실재와 교섭하지 않는 건축을 뜻한다. - P30
반대로 1984년에 쓴 이 에세이에서 헤이스가 탐구하는 미스 반 데어 로에의 건축은 실재와 교섭하는 비판적 건축의 대표 사례로 논의되며, 이러한 그의 입장은 현재도 마찬가지다. - P30
미스의 비판적 건축은 대도시의 신경 과잉으로 인한 무감각해진 태도에 저항하며 중요한 변화들을 인식할 ‘인지메커니즘‘을 제공한다는 20세기 초 아방가르드의 임무를 공유한다. - P30
헤이스는 미스의 말에서 형태가 아닌 ‘짓기‘를 중시하는 태도를 읽어내고, 그의 건축이 "대도시의 혼돈 속에서 확고한 침묵의 빈터"를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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